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최악 상황 대비해야
정부는 유엔·미국과의 대북 국제 공조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제2의 '개성 인질' 사태도 경계해야
개성공단 문제가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상생·공영’의 기조 아래 현 상태로 유지하려 하지만, 북한이 현상 타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치 않더라도 폐쇄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 있다. 6·11 제2차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임금 4배, 토지임대료 31배의 무리한 인상을 요구한 것은 개성공단에 관한 북한의 새로운 의도와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이율배반적인 개성공단 상황에 직면해 왔다. 공단으로부터의 연간 3500만~4000만달러 수입을 환영하면서도, 3만5000~4만명의 노동자가 자본주의에 ‘오염’되는 실태를 우려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일 정권은 3대 세습독재의 결속과 유지를 위해 공단 폐쇄라는 정치적 결정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달러벌이를 위해 공단을 지속시킬 것인지의 선택에 직면했다. 6·11 회담을 통해 나온 북한의 요구는 ‘인상’이 없는 현 공단사업은 지속하지 않으며, 자본주의 ‘오염’ 위험을 감수할 바엔 차라리 더 많은 외화 획득을 위해 핵·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의 사정을 손바닥 보듯 하는 북한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후 친북좌파 세력의 재결집과 대정부 공세도 의사결정의 주요 요인이 됐을 것이다. 현재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남북관계’를 구실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 북한의 핵·미사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북한은 여론 추이를 주목하는 현 정부가 쉽사리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못하리라는 계산도 했을 법하다.
개성공단은 2004년 ‘남쪽 자본+북쪽 노동’의 경협 형태로 시작돼 한동안 우리 기업이 이익을 남기기도 했으나, 지난해 북한의 일방적인 12·1 통행차단 조치로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 이후 기업 활동 및 통행자유 보장은 우리 기업이 북한에 요구하는 또 하나의 조건이 됐다. 아무리 유리한 경제 여건도 기업 활동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최근 보인 일방적 합의 파기 선례는 설사 북한과 새로운 조건으로 타협한들 과연 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 한 기업이 단독으로 공단 철수 결단을 내린 배경에 바로 이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가 개재돼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반도 안보 정세는 제2차 핵실험 후 유엔 등 국제사회와 북한 간 정면대결의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16일 한·미 정상회담의 주 의제가 북한 문제이듯, 북한의 ‘핵·미사일’ 총공세에 한·미 양국이 어떤 전략으로 공동 대응할 것인지가 외교·안보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강화된 대북 제재 결의 제1874호를 천명한 엊그제, 북한은 즉각 우라늄 농축 핵작업 착수를 선언했다. 한편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에 대비, 우리 군은 비상태세에 들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유엔·미국과의 대북 국제 공조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국 등 우방은 한국의 개성공단 대응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핵 개발에 도움되는 달러가 북한에 유입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한반도 안보 구도와 별개로 운용될 때, 그 효과를 볼 수 없을 뿐더러 동맹만 훼손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아울러 제2의 ‘개성 인질’ 사태도 경계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속성상 그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타협되지 않을 경우,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개성공단의 남북경협 모델 취지는 이상적이었지만, 북한 정권의 변치 않는 ‘벼랑끝 행태’로 상실될 위기에 있다. 그동안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 남북관계는 북한 내부 상황에 따라 기회가 또 올 수 있다. 너무 미련을 갖지 말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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