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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당당하고 투명하게

"'막후'가 많을수록 국민 신뢰감 떨어져…"

Written by. 이상현   입력 : 2010-02-04 오전 11: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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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영국 B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조건 없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며 자신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작년 11월 6일 "만남을 위한 만남, 원칙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에서 보다 전향적으로 바뀐 태도다.

하지만 서해상에서는 해안포를 쏘아대고, 북한 당국자 입에서는 대남 비방이 여전한 가운데 갑자기 구체적으로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니 생뚱맞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언급 이후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지만 정부 당국자는 현재 남북정상회담 준비가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한 쪽에서는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는다 하고, 다른 쪽에서는 당장 올해 상반기에라도 정상회담이 열릴 것처럼 보도하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무엇보다도 그랜드바겐 구상 실현에 도움이 되는 정상회담이어야 한다. 언제 어떤 형식으로 열리든 다음 정상회담은 명확한 어젠더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해야 한다.

첫째, 남북정상회담은 당당하고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추진 상황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국민이 모르는 `막후`가 많을수록 그리고 정부가 시인도 부인도 안 하는 언론의 정상회담 관련 추측성 `특종`이 많아질수록 국민의 신뢰감은 떨어진다.

만일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밝혀서 결렬될 회담이라면 그런 정상회담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고, 만일 북측이 이를 안 받으면 정상회담 카드를 미련 없이 버린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 당연한 말이지만 북핵 문제가 최우선 어젠더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등 남북 간에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결국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답을 정상회담에서 들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막대한 현금을 북한에 제공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시간에 쫓겨 감당하지 못할 합의에 무작정 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정상적인 방법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보다는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한 정치적 이벤트의 성격이 컸던 결과다.

셋째, 시기와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 정상회담을 한다면 가급적 이 대통령 임기 중 이른 시일 내에 하는 것이 좋다.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3년차를 넘기면 정책 추진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상회담처럼 중요한 문제를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정권 말기로 갈수록 조급함 때문에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기 쉽고, 차기 대선을 앞둔 정치적 이벤트라는 오해를 자초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이명박 정부 임기 3년차 혹은 늦어도 4년차 초에, 이왕이면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고, 김정일 위원장은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어도 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 서로 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마지막으로 남북정상회담이 국내 정치 일정과 연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6월 지방선거나 세종시 문제 같은 국내 정치 이슈에 연계되면 또다시 불필요한 정쟁을 피할 수 없다. 여도 야도 오로지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잣대로 정상회담에 접근할 때 국민들이 지지하고 성원할 것이다.(http://www.sejong.org/)

이상현(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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