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라는 열차의 보조석에 앉은 기분"
=탈북 시인, 김성민씨의 詩로 정체성 찾기=
"시를 쓰는 것은 나 자신을 찾고 완성된 남한 사람이 되는 과정입니다."
지난 9월 계간 문예지 '자유문학'(自由文學)가을호를 통해 등단한 '탈북 시인 1호'이자 탈북청년들의 모임인 백두한라회 회장 김성민(41)씨가 최근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정체성 찾기의 시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씨의 논문은 학술적인 일반 논문과는 달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한국 입국 이후 받았던 문화적 충격과 혼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고백' 등 30여편의 자작시와 함께 마치 자서전을 써내려가듯 담담히 풀어낸 것이 특징.
지난 99년 입국한 김씨는 지하철에서 본 연인들의 거리낌없는 애정 표현을 예로 들며 "남한에서 막 태어난 신생아와 다를 바 없는 참담한 현실,... 얼마나 큰 혼란을 겪어야 했던가"고 회상했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열차 안에 보조석으로 끼여 앉은 기분에 젖어들 때면 나는 왜 왔을까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며 자신을 비롯한 탈북자들이 겪는 소외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있는 그대로, 그래서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나'다운 모습을 인정해야만 지금의 방황과 혼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고 자문하며 적극적인 삶의 의지의 표현으로 자신이 탈북자임을 당당히 밝힌다.
그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탈북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때때로 고향 생각으로 가슴 아파하는 '지금'을 살고 있다"면서 "탈북자로서의 특수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나에게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의 시간 못지 않게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서서히 찾아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버렸다고 하면서도 정작 버린 적 없고, 잊었다고 하면서도 진정 잊은 적 없는 그리운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쓸 것"이라며 "새롭게 태어난 땅에서 새 삶을 살아가며 얻은 희망과 나를 향한 모든 고마움을 시 속에 담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탈북자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현재의 모습, 오늘의 나를 이끌어왔던 모든 과거와 미래의 꿈은 내 시의 영원한 주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대표적 작가양성 교육기관인 김형직 사범대학 작가양성반(3년제)을 졸업한 뒤 대위 계급을 달고 인민군 제212부대 선전대 작가로 활동하던 중 탈북, 지난 99년 2월 한국에 입국했다.
김씨는 군부대 작가로 활동하면서 희곡 '병사의 뉘우침'(1988), '촌극은 아니다'(1994년) 등을 탈고, 군예술 축제인 군무자 축전에서 소속 부대를 1등에 입상시키기도 했다.
그의 시는 최근 일본 문예지 '시와 문학'에도 실렸으며 현재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도 한국어로 낭송되고 있다.
그의 아버지 김순석(74년 사망)씨는 8.15 해방 이후부터 70년대 초까지 북한 시단을 이끌었던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작가 동맹 중앙위 초대 시분과 위원장과 김일성 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교수 등을 지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그는 박사 과정에 진학해 북한 문학을 전공, 남북 문화통합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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