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 태워도 죄인가?
인공기 태워도 죄인가?
청와대 앞 인공기 화형식…경찰 처벌 노무현 대통령이 보수단체들의 인공기 화형식에 대해 북측에 유감을 표시하자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청와대 앞까지 진출해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 '인공기 화형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준호 민주참여네티즌연대(www.antidj.waa.to) 대표는 8월 20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김정일에 굴복한 노무현은 각성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갑자기 인공기를 불태웠다.
청와대 경비를 맡은 3∼4명의 경찰들은 이 대표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적극 저지에 나섰고 경찰의 수는 순식간에 20여명으로 늘어났지만 그런 중에도 이 대표는 "김정일독재 타도하자" "노무현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경찰은 일단 불태워진 인공기를 빼앗고 다급히 이 대표를 종로경찰서 통의파출소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기를 불태운 것이 위법행위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은 "불태운 행위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여있는 거리에서 이런 행위를 하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으므로 처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준호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노 대통령의 유감표명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그럼 인공기를 불태운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나중에 답변하겠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고 이후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이 대표의 이런 행동에 대해 파출소 경찰들도 어떤 조항을 적용해 처벌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 경비담당 경찰들과 오후 2시 40분경 파출소에 도착했지만 막상 경찰들조차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두고 우왕좌왕하다 서로 모여 논의하는 등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경찰은 거의 1시간만인 3시 30분경 "앞으로 인공기를 태우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면 훈방조치 하겠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이 대표가 "나는 죄가 없고 당연히 국민으로서 할 도리를 해서 못쓰겠다"고 맞서자 경범죄 처벌법 제 24조 '불안감조성' 죄를 적용 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러한 처벌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범칙금 부과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법정공방까지 예고했다.
- 경찰의 저지 속에서도 '노 대통령 각성하라'를 외치고 있는 이준호 대표.
이번 시위에 대해 이준호 대표는 "노 대통령의 굴욕적인 태도를 참을 수 없어 청와대 앞에서 시위와 함께 인공기 화형식을 하게됐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유사한 행사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는 "북한이 인공기 소각 재발방지를 촉구했는데, 이 행동에 대해 벌금을 물리면 북측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보수단체들이 계속해서 인공기 화형식에 나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시위를 취재하던 한 기자는 "과거에는 인공기를 소지하고만 있어도 북한을 찬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됐는데, 이제는 인공기를 학대해 처벌하는 세상이 됐다"며 "세월이 참 많이 변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다음은 이준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시위를 어떻게 계획하게 됐나?
노 대통령이 북한에 사과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적국의 요구에 이렇게 쉽게 굴복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기만하고 북한에 굴욕적인 태도를 보이는 태도를 보다 못해 청와대 앞에서 시위와 함께 인공기 화형식을 하게됐다.
- 경찰이 불탄 인공기를 뺐으려고 이준호 대표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의 유감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시위과정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방국의 국기를 훼손하는 것도 거의 제재를 받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는데 하물며 주적으로 분류된 북한의 인공기를 태운 것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해야 할 만큼 북측에 잘못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는 대구에 내려가 인공기 화형식을 계속할 것이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전국적으로 유사한 행사가 확산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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