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운세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심각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이에 대한 대응에 따라 안정적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불안정한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것인지가 결정되는 해를 맞이하고 있다.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핵문제다. 북한 핵문제는 북한 정권의 존폐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북한 핵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줄 미국은 연말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재선을 목표로 하는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이용하려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 포기를 수용한다면 대북(對北) 협상을 급진전시킬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미 대통령 선거 후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6자 회담 무용론에서 6자 회담 재개 동의로까지 태도 변화를 보였고 지난 1월에는 미국 대표단의 북한 핵시설 방문을 허용하고 핵개발 동결 조건으로 경제지원 및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등 협상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여전히 선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어 핵문제에 대한 협상은 상당 기간 동안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부시가 재선된다면 협상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급적 미 대통령 선거 이전에 협상하는 것이 많은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으로서는 한국·중국·러시아·일본 등의 협상 압력을 쉽게 뿌리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대내적 동원을 위해서도 사용하고 있다. 경제가 침체되고 탈북자가 증가하는 등 사회적 일탈 현상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을 공고히 하고 북한 사회의 통합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핵개발을 통한 대외적 위기감 조성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체포 사건은 북한 정권에도 충격을 주었을 것이며, 핵무기 개발을 통한 대내외적 안전보장은 무망함을 암시해 주었을 것이다.
북한은 올해 핵문제와 관련한 중대 결단을 내려야 할 뿐만 아니라 경제개혁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 이미 2002년 ‘7·1 경제조치’ 이후 배급제의 폐지, 임금·물가의 현실화, 이윤,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왔으며 주요 도시에 대규모 종합시장을 건설하는 등 시장경제 요소들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개성공단의 착공식은 북한 경제체제의 변화를 한결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실리 사회주의’는 아직은 근본적 변화의 단계는 아니나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시장경제 요소의 확산은 북한의 정치적 통제를 이완시키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불가피하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사회의 변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통제가 미치지 않는 사회활동에서는 사회주의 이념이 급속히 쇠퇴해 가고 있으며 북한 주민의 대남 인식도 우호적으로 전환돼 가는 징조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지난해 12월, 5년 만에 육로로 금강산을 다시 방문했을 때 북한 관리원의 태도 변화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전의 적대적 감시 눈초리가 사라진 북한 관리원이 먼저 요청해서 시작된 대화는 50분간이나 지속됐으며 하산길을 배웅하면서 언제 자기 집에 초대해 두부탕을 대접하고 싶다며 아쉬운 작별까지 나누었다.
북한은 올해 갈림길에 들어섰다. 정치·군사 분야는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경제·사회 분야의 변화를 통제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에 대한 정치적·군사적 통제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으며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문턱에 들어섰다. (제공:국방일보)
<양승함 연세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