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지 말았어야 했던 세 가지 이유
현대그룹은 1998년11월28일 속초에서 해외에서 용선(傭船)한 배로 첫 번째 금강산 관광선을 띄웠다. 그로부터 2주일 전인 11월14일 필자는 15대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민주연합을 대표하여 행한 대정부질문 발언을 통하여 현대의 금강산 관광 사업을 결국 실패로 몰아 갈 ‘세 가지 위험’을 경고하면서 정부(金大中 정권)에 대해 “현대의 상업주의에 편승하여 '햇볕정책‘에 불을 붙여 보겠다는 허망하고도 위험한 발상을 버릴 것”을 요구했었다. 이제 작년에 있었던 박왕자 여인의 피살(被殺)로 사실상 문이 닫혀 있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이번 북한측의 일방적인 남측 재산 몰수와 남측 인원 추방 조치로 완전히 결단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1998년11월14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대정부질문 발언을 회상하지 아니 할 수 없게 된다. 그날 대정부질문 발언의 금강산 관광 사업 관련 대목을 다음에 기재한다. 독자들의 일독(一讀)을 바란다. [李東馥]
<1998년11월14일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 발언>(발췌)
며칠 전 본의원은 북한으로부터 귀환한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텔레비죤 기자회견을 시청한 바 있습니다. 이 때 본의원은 정 회장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침없이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또한 김정일의 사람 됨됨에 대해서는 부자분이 앞을 다투어 "예절과 경우가 바른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본의원에게 이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왜냐 하면 이 같은 정 명예회장 부자분의 발언 내용은 오늘날 한반도의 안보현실, 그리고 남북관계의 현주소와는 너무나 괴리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정 명예회장 부자분이 북한지역에서 김정일을 대면했을 때 소위 "로마의 법"에 따라 그를 어떻게 호칭하던지 또 그에 관하여 어떠한 인상을 느끼던지 그 것은 시비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돌아 와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는 경우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지금도 국가안보가 여전히 최고 국정지표입니다. 북한 공산정권은 여전히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60만 대군으로 북한에 대치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국민총생산의 3%, 정부예산의 20%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채 민주주의 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고무·찬양죄'를 존치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엄연한 안보현실인 것입니다.
이번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는 우리의 군 장병들이 북한을 어떻게 호칭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큰 쟁점이 되어야 했습니다. 국방부 감사를 통해 본의원은 우리의 군 장병들은 북한이 국가안보의 '주적'으로 남아 있는 한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정신무장을 하기 위하여 지금 새 정부 하에서도 북한을 '북괴'라고 호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 부자분의 이번 방북 후 발언들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이 나라 굴지의 재계 지도자들이, 정부의 축복 하에, 북한의 "예절과 경우가 바른 장군님"에게 소를 몰아다 주고, 거금을 가져다주고, 기름을 구걸하고, 되는 것 안 되는 것 가리지 않고 함께 사업을 하려고 애를 쓰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군 장병들이 문제의 '예절과 경우가 바른 장군님'을 '북괴'라고 부르며 '적개심'을 불태울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우리의 안보에는 중대한 허점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까? 이 질문에 대하여 통일부장관이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정일에 대한 '장군님' 호칭이나 김정일관에 관한 정 명예회장 부자분의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당연히 실정법 저촉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앞에서 언급한 최장집 교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의 법적용상의 형평성과 보편성에 관하여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국가안보 영역에서도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됩니다. 통일부장관께서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본의원은 현대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북사업은 많은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표적 사업인 금강산관광사업은 크게 보아 세 가지의 위험이 있습니다.
첫째로 이 사업은 사업 자체로 채산성이 없기 때문에 부실사업화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이 사업이 부실화된다면 그로 인한 부담은 결국 정부,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입니다.
둘째로 북한의 대남도발이 근절되지 않는 상황 하에서 이 사업을 강행·추진할 경우 현 정부 대북정책 3대원칙 제1항의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납" 조항이 사문화 될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로 북한은 이 사업의 이행을 무기로 삼아 우리를 협박함으로써 작금의 미·북 협상과정에서 미국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정부를 농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현대가 추진하는 대북사업은 황혼기의 노기업가의 집념에 찬 감상적 귀소본능(歸巢本能)과 현대 특유의 상업주의 근성에 의하여 거의 맹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대그룹의 이 맹목적 대북사업에 편승하여 소위 '햇볕'정책의 성패를 여기에 거는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데 있습니다.
현대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과잉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소위 '장군님' 호칭 말고도 예컨대 이른바 "원유공급 합의" 운운 주장이 거기에 해당됩니다. 북한은 지금 원유의 부족으로 발전시설과 산업시설 가동율이 30%에도 못미치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북한지역의 원유매장은 매장량이 문제가 되기에 앞서 매장여부에 대한 정설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는 그러한 북한을 상대로 그 것도 정 명예회장이 일방적으로 김정일에게 요구하고 김정일이 건성으로 대답한 것을 가지고 일부 우리 국민들의 기대심리에 불을 당기는 무책임한 불장난을 벌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의원은 정부가 현대의 상업주의에 편승하여 '햇볕'정책에 불을 붙여 보겠다는 허망하고도 위험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통일부장관의 의견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dblee2000.pe.kr/
이동복(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15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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