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 ‘빨치산 찬양’ 교육 교사가 무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 끼칠 위험성 없다’며 무죄 선고
제자들과 함께 '빨치산 추모제'에 참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전 교사 김모(50세)씨에게 법원이 17일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05년 5월 말 전북 임실군 관촌중학교에 도덕교사로 근무할 당시 회문산에서 열린 ‘제 2회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학생 및 학부모 등 180여명과 함께 참가하고 평소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며 이를 각종 행사 등에서 전파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교사를 사직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회문산은 6·25전쟁 때 남한을 공산화하려고 무장 게릴라 활동을 한 빨치산의 본거지 중 하나이며, ‘통일 애국열사’는 빨치산을 뜻한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인민군 혁명가 등 다수의 이적 표현물을 베껴 소지하면서 ‘6·15 시대의 전진을 가로막아온 미국의 죄악’ ‘김일성 주석 탄생 94돌, 김영남 보고’ 등을 인터넷 등에 게시·반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 추모제 전야제에서 학생들은 빨치산 출신 장기수들을 ‘훌륭한 분’이라고 표현한 편지를 낭독하고, ‘전쟁 위협하는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는 등 구호를 제창하며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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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주지법 형사1단독 진현민 판사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에 참여(이적동조)한 김씨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진 판사는 판결문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 무장봉기, 군대동원 등을 전제로 하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론 등은 실질적 해악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통일 등의 주장은 그 표현만으로 섣불리 실질적 해악성이 있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한 “‘빨치산 추모제’는 강한 상징성 때문에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선뜻 수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적어도 피고인이 실질적인 해악성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이어 “피고인 등 교사와 K중 학생·학부모들은 1회적으로 전야제에 참석한 뒤 다음날 추모제 본행사는 참가하지 않았고, 반외세·자주통일 등 주장은 헌법 안에서 용인될 수 있으며, 학생들의 빨치산 장기수 긍정 표현도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다”고 밝혔고, “이적 표현물도 개인 용도였을 뿐 다수인을 상대로 선전·선동하기 위해 작성·소지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일부 배포한 문건도 피고인이 이적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설사 인식했어도 국가변란을 선동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김씨가 빨치산 전야제에서 ‘제국주의 양키놈은 한놈도 남김없이 섬멸하자’ ‘미국과 이승만 괴뢰정부를 끝까지 타도하자’는 등 빨치산 출신의 발언에 손뼉을 치고 구호를 외치는 등 호응했다고 기소했으나, 진 판사는 “이 발언이 빨치산 출신 증인의 법정 진술과 경찰 현장 보고 등과 배치되고 있고, 피고가 외쳤다는 구호도 학생들이 외친 구호 정도에 그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각종 이적 표현물을 취득해 인터넷 카페에 게재했고 자신이 지도하는 중학생들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가 비전향 장기수들을 만나게 했다”며, “이는 국가보안법 7조 5항(이적표현물 제작·배포·소지)을 위배했다”면서 징역 4년과 교사 자격정지 4년을 구형한 바 있어, 이번 판결이 “이념적으로 백지상태인 어린 학생들에게 특정이념을 주입하면 학생들에게 우리 체제를 부정하게 만들 위험성이 있는데도 실질적 위험성이 없다고 본 것은 일반 상식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는 1999년 교사로 임용돼 2006년 2월까지 임실 관촌중에 있다가 군산 동고로 자리를 옮겼으며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 전북통일교사모임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추모제 전야제에 참가한 당시에는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이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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