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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과 우리의 안보

Written by. 고성윤 박사   입력 : 2004-02-09 오후 4: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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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이 종료된 지 10개월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이라크의 치안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한국군 주둔 예정지역인 키르쿠크 인근 미173강습여단 및 101보병사단의 작전지역에서 1월31일과 2월1일 폭탄테러로 미군 3명과 민간인 57명이 사망하는 공격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살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체포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미국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이라크 안에서의 조직화된 대규모 테러활동이 약화될 조짐이 있어 치안상태는 점차 안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라크 내부의 종파 간·종족 간의 분쟁이나 분리주의운동에 따른 충돌을 예방하고 정보 왜곡에 대한 의혹 등으로부터 부시 행정부가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미국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경쟁국들과 다수의 중동국가는 미국을 비난하고 발목을 잡는 데 앞장섰으나 현재 그러한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지는 편이다. 이라크의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동참이 확대되고 동시에 리비아·시리아·이란 등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포기하거나 투명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등 미국의 정책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제사회 여론은 실리 계산에 따라 급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판론은 미국의 패권 강화에 따라 손해를 볼 수 있는 국가 및 반미 정서를 가진 세력들에 의해 확산된 바 있으나 변화의 추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영 동맹군을 비롯해 현재 20여개 국가의 다국적군이 작전에 임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여론도 미국에 우호적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변화와 이라크 내의 상황을 볼 때 지금은 정책결정자나 일반 국민 모두 추가파병의 명분에 대한 논쟁이나 여론 추이를 살피는 등 소모적인 일에 얽매여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파병부대를 적기에 보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

도와달라고 하는 미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이상 합리적 수준에서 세부적 협력사항을 정리하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느끼도록 차분히 준비하면 될 것이다. 파병부대의 규모나 성격에 대해서도 정리된 상태이므로 앞으로는 이 부대가 현지에서 안전하게 작전할 수 있도록 부대 편성 및 교육훈련, 현지 경찰력과 다국적군과의 협력 등 현지 적응을 위한 사전 준비에 진력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또 다른 일은 파병장병들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출국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는 일이다. 국민적 성원은 파병부대원들의 자부심과 사기를 높여 성공적인 임무 수행과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파병을 계기로 우리는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변화는 도처에서 나타난다. 9·11 테러 및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대외 안보전략은 더욱 현실주의적 방향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질서 재편은 바로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경쟁적 강대국들조차 미국과의 ‘전략적 호흡’을 함께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어물어물하다가는 낙오되기 십상인 형편이다. 그만큼 우리의 처지가 한가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안보적·경제적 상황이 남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제관계에서 항상 현실적 계산과 철저한 손익계산 하에 행동하는 국가이며 냉정한 상호주의에 입각, 정책선택을 하는 합리적 국가다. 이는 도움을 못 받을 경우 도움을 안 줄 수도 있음을 의미하며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과 도움을 제공하는 세력을 냉정히 구분하는 행동양식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미국을 도울 경우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실익을 더 크게 보장받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러기에 파병문제는 근시안적 입장의 손익계산에서 벗어나 먼 훗날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사안임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의 군사전략은 기존의 틀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전통적으로 고려됐던 한반도의 지정학적·군사적 중요성 역시 도전받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군사력 운용의 효용성 때문이다. ‘신속기동군’ 운용 및 단기간의 사전배치 능력, 투사력 확대 및 신속한 군수지원체제의 가동 등 ‘전력변환’의 혁신적 사고가 이제 현장에서 점차 실체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안보상황을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한·미 간의 신뢰를 더욱 높여 나가야 한다. 따라서 파병 시기는 미국의 부대순환 시기와도 맞물리는 등 협력이 필요한 일로서 적기에 파병,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제공:국방일보)

〈고성윤 박사·한국국방연구원 군사기획연구센터장〉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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