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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변하고 있다.

Written by. 김대중   입력 : 2004-01-26 오후 1: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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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독자노선 택한 만큼 … 이해다툼엔 '봐주기'가 없다

한국과 미국의 여러 상황을 종합하건대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국’ 없이 가는 독자(獨自)의 길을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민의 의식이 그렇게 변하고 있고, 미국 역시 한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오래전에 잉태된 것이다. 한국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란 편식(偏食)을 해왔다. 그것은 6·25전쟁을 거쳐 냉전시대에 살면서 심한 이데올로기 싸움 속에 근·현대를 보내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한, 또는 강요된 선택이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하나의 가치 체계에 95% 이상을 의존해 왔다. 그래서 사고와 가치 체계의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화는 그런 ‘일변도’가 초래한 결과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성의 문(門)을 열면서 우리 사회의 시계 추(錘)는 그 반대의 벽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보수·우파’ 타도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이 ‘진보·좌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미(對美)인식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변화는 여중생 사망 사건과 같은 작은 틈새를 비집고 나와 이라크파병, 주한미군 재배치 같은 현안에서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을 단순히 「노무현적(的)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이 북한보다 한국에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최근의 여론 조사는 의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노 정권은 바로 그런 변화를 타고 자주(自主)라는 깃발 아래 그것을 추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겉으로는 관망하는 것 같지만 미국은 한국의 이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것은 이것이 한·미관계뿐 아니라 미국이 아킬레스건으로 여기고 있는 북핵문제에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미국의 싱크탱크 쪽 사람들은 외교부 장관의 전격 경질을 ‘친미파(pro-U.S.) 대(對) 좌파성향(left-leaning)의 싸움’의 소산으로 보면서 『아마도 4월 총선의 결과가 한·미간에 어떤 결정적 계기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의 대미(對美)인식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의 대한(對韓)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미국인의 대다수도 세대가 바뀌어 이제는 한국전쟁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한·미관계를 당연한 기정사실로 간주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한국이 싫다면 우리가 굳이 남아 있을 이유가 무엇이냐』는 식이다.

이제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한국의 보수 진영이 ‘안보 위기’에 절망하건 말건, 일부 좌파세력이 미국철수에 환희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한·미관계는 재조정의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미국 없는 자주외교’에서 더 나아가 ‘미국 없는 자력(自力)경제’, 그리고 ‘미국 없는 자주국방’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그 길을 선택한 것이라면 우리도 이제까지의 자세를 고치고 마음을 다잡아 먹어야 할 것이다. 명분상으로는 그럴듯하게 「자주」를 얘기하면서 뒤로는 『그래도 뭐 달라지는 것이 없겠지』 하고 기대하는 이중적 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미국이란 나라의 냉혹함이다. ‘특별 관계’의 울타리를 벗어난 미국은 언제나 저들의 이익과 이해에 철저했다. 한·미의 연(緣)에 구애되지 않는 미국이라면 상황에 따라 북한과의 문제에서 놀라운 선택을 할지 모른다. 한국이 변하는 이상 미국이 한·미관계에서 여전히 전통적 자세로 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미국도 변하고 있다.

(김대중·이사기자, 조선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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