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성공하려면
이달 중 6자회담이 속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관계국들로부터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반기문 외교장관은 1일 6자회담의 이달 중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날 입국한 미국측 수석대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도 "차기회담이 머지않아 2월중에라도 열릴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서울, 도쿄로 이어지는 켈리 차관보의 순방일정은 속개될 6자회담에 대비한 한ㆍ미ㆍ일 3국의 막바지 조율작업으로 보인다.
6자 회담은 지난해 8월 한 차례 회담이 열린 뒤 다섯 달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먼저 회담이 열려야 이견 조정도 가능할 것이므로 장기간의 공전상태를 끝내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바람직하다 하겠다. 회담 개최부터가 안개 속인데 그 결과물로 내놓을 공동보도문 성안에 매달리다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지만 지금이라도 방향을 선회한 것은 잘한 일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달 한ㆍ미ㆍ일 3국 정책협의회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기류이다. '선(先) 핵사찰을 전제한 핵동결, 후(後) 상응조치'로 요약되는 새로운 대응책은 그 동안 거론조차 안 됐던 사찰문제를 요구사항에 첨가했다는 점에서 대북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다. 동시행동 조치를 요구하는 북측 입장은 차치하고, 실제 사찰을 이행하기까지 극복해야 할 수많은 난제를 감안하면 북핵문제가 언제쯤 끝을 보게 될지 막막해진다.
핵 동결이든 폐기든 그것을 검증하기 위한 사찰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사찰로써 입증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계획과 관련 `확고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알려진 `증거'도 따지고 보면 미국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해 객관성을 결여하고 있다. 켈리 특사와 강석주 외무부상 사이의 대화록을 보면, 혹시 언어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 상의 오류가 있을 수는 있겠다 싶지만 우라늄 계획의 `시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또 다른 증거물로 내세우는 고강도 알루미늄관은 그 용도가 반드시 우라늄 고농축용 원심분리기 제조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수입했거나 수입하려 한 것을 확고한 증거로 보기 어렵다.
세계 최강의 정보력이라 해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존재를 둘러싼 논란이 잘 보여주고 있다. 몇 해 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금창리 동굴 건에서도 미국의 정보력은 예상 외로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런 전례가 아니더라도, 관계국들이 수긍할 수 있는 `확고한 증거'를 먼저 제시한 뒤 우라늄 핵계획의 사찰을 요구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본다. 새롭게 정비된 외교 안보라인은 실사구시에 입각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재자 역할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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