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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기지' 상호신뢰로 풀어라

Written by. 박용옥 前국방차관   입력 : 2004-01-20 오전 1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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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당국은 지난 17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6차 회의를 마치면서 서울 용산기지를 -한미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해- 2007년까지 한강 이남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 국방당국은 또한 "연합사와 유엔사의 한강 이남 이전은 중.장기 차원에서는 오히려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기지 이전비용 및 양국의 의무조항에 관한 기본합의서와 이행합의서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용산기지 이전합의 하루 뒤인 지난 18일에는 국회 내 '주한미군 철수반대 모임' 소속 의원 1백33명이 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의 한강 이남 이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모처럼 합의한 이번 용산기지 이전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기지 이전 추진 과정에서 오히려 동맹국 간의 신뢰관계와 동맹의지가 손상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용산기지 이전에 이미 합의한 이상, 이제부터 한.미 양측은 상호 신뢰와 협력하에 기지 이전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이 우리 국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는 사실에만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사전 여건조성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기지 이전 비용조달 관련 정부기관 협조, 오산.평택 현지주민 및 시민단체 반응, 지자체기관 협조, 국회 동의 등 산적해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사전준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기지 이전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한강 이남 이전과 관련한 여러 가지 안보상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기능 소멸, 동맹의지 약화 및 북한군의 오판 초래, 국방비 증가 및 남북 군비경쟁 자극, 과도한 재정부담 등 제반 우려에 대해 국방당국은 정부의 확고한 입장과 대비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미국 측은 앞으로 3년간 1백10억달러를 주한미군에 투자해 대북 억제력을 오히려 더 강화한다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이와 유사한 구체적인 후속조치 방안을 제시해야 국민이 안도하게 되고 미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특히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및 전쟁억제기능은 미군의 주둔위치가 한강 이북이냐 이남이냐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한.미 군사동맹체제' 그 자체가 바로 인계철선이고 전쟁 억제력이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의미는 그 규모와 주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 한미연합사 및 연합작전계획, 연합훈련, 연례 군사회담, 한반도 유사시 증원계획 등 모두가 한.미 연합 군사태세의 구성요소가 되며 그들의 존재 자체가 확실한 전쟁 억제장치인 것이다.

넷째, 정치권도 이제는 이미 한.미 국방당국 간 합의로 결정된 사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보다 연합사 및 유엔사의 이전과정에서 한.미동맹관계와 연합방위태세가 추호라도 손상되지 않도록 정부의 후속조치를 감독하고 독려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끝으로 미국 측도 이제는 10여년 전에 합의한 '용산기지 이전 합의각서'(1990) 내용을 한 점도 변경할 수 없다는 경직된 자세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미 국방당국은 이미 합의된 방위비 분담원칙과 관련해 우리 측에게 정책집행상의 유연성을 보인 바 있다. 이번에도 그런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약속 준수가 신뢰의 기본임은 분명하나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타협이 결코 불신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한.미 군사관계는 지금 무엇보다 '상호신뢰'와 확고한 '동맹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합의나 계획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용옥 한림대 교수.전 국방부 차관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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