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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쿠바식 무력 봉쇄, 중국에 김정일 축출 유도

Written by. 이장훈   입력 : 2004-01-06 오후 4: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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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 대표 펄 등 '악의 종말'이란 저서에서 주장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외교 정책 방향 제시


미국의 매파 중 가장 강경한 세력인 신보수주의자들(네오콘)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쿠바식 군사 봉쇄와 핵 시설 선제 공격 계획, 시리아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공개 선언서를 발표했다.



이 선언서는 다름 아닌 2004년 1월 1일자로 발간된 '악의 종말: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An End to Evil: How to Win the War on Terror)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워싱턴 정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리처드 펄 국방정책자문위원과 데이비드 프럼 전 대통령 스피치 라이터가 쓴 이 책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들은 이 책에서 '워싱턴의 분위기를 보면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가 워싱턴발로 보도(2003년 12월 31일자)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이 책에서 북한과의 대화에서 완전하고 즉각적인 핵 포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 1962년 쿠바처럼 북한을 무력으로 봉쇄하고 북한의 장사정포 등 야포의 사정거리 밖으로 미군을 철수시키는 등 공개적인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들은 제의했다. 이 같은 조치는 운이 좋으면 중국에게 김정일을 축출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북한에 보다 온건한 정권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이란의 경우 신정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반체제 단체를 적극 지원해야 하며, 시리아의 경우도 이라크로부터의 석유 공급 중단, 이란으로부터의 무기 수입 저지 등을 통해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와 프랑스를 적이거나 경쟁자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우디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중동을 통해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확산시키기 위해 테러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유럽 국가들에게 파리나 워싱턴 중 하나를 택하라고 말해야 한다'면서 프랑스에게 미국의 힘에 도전하지 말도록 강력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펄 국방정책 자문위원은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를 역임했으며,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3월까지 국방정책자문위원장을 지냈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절친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그는 유대인으로 이스라엘주의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편향적인 시각을 노출해왔으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워싱턴주 민주당 출신 상원의원 헨리 잭슨의 보좌관을 지낸 그는 로비 활동의 귀재로 언론으로부터 '어둠의 왕자(Prince of Darkness)'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냉전 시대 때 저명한 핵 전략연구가인 앨버트 월스테터 시카고 대학 교수의 사위이기도 한 그는 1996년 당시 리쿠드당 출신의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를 위해 '확실한 단절: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A Clean Break: A New Strtegy for Defending Realm)'이라는 보고서를 더글러스 페이스 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데이비드 움서 현 부통령 중동 담당 보좌관 등과 함께 만들기도 했다. 펄은 1997년 《더 위클리 스탠더드》 발행인 윌리엄 크리스톨과 로버트 케이건 등과 함께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The 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 PNAC)'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프럼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이른바 '악의 축'(The Axis of Evil)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유대인인 그는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으며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2001년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월스트리트 저널. 포브스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언론인으로 활약했다. 부시 대통령이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의 이라고 지목한 이후 프럼의 부인이 친지들에게 이 메일로 '악의 축'이 남편의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프럼은 사임했으며 네오콘의 아성이자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상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치켜세우는 '올바른 사람(The Right Man)'이란 베스트셀러를 펴내기도 했다.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워싱턴 특파원 데이비드 레니는 펄과 프럼이 '악의 종말'이라는 책을 출간한 이유를 네오콘들이 부시 대통령이 재선될 것으로 보고 집권 2기를 준비하는 어젠더 설정에 들어갔다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이 선거가 있는 올해에는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 확실한데도 불구, 네오콘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부시의 집권 2기에 다루어야 할 이슈들을 먼저 제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도 2004년 1월 1일자에서 부시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올해의 외교정책은 전쟁을 평화로 전환하는 것이며 이는 부시가 재선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 등 공화당의 전통 보수세력인 온건파는 앞으로 이라크의 안정화,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 정착,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노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완화 등이 외교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강경 정책을 이끌어 왔던 네오콘들은 이는 어디까지나 재선을 위한 전술적 변화일 뿐이며 전략 목표의 수정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차기 행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놓고 벌써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제공 :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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