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이 된 총선연대
참여연대가 주축이 된 "총선연대"가 지난 2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공천반대인사 66명의 명단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총선연대의 이러한 행위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져 있으며 정치권의 반응 역시 찬반으로 갈라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총선연대의 이러한 심판자적 행동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회악임을 고발하고자 한다. 지난 날 특정 정부의 권력이 비대하던 시절 권력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출발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금은 연대를 구성하여 무한대의 권력을 행사하는 골리앗으로 변했다. 국민의 권리행사를 지원하기 보다는 국민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 총선연대는 어느 새 민주주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다.
민주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에 바탕을 두고 정부가 구성된다.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제한되는 것은 그것이 공권력에 의한 것이든 시민단체의 압력에 의한 것이든 상관없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것이다.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그 어떤 형태의 강제적 억압도 그 속성은 동일하며 비민주적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민주화 운동은 특정 정권의 공권력에 의한 억압에 항거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성취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억압적 세력을 맞게 되었다. 바로 시민단체로 집결된 특정 세력의 독선과 편견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한 국가적 또는 사회적 문제를 개혁이란 이름 아래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여론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매도하고 사회적 적개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에 의해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는 집단최면을 낳게 되었고 그 결과 국민이 독립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사회적 압력이 되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민주사회의 기본인 '법에 의한 지배'를 거부하는 인민재판식 폭력으로 변질되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이들이, 더구나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압력단체의 하나인 이들 시민단체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도 없이 심판자적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국민은 나라의 주인으로서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투표권과 참정권은 국민이 가진 본질적인 기본권이다. 국민의 기본권의 행사는 누구의 간섭이나 압력 또는 강제력에 의해 제한될 수 없다. 그리고 이 기본권은 자연인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지 어떤 결사체나 집단에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총선연대에서 자신들이 정한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낙천낙선자 명단을 발표하는 것은 형태가 약간 변질된 인민재판과 다름이 없는 폭거다. 국민들이 누구를 찍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유권자 각 개인이 판단할 문제이다. 어떤 한 개인이나 단체가 조금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부당하게 개인적 선택에 영향을 주려고 시도하는 것은 기본권의 침해다. 나아가 집단의 위세를 동원하여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각 개인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이것 또한 군사독재에 버금가는 단체독재에 다름없다.
더구나 시민단체가 자신들이 정한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인물을 낙천낙선자로 판정을 내리고 공개적으로 명단을 발표할 권한은 없다. 참정권의 제한은 오직 법에 정한 권한을 가진 국민의 대표 기관에서만 결정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는 오직 법원만이 그러한 심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공유하거나 특정한 사회문제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으로서 그들에게 국민이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활동 결과에 대해 그들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회적 압력단체의 하나일 뿐이다. 이들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특정 개인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정상적인 활동범위를 벗어난,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폭력의 행사다. 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초법적인 혁명적 행위에 해당하며 그런 의미에서 헌법으로 표현된 민주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이들은 "'개혁에 반하는 구시대 정치인, 부패무능 정치인'들을 정치현장에서 영구 퇴출시키기 위해 '2004총선시민연대'를 결성하고 낙천낙선운동을 선언"하였다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 선언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듯이 이들은 특정한 정치인을 목표로 겨냥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원칙의 설정이나 정보를 공개하여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차원을 넘어 특정 개인을 정치현장에서 영구히 퇴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그러한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적이 없는 초법적 집단행동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내세운 낙천대상자 선정기준도 자의적이다. 왜 그러한 기준이 다른 기준보다 중요하거나 우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도 없다. 그리고 이들이 내세운 목적과 기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이들은 "개혁에 반하는 구시대 정치인, 부패무능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은 부패 비리 행위, 선거법 위반 행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워 '개혁'과 관련된 기준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다. 나아가 이들이 말하는 개혁이 "시민사회가 중심적으로 추진해 온 각종 개혁법안 및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개악을 주도한 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정치인을 반개혁적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아도 자의적 기준에 불과하다. 이들의 '개혁'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개혁에 대한 정의가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들이 가장 먼저 내세운 부패 비리 행위나 선거법 위반 행위는 이들이 아니면 심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가 은폐되어 있지도 않다. 이러한 정보는 이미 공개되어 있으며 관심 있는 유권자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이 분명한 기준마저 편파적으로 적용하여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이들은 또한 '경선불복 행위'와 '철새정치 행태'를 낙천의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분명 국민이 식상을 하고 있고 또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위법행위는 아니다. 만약 이러한 행태가 중요한 낙천낙선의 사유라면 시민단체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집단적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취지의 규정과 법을 제정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일 것이다. 시민단체가 이를 이유로 낙천낙선 대상자를 선정하여 공표하는 유권자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낙천낙선은 정당과 유권자의 고유한 판단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헌정파괴, 반인권 전력"도 낙천낙선 기준으로 내걸었다. 이들은 특히 5.16과 80년 사태에 초점을 맞췄다. 일견 타당한 것 같다. 그러나 법에 의한 심판에 의하지 않고 시민단체가 법을 대신하여 판정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폭력에 해당한다. 이 역시 유권자가 판단할 문제다. 총선연대와 달리 판단해 온 유권자가 무식해서 총선연대와 다른 결정을 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총선연대가 짐작하지 못하는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더욱이 헌정파괴와 관련해서는 위헌적 방법으로 북한에 현금을 제공하여 이적행위를 한 혐의가 있거나 특히 자유민주체제 하의 통일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여 연방제를 추진하는 등의 위헌행위도 포함되어 마땅하다.
도덕성 및 자질과 관련한 기준으로서 성희롱 욕설 몸싸움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자질은 빠져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공직자로서 병역의무의 이행 또한 기본적 자질에 속한다. 무엇보다 체제가 다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 또한 중요한 자질에 해당할 것이다. 사실 한반도의 현 안보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은 가장 중요한 자질에 속한다. 그러나 총선연대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가치를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하고 더 큰 가치는 아예 무시하고 있다. 이 역시 총선연대의 낙천낙선 기준의 자의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총선연대는 수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가용한 자료에만 의존하였다. 이들이 실토하였듯이 "국회는 의안심사에 있어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소위원회 회의는 비공개이고, 속기록조차 남기기 않아 의원 개개인데 대한 제대로 된 의정평가 활동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16대 전 현직 국회의원 모두에게 소명자료를 요청"하였으며"시민단체가 조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로 추가조사가 불가능한 경우, 언론이나 법원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만을 활용"하였다. 더구나 이들의 판단 근거가 되는 자료는 대부분 참여연대의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수집되었다. 총선연대의 판단자료가 불충분하고 따라서 그들이 내린 결론에 오류가 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낙천낙선자 명단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심판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보다 더 나은 점을 찾을 수 없다.
어느 한 사회의 도덕적 권위를 어느 한 개인 또는 한 단체가 독점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독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또 그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총선연대로 표현된 특정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도덕성과 관련하여 스스로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정하고 그에 따라 함부로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심판을 하는 것은 분명 폭력이며 독재다. 총선연대가 한국의 정치에 대해 최종적인 심판을 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독점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실 자체가 민주사회를 파괴하는 비민주적 행태다. 총선연대는 독선적이고 폭력적인 비민주적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유권자의 자유로운 판단과 결정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권자를 돕고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동개념을 재정립하여야 마땅하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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