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유감 표명 반응] 北요구 하루만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9일, 우리 보수단체들이 지난 8·15 행사에서 북한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를 훼손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과 관련, 정치권과 각급 단체, 전문가들의 반응이 첨예하게 엇갈려, 파문이 예상된다.
비록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선언했던 북한이 하루 만에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수용,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통보해왔지만, 남남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가능성도 커 보인다.
◆ 성조기와 인공기를 동일시 하나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에선 ‘군사적 적대관계’인 북한과 ‘동맹국’인 미국을 동일시 하는 노 대통령의 인식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은 “미국은 동맹국이고, 북한은 적화통일전략과 핵개발 등으로 우리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대상인데,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으며,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성조기 등 외국 국기나 국장을 훼손하는 것은 형법 109조 위반이지만, 법적으로 ‘이적표현물’인 인공기를 훼손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북한을 정치적으로 주적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성조기와 인공기를 동일선상에 놓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인공기 소각은 실정법 위반 행위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대한민국의 정체성 수호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에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꼭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 대통령의 ‘유감’ 표명 적절치 못해
전인영 서울대 교수는 “보혁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최고 통치권자가 직접 나서면 남한 내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고 했으며,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려면 ‘우리 사회는 민주사회라 여러 의견을 표출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제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북한의 남한 길들이기 술책을 알면서도 유감 표명을 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의 조평통이 대회 불참을 선언했는데 우리는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한 것도 격이 안맞다”고 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정부가 그동안 진보단체들의 과격행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보수단체도 과격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북의 남남갈등 기도를 용인
정종욱 아주대 교수는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앞으로 남북 협상에서 북한의 각종 요구를 더 조장할 위험이 있으며, 최근 우리 사회의 보혁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남남갈등을 푸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성재(李成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장도 “북한은 동포, 주적 2가지 관점에서 이해되는데, 대통령의 발언으로 주적 개념은 완전히 사라져, 국민들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오고,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대화 상대 인정한 적절한 조치
그러나 박준형 통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6자회담으로 남북관계가 첨예한 상황한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찢고 인공기를 불태운 행위에 대해 우리는 상당한 유감을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적절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유니버시아드 불참 선언으로 남북 관계 경색을 우려하던 정부 당국자들은 노 대통령이 직접 서둘러 ‘유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북한도 입장을 바꾼 것이라며 안도해 했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19일 “북한도 이번에 많이 공부가 됐을 것이다. 북은 북대로 남쪽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하면 이런 문제는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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