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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

Written by. 정한구   입력 : 2008-09-22 오전 1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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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 경제단체인 상공인기업연맹(RSPP)은 10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둘러싼 서방과의 갈등으로 러시아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처해 줄 것을 러시아 당국에 주문했다. 쇼힌(Shokhin)연맹 회장은 서방은 러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수단을 구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러시아 경제는 그 동안의 회복과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고는 이날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지난 2년 사이에 최저를 기록한 것과 때를 같이하고있다. 모스크바 은행간 통화거래지수(MICEX)는9.1퍼센트나 폭락하여 2006년 6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으며 러시아 증권거래(RTS) 주가지수도 1334.33으로 최저 행진을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락세가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뿐만 아니라 그루지야 사태에 따른 국제적 긴장으로 시장의 신뢰가 급속히 상실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루지야 침공 직후 외국 자본이 러시아에서 대거 이탈했으며, 이에 따라 증시와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게 되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8월 중 자본의 국외 유출이 최소한 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그 후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침공 한 달을 넘긴 10일 현재 다시 장세가 불안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루지야 사태에 더해 이제는 세계경기의 후퇴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그 사이 시중은행은 자금 부족으로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로써 기업들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게 되어 실물경제가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그루지야 침공을 둘러싼 서방과의 갈등은 러시아 군대가 그루지야에서 철수하고 그루지야를 통과하는 서방측 송유관의 정상 가동이 보장되면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루지야를 경유하는 바쿠(Baku)-트빌리시(Tbilisi)-세이한(Ceyhan, 터키) 송유관(BTC)과 바쿠-트빌리시-에르주룸(Erzurum, 터키) 천연가스 관로(남부 코카서스 가스 관로, SCG)는 각각 2006년과 2007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서방은 아직 그루지야 침공에 대해 공동으로 보복 조치를 마련하지는 않고 있으며, 미국도 러시아와 민간 차원의 핵 분야 협력을 중지시킨 외에는 유럽연합(EU)과 별도로 러시아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그루지야 침공이 앞으로 러시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공산이 짙다.

 그러나 그루지야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가 가까운 장래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가능성은 일단 희박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가입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미국과 그루지야 등 기성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미국은 그루지야 침공과 관련하여 러시아의 가입을 지지하지 않을 의향임을 밝힌 바 있다. WTO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는 연 0.5-1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루지야 침공은 국제정치적으로 러시아가 국경 남쪽에서 영향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시기가 부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초 러시아의 체제 개혁에 깊이 관여했던 서방 경제학자 아슬룬드(Aslund)는 10일 일간 모스크바 타임즈 기고에서 그루지야를 침공한 8월 8일은 러시아에게 "치명적인 날"이며 푸틴(Putin) 총리의 일대 전략적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이 이로써 주식시장에서 1조 달러 이상을 날려버리게 만들었으며, 러시아에서 추진되던 개혁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쳐 사실상 이들 모두를 중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고립을 자초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경제는 1990년대 체제 이행의 긴 침체기를 벗어나 지난 아홉 해에 걸쳐 거의 아홉 배에 이르는 성장을 이룩했다. 러시아의 국부는 아직 세계 GDP의 2.8 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1인당 GDP는 이제12,000달러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아슬룬드에 따르면, 그 동안 러시아 경제의 성장은 시장경제 개혁을 통해 세계경제에 통합됨으로써 통합의 수혜자로 된 데 더해 2004년 이래 국제고유가 행진이라는 예기치 못한 행운에 주로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이에 따라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 더해 그루지야 침공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대내 개혁 및 세계경제와의 통합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일일 수 있는 것이다.(Konas)
출처 : http://www.sejong.org

 정한구(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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