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 전망
핵 보유국에 더욱 근접한 북한
북한이 핵보유국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 외무성은 북한을 아직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 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미국 군부 일각에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 한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다.
군사전문가들 혹은 국제정치학자들, 핵 과학자들이 어떤 나라를 핵보유국으로 인정 할 것이냐를 판단하는 가장 분명한 기준은 그 나라가 핵폭탄 폭발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행 했는가의 여부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비록 사전에 통보했던 폭발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이었지만, 핵폭탄을 폭발 시키는데 성공한 바 있었고 지난 5월 25일 히로시마 핵폭탄을 능가하는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간주되는 핵실험을 단행 했다.
북한이 현재 핵폭탄을 몇 발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지만 북한 핵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관련국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본 에세이는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동북아시아 관련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 할 것이며, 그 경우 동북아의 안보 환경은 어떻게 변화 될 것인가를 국가별 분석을 통해 전망하려는 글이다.
핵보유국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전략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북한 핵보유 사실을 부인하며,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1994년 10월 21일 북한과 제네바 핵합의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임시 봉합 하던 당시에도 이미 북한에 핵폭탄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 인정하고 있었다. 줄곧 북한 핵의 “폐기”를 말하던 미국은 1994년 여름 무렵 “동결”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동결이란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핵 활동을 중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이었다. 미국 관리들 중에는 북한이 적어도 핵을 1-2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북한의 핵 보유가 그 정도 수준에서 동결 될 경우 그것은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2001년 9월 11일의 테러 공격 이후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관점은 통째로 바뀌게 된다. 9.11 이전 미국이 우려했던 바는 북한이 한 두 발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수 십 발 만들고 그것들을 중동 국가들에게 수출 할 지도 모른다는데 있었다. 예상치 못한 테러 공격을 당한 미국은 북한이 단 한 발 의 핵폭탄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은 북한은 능히 테러리스트들에게 핵폭탄을 건네 줄 수 있는 나라로 생각 했고, 테러리스트들이 소유하게 될 지도 모를 단 한발의 핵폭탄은 9.11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빠져 들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의 핵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해체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해야 한다는 정책을 수립했고 CVID 정책은 부시 행정부 1기의 기본적인 대북정책이 되었다. 그러나 부시 2기 (2005-2008) 동안 미국의 대북 핵 정책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북한 핵을 폐기시키기 위해강압적이며 일방적인 조치보다는 6자 회담이라는 다자주의적 접근 방법이 보다 강조되기 시작했다.
6자회담이라는 다자주의적 노력에 병행,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정권 교체 (Regime Change) 시키는 방안을 동시에 모색했다. 미국은 북한 정권을 악의축이라는 이름으로부터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 했다. "국가"로서의 북한이 아니라 “북한정권"에 초점이 맞추어 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 주민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갈라놓는 방안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했고, 북한 정권이 위조지폐 제조, 마약수출, 가짜 담배 생산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폭로함으로써 북한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널리 알렸다.
2009년 취임한 오바마 정부 역시 북한 핵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 부시 정부보다 오히려 더욱 현실주의적인 접근 방법을 택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6 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을 폐기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없으며 강력한 경제 제재가 가장 효과적이 방안’ 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결국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북한 체제에서 유래하는 문제’ 로 보고 있다. 사실 미국은 모든 나라의 핵무기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문제 삼지 않고 있으며 인도의 핵무장은 오히려 지원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미국이 인정할 수 있는 정권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미국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만약 김정일 정권이 종식 되고 북한에 미국에게 보다 유연하고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선다면 미국의 대 북한 핵 정책은 지금과는 판이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동시에 북한의 차기 정권이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미국은 국가 대전략 상 북한을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인 지역으로 생각한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은 현재 두 가지 도전에 당면해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도전으로 강대국들로부터 오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하는 가장 눈에 띠는 나라는 중국이다. 미국이 당면한 또 다른 도전은 테러리즘으로부터의 도전이다. 미국이 두 가지 도전에 대처하는데 있어 북한은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나라다.
중국으로부터 오는 도전을 제어하는데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결정적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 수 있다면, 미국은 엄청난 전략적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된다. 북한은 미국의 대 테러전쟁 전략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 그 자체가 테러리스트로 인식되었고, 미국이 북한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경우 중동지역 국가 및 테러리스트들에게 흘러들어갔던 북한 무기들에 대한 걱정은 끝날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북한 핵무기를 물리적으로 완전 제거하는 방법과 더불어 핵을 보유한 북한에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게 하는 방법 등 두 가지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전자를 말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후자의 방법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두 번째 접근 방법은 결국 미국과 중국의 전략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핵보유국 북한과 중국
나라들은 적대국가가 갖춘 핵폭탄만 두려워한다. 미국은 영국의 핵폭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국은 미국의 핵폭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국, 미국, 일본은 북한의 핵보유를 두려워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중국은 오히려 핵을 보유한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강력한 완충국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 한 나라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방해 했다면 북한은 오늘과 같은 수준의 핵보유국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국제정치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 사실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선 북한의 핵 보유는 동북아시아의 유일 핵보유국이었던 중국의 지위를 망쳐 버렸다. 북한의 핵 실험,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있을 때 마다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 하는 나라는 일본인데, 일본의 이처럼 반응 하는 것은 결국 일본도 정상적인 군사대국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결국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미 중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허용한 것은 큰 실책 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북경대학의 차오위즈는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하는 실책을 저질렀는데 더 큰 실책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미국과 접촉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 동북 삼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에 거주하는 3억의 중국 인민이 북한의 핵무기 위협 아래 놓이게 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영원히 중국의 우호국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분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가 되는 일을 저지하려할 것이다. 북한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핵보유국 북한과 일본
자위대를 연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이야말로 일본 자위대의 어머니라고 말한 바 있었다.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벌일 때 마다 일본 자위대는 착실하게 한 단계 한 단계 상장해 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이 상당 수준의 핵능력을 갖춘 핵보유국이 될 경우, 특히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날, 일본은 마치 프랑스가 미국의 핵우산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며 스스로 핵무장을 단행한 것처럼, 핵보유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북한 핵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완벽하게 보호해 줄 방법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일본의 핵보유를 자극할 것이며 핵을 보유한 일본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의존도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본 정도 규모를 가진 국가가 핵무장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강대국이 하나 더 출현함을 의미하며 동북아 안보구도는 대폭 변화 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응전략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북한이 핵보유국이 될 경우, 남북한의 전략 균형은 북한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안보를 보장 해 주었던 미국은 북한과도 잘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며, 일본 역시 핵무장의 길로 나갈지 모른다.
북한이 핵을 군사무기화 시키는 경우 대한민국은 기왕의 재래식 전쟁억지 (Conventional Deterrence) 가 그대로 작동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려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그 도발을 전면 공격으로 간주하고, 휴전선을 넘어 반격(북진)할 것이며, 통일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천명함으로서 북한의 남침 도발을 억지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 할 경우 우리는 북한의 부분적 도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상당 규모의 도발을 감행 해 올 경우 한미 양국군은 핵을 보유한 북한으로 진격해 들어갈 수 있을까? 재래식 군사력이 궤멸 위기에 놓이게 될 경우 북한의 지도부는 그래도 핵사용을 자제 할 것인가?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와 한국의 악몽
앞에서 지적한 바처럼 핵을 보유한 북한은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를 대폭 악화시킬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은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 사실화 될 경우 최악의 상태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울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을 억지하기 위해 1차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경우100%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경우 우리나라는 스스로 핵무장을 갖춰야 할 것인가에 대해 번민해야 할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막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의 핵폭탄과 미사일이 상대국을 효과적으로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무기체계가 되기까지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 보다 단호한 대북 핵 폐기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Konas)
이춘근(이화여자 대학교 겸임교수/미래연구원 연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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