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군 60주년 맞은 대한민국 국군의 새로운 숙제
국군을 창설한지 60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은 어떤가. 한국은 1945년 일제에서 벗어나 6·25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세계 11위의 무역국가로 성장했다. 한국은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등과는 중요한 무역 상대국으로 전략적인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수준이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성공한 국가로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한국을 성공 모델로 본받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주체사상을 앞세워 공산독재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은 현재 사실상 파산 상태다. 해방 직후만 해도 북한은 경공업 산업이 발전했고 발전소를 보유해 농업 위주의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소수의 집권층과 간부들 위주로 공산독재체제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살림살이는 크게 쇠퇴했다. 공산독재주의로 일반 국민들의 자유와 자율을 제한하고 경쟁력은 떨어지면서 1980년대 이후 성장은 멈추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식량까지 부족해지자 300여만 명이 먹을 게 없어 아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북한은 이젠 더 이상 자생적으로 경제를 회생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군대를 앞세워 강화하는 선진정치로 지난 10여년을 이끌어왔다. 그러다가 체제 유지에 힘겨웠던 김 위원장은 지난 달 중순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 북한의 앞날이 풍전등화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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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의 질은 무시하고군사력 강화에만 열중한 북한군은 107만 명이라는 거대한 병력과 전차와 야포 등 재래식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경제성장이 멈추면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유지가 어려워지자 대량살상무기 등 비대칭무기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북한의 전방지역에 동굴진지를 파고 700여 문의 장사정포를 설치했으며 후방지역에는 500여 기의 스크드 미사일을 배치해 남한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마지막 수단으로 핵무기까지 개발해 남한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우리 한국군은 병력은 북한군의 절반으을 약간 넘는 65만 명이지만 첨단무기 체계로 점차 교체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한국군을 자원절약형이면서 효율적이고 강력한 전투력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부족한 예산문제와 국방목표와 개혁내용에 대한 보완작업이 이뤄지면 앞으로 한국군은 21세기형 전투력으로 발전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마쳐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20년 또는 2025년까지 621조 원 가량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무기를 사는 전력투자비가 272조 원인데 그중에서 순수 국방개혁에 들어가는 예산은 67조 원이다. 국방개혁이 마쳐지면 한국군은 네트워크 중심전(NCW)이 가능한 첨단군으로 바뀐다. 네트워크 중심전이 가능해지면 우리 군이 보유한 각종 무기체계와 장비들은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연동돼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적에 관한 전투정보를 자동으로 받아 전투하기에 유리한 무기체계를 일시에 동원시켜 작전을 벌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의 피해는 최소화 되고 네트워크 중심전 체제를 갖추지 못한 북한군의 피해는 최대가 되는 전투가 이뤄질 수 있다.
이와 같은 한국군의 전투효과는 지난 8월 실시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서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다. UFG 연습은 과거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의 명칭을 바꾼 것으로 올해 처음으로 실시했다. 게다가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UFG 연습을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번 연습에서 지휘통제체제가 거의 자동화된 한국군은 북한군을 초기에 제압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모의전쟁에서 북한이 본격적으로 남한을 공격해오자 한·미군은 북한의 전략 시설과 무기를 제거하는데 주력했다. 북한군의 예봉을 꺾기 위해서다. 전쟁이 발발한지 첫 3일 동안 한·미군은 북한군의 눈과 귀, 우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무기를 제거해야만 전쟁을 수월하게 끌고 나갈 수 있어서다. 북한의 전쟁지휘소와 통신시설·방공망,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 등이 주요 목표다. 그 결과 한국군은 예상보다 빨리 한반도에서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5∼7일 사이에 한·미 공군이 한반도 상공에 대한 제공권을 장악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일찍 장악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을 위협하는 400여 문의 북한군 장사정포도 계획보다 조기에 공략했다고 한다. 한국군은 2005년부터 주한민군이 갖고 있는 대화력전 임무를 넘겨받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대화력전 임무는 북한의 장사정포 등 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임무다. 우리 군은 육군 3군사령부에 대화력전 본부를 설치하고 대화력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한·미군이 보유한 자주포, 다연장포(MLRS), 미사일, 전투기 등을 대화력전 체계와 연동시켜 유사시 공격할 표적을 자동으로 할당받아 실시간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우리 군은 북한의 장사정포 동굴진지를 유도폭탄으로 정확하게 파괴하는 실험까지 해보았다. 우리 군은 훈련에 앞서 북한군의 장사정포 동굴진지 여러 개를 우리 군 훈련장에 꼭 같이 만들어 놓고 파괴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공군 최신예 전투기 F-15K에서 투하한 합동직격탄(JDAM) 3발이 정확하게 3개의 동굴진지 입구에 명중, 매몰시키는 실험이다. 이상희 국방장권은 이 실험과정을 녹화한 동영상 내용을 UFG 연습에 참관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거의 무에서 시작한 한국군은 창군 60년 만에 이처럼 강력한 군대로 변모했다. 한국군은 남한을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하는 데에만 전력투구해온 북한으 ㄹ뒤로 따돌리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북한은 주민들을 억압하면서 모든 역량을 한반도를 무력으로 통일하기 위해 군사력에 투자해왔는데 결과는 비참한 상황이 되었다. 반면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따라 국민들의 자유를 보장해 자율적으로 문화 창달과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왔다. 남한과 북한의 체제경쟁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공산주의가 몰락함으로써 증명된 것과 꼭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공산독재 체제로 남한을 적화통일하려는 북한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험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에 마지막 시련이 남아있다. 남북통일이라는 숙제다. 북한은 국가체제, 사회시스템, 경제체제, 군사체제 등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뇌수술로 지도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북한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거치게 될 전망이다. 일종의 중풍을 맞은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국가 지도체제에 일대 혼란이 발생하고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 역사적 교훈에 따르면 북한이 내전상태로 돌입할 소지도 있고 북한 사회 전체가 한꺼번에 붕괴될 소지도 있다. 북한 사회가 건강한 상태면 그렇지 않겠지만 이미 경제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다. 김일성-김정일 독재체제가 무너지면서 블랙홀이 발생할 개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권력을 대체할 새로운 권력자가 나타나더라도 북한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는 북한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북한에는 여러 차례의 권력투쟁이 이어지면서 사회 전체가 혼란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은 살기 위해 무작정 남한이나 중국으로 탈줄하는 대량 난민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막강한 재래식 전투력을 가진 북한 군부가 나서 내전을 치를 수도 있고 그 화살이 남한을 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는 사이에 중국이 개입해 한반도의 일보를 다시 통제하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한반도의 시계바늘은 10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가 구한말 이후 100년 만에 또 다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구도다.
따라서 창군 60주년을 맞은 한국군은 1950년 6·25 전쟁에서 백척간두에 섰던 대한민국을 구했듯이 한번 더 역사적인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은 우선 북한이 김 위원장의 통치 불능으로 붕괴되거나 내전 또는 남침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도 가장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게 북한 급변사태에 관한 준비다. 중국의 개입을 막고 북한의 소요 사태를 진압하면서 남북통일로 이끄는 작업이다. 나아가 국방개혁을 완료해 동북아시아에서 주변 강대국과 함께 균형을 이루면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국방체제를 갖추는 것이다.(konas)
김민석(중앙일보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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