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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화두

Written by. 송복   입력 : 2004-01-12 오전 8: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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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국가안보와 이익 … 국민이 나서 '주인행사'해야

2004년. 올 한해는 어떤 해여야 할까. 시쳇말로 이 해의 화두(話頭)는 무엇이어야 할까. 화두는 글자 그대로 말머리다.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는 첫말이다. 그 첫말에서 결론이 나온다.

올해의 화두는 ‘주인행사’다. 국민이 진짜 주인이 돼서 국가방향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기강이 무너져내리는 것도 국가방향이 혼미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고대국가든 현대국가든 공통적으로 2개의 ‘국가 이성(理性)’을 갖는다. 하나는 국가안보고 하나는 국가이익이다. 국가안보는 국민을 안전하게 살게 하는 것이고, 국가이익은 국민을 넉넉하게 살게 하는 것이다. 이 이성 때문에 국민은 비싼 세금을 내고 국가를 존속시킨다.

우리에게 국가안보는 한·미유대를 통한 국가의 안전보장이고, 국가이익은 시장경제를 통한 떡덩이, 즉 파이의 증대다. 국민이 그 어느 때보다 다짐하고 나서서 이 원칙들을 고수하는 것이 이 해의 화두고 할 일이다.

지금 우리는 앞의 것이든 뒤의 것이든 거꾸로 가고 있다. 한·미관계는 정권적 차원에서 반미(反美)코드가 조성돼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래 민족공조를 내세워서 국가안보의 기본을 무너뜨린 것은 이 정권에서도 다를 바 없다. 민족정서에 아무리 매달려도 국가안보는 보장되지 않는다. 김대중 정권 5년을 돌아보라. 김정일 정권에 갖다바친 현금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서 개인적으로 노벨평화상은 탔지만, 국가적으로는 북의 핵무기 개발로 6·25 이래 최대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반미 코드만큼 경제에서 반기업 정서도 일상화되어 있다. 세계화시대에 살아남는 길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뿐이다. 그 환경이 해마다 나빠져서 지난해 외국기업들의 국내투자는 2002년의 절반으로 줄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탈출은 곱으로 늘어났다. 그에 아랑곳 없이 정부는 여전히 규제 많은 큰 정부가 되어 있다. 기업은 클수록 좋고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는 세계화시대 전략이 우리에겐 아무 효용이 없다.

국가안보도 시대를 거슬러가고 있고, 국가이익도 시대를 거슬러 추구되고 있다. 현 정권의 방향인식은 100년·120년 전의 고종(高宗)과 그 측근 수구(守舊) 세력들의 방향인식과 다를 바 없다. 세계사의 흐름과는 완전히 등져 있다. 당시 수구세력들이 그 진로에 무지했듯이 지금 또한 정권적 차원에서 그것이 재현되고 있다. 그것을 비판하고 그것을 바로잡아라 하면 어김없이 수구로 몰고 반동(反動)으로 딱지를 붙인다. 수구도 진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선 완전히 거꾸로 되어 있다.

현 정권은 지난 50년의 헌정사에서 드물게 리더십이 없다. 있다면 분열적·적대적 리더십뿐이다. 오직 그 리더십으로 숨가쁘게 정권을 연명해 가고 있다. 부정맥 환자처럼 매일 같이 숨을 헐떡거리며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식으로 4년을 어떻게 더 갈 것인가. 간다면 또 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목표상실 진로상실의 상태에 오늘날처럼 어둠에 처한 때가 있는가.

대통령은 본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못해먹겠다는 소리를 예사로 한다. 국회 때문에, 언론 때문에, 노조 때문에, 드디어는 측근 때문에, 마침내는 재신임까지 걸고 나온다. 대통령 자리가 천금(千金)이라면 대통령의 시간 또한 천금이다. 그 천금의 시간이 그렇게 쉽게 낭비될 수 있는가. 눈을 똑 바로 뜰 사람은 이제 오직 국민뿐이다. 고통에 허덕일 사람이 ‘그들’이 아니라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송복·연세대 명예교수)

        (제공 : 조선일보 )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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