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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전 복구…위기관리 빛났다

Written by. 중앙일보 윤혜신 기자   입력 : 2003-08-18 오후 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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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효과' 발빠른 대응 … 약탈 거의 없어
1977년 정전 당시 무법천지와는 딴판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날이 지나갔다. 정전사태가 터진 지난 14일 오후 4시(현지시간)부터 하루가 지나면서 전력 복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15일 저녁에는 정전이 강타했던 미.캐나다 동부지역 대부분이 다시 환해졌다.

이번 정전사태는 미국인에게는 '배전(配電) 후진국'이란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1977년 사태와 달리 뉴욕은 별다른 소동이 없이 '위기관리 선진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인들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집단 정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평온을 보여준 뉴욕 상황이 커다란 뉴스가 되고 있다. 77년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그해 7월 13일 오후 9시30분 정전사태가 터진 후 다음날 밤 전기가 들어오기까지 25시간 동안 뉴욕은 완전히 무법천지로 변했다. 시내 곳곳이 방화범들에 의해 불탔고 상점들이 무더기로 약탈당했다. 8천여명의 경찰관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강도.강간.살인이 마구 자행됐다. 시민들은 폭죽처럼 터지는 총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13일 밤에만 약 3천명이 검거됐고 수백명의 경찰관과 약탈범들이 부상했다. 검거된 사람 중 10%만이 사회복지 대상이 되는 하층민이었다. 직장도 있고 일정한 수입도 있는 멀쩡한 사람들이 대거 범죄자로 돌변했던 것이다. 미국의 치욕이었다. 당시 소련은 "전기 한번 나갔다고 범죄자들의 천국이 되는 병든 미국을 보라"고 대대적인 공산주의 선전공세를 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4일 밤 비상경계에 나선 1만여명의 경찰은 8백50명을 검거했다. 이 중 정전과 관련된 사람은 2백50명뿐이었고 사안도 경미했다. 부상자는 없었다. 거리는 암흑이었지만 공포는 없었다. 뉴스데이지는 "자원봉사자들이 신호등이 꺼진 네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정전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진 가장 큰 원인은 9.11 테러를 경험한 이후 미 연방정부와 뉴욕을 포함한 지방정부들의 위기대응 능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14일 오후 4시 대규모 정전사태가 터지자 워싱턴에선 20여명의 국토안전부 고위관리들이 각 주정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경찰 등과 밀접하게 연락하면서 대책회의를 했다. 한시간만에 이들은 "이번 정전은 테러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신속하게 시민들에게 알렸다. 뉴욕에선 테러 비상대비 훈련을 했던 대로 경찰관.소방관 등 공무원들이 소집돼 지하철이나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구조했다.

정전시간대가 달랐던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77년의 정전은 밤에 이뤄졌지만 이번 정전은 낮에 시작돼 해가 질 때까지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전 29시간 만인 15일 오후 9시3분 전력공급이 완전히 복구되면서 맨해튼에 불빛이 다시 찾아들었다.

타임스퀘어의 네온사인도 다시 켜졌고, 브로드웨이 뮤지컬극장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뉴욕시내 29개 지하철 전 노선과 롱아일랜드와 뉴욕주 북부지역을 잇는 통근열차도 16일 오전부터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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