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국군장병들을 생각하며…
차가운 겨울밤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본능적으로 현역 시절 전방고지에서 겪었던 ‘칼바람’을 생각한다. 방한복을 뚫고 뼛속까지 파고들던 바로 그 매서운 바람이다.
칼바람의 추억 때문에 엄동설한 속에서 묵묵히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아들딸들만은 꼭 한 번 기억하고 그들에게 따뜻한 성원의 말을 남기지 않고는 이 해를 넘길 수 없는 것은 어찌 필자뿐이겠는가.
지금 이 시각, 하늘과 땅과 바다를 지키고 있는 우리 국군 장병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향로봉 정상에는 1m의 눈이 쌓여 강풍에 휘날리고 영하 30도가 넘는 체감온도는 살갗을 엔다는 소식에 가슴이 저린다.
아직도 최전방의 우리 병사들은 좁은 내무실에서 칼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다. 한 사람당 공간이 한 평도 채 안되는데 이는 체구가 비슷한 중국군의 3분의 1, 일본군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재래식 화장실은 또 어떤가. 현대식 생활에 익숙한 신세대 장병들에게 가장 큰 고역이라고 한다. 늦게나마 병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장병들은 이러한 환경을 탓할 여유가 없다. 전선에 어둠이 깔리면 완전군장을 메고 철책경계에 나서야 한다. 사랑하는 부모형제들이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루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 이 시각, 이 추운 겨울에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저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며 전선을 지키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덕분인 것이다.
올해도 우리나라는 퍽 다사다난했다. 청년실업률 사상 최고,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 수치가 보여주듯 경제는 뒷걸음쳤고 극렬 노사분규, 이라크 파병, 부안 방사성폐기장 건설 등 크고 작은 문제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굳건히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바로 이 나라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들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4·19 때 남침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던 북한이 올해와 같은 혼란기에 우리 국군이 없었더라면 뒷짐 지고 가만히 앉아 있었을까.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어떤 위정자도 동작동 국립묘지의 용사보다 위대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어떤 국민도 바다·하늘·땅에서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장병보다 더 칭송받을 수 없다.
누구나 군대는 전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군대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진정으로 이 땅에 전쟁이 없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총을 들고 전선으로 달려가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동서고금의 금언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군납 비리에 몇 명의 군인이 연루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군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일탈된 군인 때문에 전체 군인의 명예가 손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70만 국군 장병이 있다. 그리고 이들 절대다수의 장병들은 오늘도 휴전선과 3면의 바다와 조국의 하늘을 주시하며 혹한의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토방위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 군은 국가존립의 근간이다. 국군 장병들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주역들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튼튼한 국방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꽃필 수 있는 밑거름이다. 따스한 아랫목에서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나라를 지키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딸 국군 장병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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