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미군 한강이남 이전 의미와 전망
`이전비용 전액부담' 국민적 반발 예상
한국이 용산 주둔 미군 7천여명을 한강 이남으로 완전히 옮기겠다는 미국측 제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것은
미국의 전세계 미군 재배치 전략을 수용하려는 의도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이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잔류를 끝까지 고집하다 막판에 미국측 요구안을 전격 수용할 태도를 보임으로써 122년간 지속된 서울의 외국군 주둔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명분은 얻었으나 천문학적 액수의 이전비용을 한국이 전액 부담토록 한 지난 90년 합의내용은 전혀 손대지 못해 국민적 반발이 예상된다.
양국이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과거를 점검하고 미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년 4월부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를 시작한 이래 미국의 유엔사,연합사의 한강이남 이전 입장이 감지된 것은 작년 11월.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한미연례안보회의(SCM) 직후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을 만나 드래곤 힐 호텔과 업무연락단용 부지 약 2만5천평을제외한 용산기지 모두를 한국측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용산기지 이전을 바라하는 한국민의 정서 등을 감안해 잔류부지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연합사와 유엔사를 오산.평택으로 이전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돌연 전달 해온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SCM에서 조영길 국방장관과 만나 "드래건 힐을 제외한 모든 미군시설의 오산.평택 기지로 이전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연합사 등의 잔류부지 면적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해온 28만평의 효과를 내는 수준의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끝내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연합사 등의 서울 잔류안은 `미래동맹' 회의가 시작될 때부터 미국의 진의가 아니었고 다만 북핵위기로 안보불안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이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은 2001년 9.11테러사건 이후 전세계 미군의 기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용산주둔 미군을 한강이남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이 대목을 일찍 포착했다면 더 좋은 협상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군은 작년에 미 2사단의 평택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3년간 110억달러의 규모의 한반도 전략증강계획을 발표하는 등 동북아 균형자로서 주한미군의 기동화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협상에서 지난 90년 용산기지 이전의 법적체계로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들이 다수 포함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폭 손질한 것은성과로 꼽힌다.
일례로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이 적용되지 않는 모든 청구권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가 손해보지 않도록 하거나 면책토록 한 규정과 관련해 미군 고용원의 청구권 조항은 삭제했다.
기지 이전에 따른 영내 식당이나 골프장, 볼링장 등 복지시설의 영업손실을 금전 보상토록 한 조항도 없애고 이사비용은 한국이 현금을 주지 않고 용역업체를 선정해 이전을 지원토록 했다.
한국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미군 건축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을 미군에 제공한다는 내용의 불평등 조항을 손질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이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전세계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용산기지의 한강이남 이전을 강력 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전비용을 한국이 부담토록 한지난 90년 합의내용을 전혀 고치지 못한 것은 국민적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용산기지 이전은 9.11테러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한국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전비용을 모두 떠안는 게논리적으로 맞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국은 연합사 등의 한강이남 이전 의지를 이번 회의에서 최종 관철시킨데서 알 수 있듯이 용산기지 이전을 내심 바라다가 기지를 서울 외곽으로 옮겨달라는 한국의 제의를 빌미로 30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이전 비용을 한국측에 고스란히떠넘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들은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은 동북아지역내 자국이익 실현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한데도 모든 이전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미군이 작년부터 한반도 주둔 해군과 공군 전력을 강화시키는 대신 육군병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규모는 향후 이전완료 시점의 주둔병력을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이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미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감축이 이뤄지면 이전 비용도낮아지는 만큼 주한미군의 중장기 움직임을 보고 이전 비용을 최종 결정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호놀룰루<하와이> 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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