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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京영사부의 ‘탈북자 전쟁’

Written by. 조선일보   입력 : 2004-01-24 오전 10: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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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130명 수용, 끊임없이 진입 시도중

 

안녕하십니까. 베이징특파원 여시동입니다.


지난 2001년 6월 탈북자 장길수군 일가족의 베이징 UNHCR(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 진입을 계기로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및 국제기구 사무실 진입이 러시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탈북자들은 베이징의 한국 대사관이나 한국 영사부(대사관과 별도 건물)가 아닌 제3의 외국 공관을 진입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탈북자가 처음으로 한국 영사부에 진입한 뒤 지금은 한국 영사부로만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제 3국 공관들이 탈북자 진입을 막기 위해 담벽에 철조망을 두르고 경비를 강화한데 비해 한국 영사부 건물은 외교 인원 거주 아파트 등과 연결된 복합 건물이어서 경비가 특별히 강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 영사부에 들어가기만 하면 대접을 받고 한국행도 문제없다는 인식이 탈북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유포돼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영사부에 탈북자들이 진입한 건수는 200건이 넘습니다. 제 3국 공관 진입까지 합칠 경우 총 250건 이상의 탈북자 진입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외국 공관과 한국 영사부에 진입했던 탈북자들은 신원 확인 등 조사 절차를 거쳐 예외없이, 지속적으로 한국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현재 탈북자들이 한국 영사부에 진입하면 한국으로 가는데 약 2개월 정도 걸립니다.



◆아직도 영사부 내 탈북자 130여명


베이징 한국 대사관 영사부는 지난해 10월 진입 탈북자 수가 120여명에 달해 영사 업무를 2주일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영사 업무를 재개한 뒤에도 11월 들어서면서 비자 신청 접수를 개별 민원인이 아닌 여행사를 통해서만 받기로 제한했습니다. 그동안 영사부에 진입한 탈북자들은 비자 신청 민원인으로 가장해 진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탈북자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비자 신청 제한 조치에 따른 일반 민원인(대부분 중국인)들의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영사부 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가 수용 탈북자 증가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2003년 10월 7일부터 여권, 비자 발급, 병역 등 일체의 민원업무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2003년 10월 6일 직원들이 업무 잠정중단을 알리는 공고문을 붙이고 있다./연합  


지금은 어떨까요. 영사부 내의 탈북자가 많이 줄었을까요. 지난해 하반기 영사부에 머물고 있던 탈북자는 한때 170여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후 비자 신청 제한 조치 등을 취한 뒤부터 지난 연말 130여명까지 줄었습니다. 나아가 이달 초에는 근 2주동안 탈북자 진입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 영사부 체류 탈북자 수는 80명 선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때 영사부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내 한꺼번에 20여명이 진입하는 등 탈북자 진입 행렬이 재개됨으로써 현재 또다시 130명 선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문전 쇄도와 터치다운 작전’



이처럼 한국 영사부의 ‘탈북자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사 10명이 번갈아 야간 당직을 해가며 100명이 훨씬 넘는 탈북자들과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피곤한 씨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민원인을 가장, 개별적으로 영사부에 들어갈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는데도 탈북자들은 어떻게 영사부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영사부는 보통 오전 9시 30분부터 비자 신청 등 민원 접수를 받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사부 직원들은 업무 준비를 위해 이보다 빠른 8시 30분쯤 출근하기 시작합니다. 탈북자들은 주위에서 기다렸다가 주로 이 시간을 활용합니다. 직원들이 영사부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우르르 함께 밀고 들어가는, 소위 ‘문전 쇄도와 터치 다운 작전’을 구사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들이 일단 영사부 건물 내부로 한 발이라도 들여 놓으면 한국행은 거의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입니다.



◆브로커 보수, 탈북자 1인당 1000만원



하지만 탈북자 문제는 ‘불쌍한 탈북자들이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데 당연히 다 받아줘야 한다’는 대의 명분 하나로 명쾌히 정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데 고민이 있습니다. 여기엔 브로커 문제가 주요 변수로 등장합니다. 브로커는 탈북자들을 한국 영사부에 진입시켜주는 대가로 탈북자들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탈북자의 경우 한국에 들어가면 1인당 약 3000만원의 정착 보조금이 나옵니다. 이 보조금에서 브로커들이 챙기는 ‘성공 보수’는 10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 한국 영사부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간 탈북자들 중 브로커의 지원을 받은 사람은 무려 70%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 영사부로 뛰어드는 탈북자 중 진정으로 한국행을 원했던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들 탈북자 중에는 북한에서 베이징이나 중국 동북지방으로 넘어온 지 수년이 지나 이미 중국 생활에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사람들이 상당수인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꼭 한국 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영사부로 뛰어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한국간 탈북자들 행복한가



‘탈북자 한국 송출’은 브로커들 사이에 이미 수익성 높은 물 좋은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브로커가 중국 동북지방은 물론 북한에까지 들어가 탈북자(북한 사람)를 모집해 베이징으로 데리고 나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탈북자 관련 일을 하는 한국 공관 직원들과 한국의 탈북자 교육 기관인 하나원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간 탈북자들이 진정으로 행복해 할까 하는 질문에 본인들 스스로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군 포로 문제도 점차 변질되는 느낌입니다. 현재 북한 또는 중국에 와있는 국군 포로와 접촉 중인 브로커들은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것을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군 포로는 일반 탈북자와 달리 한국으로 가면 수억원의 각종 보상금과 정착금을 받는 ‘거물’입니다. 브로커들은 이 보상금의 떡고물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국군 포로 문제도 간단찮아



물론 국군 포로 자신이 진정 한국행을 원한다면 브로커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국으로 가는 것은 당사자에게 일생일대의 의미가 있습니다. 전용일씨가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 정부도 당연히 이들의 한국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벌써 이상한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브로커들이 북한 내 조직과 연계해 국군 포로들을 속여서 중국으로 꾀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군 포로들은 일단 중국으로 넘어오면 불법 월경을 했기 때문에 북한의 가족 곁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탈북자와 국군 포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과 북한, 중국 3국이 쉬쉬하지만 말고 정말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머리를 맞대봐야 하지 않느냐는 탄식어린 호소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베이징=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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