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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는 북한, 개혁이냐 核이냐

Written by. 김현호 논설위원   입력 : 2004-02-10 오후 1: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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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10년, 200만의 죽음 … 핵으론 북주민 달랠 수 없어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1월 30일 긴급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에 대해 즉각적인 추가 식량지원이 없을 경우 2~3월 중 400만명이 배급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식량 배급이 끊어진 주민들이 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북한에서 대규모 기아 사태가 일어난 지 올해로 10년이다.

북한 당국이 외부세계에 공개적인 원조 요청을 한 것은 대홍수가 일어난 95년이지만 실제 기아는 최소한 그 전해부터 시작됐다.

WFP의 긴급 호소는 10년이 지나도록 북한이 대량 아사는 모면했지만 여전히 기아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기근이 200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10년째 끝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북한 정권이 민생보다 정권의 안보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아가 발생한 적이 없다.

설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언론이 실상을 상세히 알리고 정부가 이를 즉각 해결하지 못하면 존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아는 경제문제이기보다 체제문제인 것이다. 10년 기아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는 그대로다. 군부가 모든 걸 틀어쥐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

남북장관급회담에 나온 북한 대표는 남한과의 장성급 회담을 ‘합의’하지 못하고 군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생체 실험까지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제관리 개선조치’도 주민들에게는 개악이 돼 생필품 값만 천정부지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체제는 그대로일망정 대기근에서 살아남은 북한 주민들은 더 이상 옛날의 그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더 이상 ‘어버이 수령’이나 ‘어머니 당’이 자신들을 먹여 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옥수수 몇 됫박을 구하기 위해 여행허가증 없이 몰래 기차도 타 보았고 북·중 국경을 넘어보기도 했다.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앉아서 죽을 뿐이고, 규정을 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 10년간 북한 주민들이 경험하고 깨달은 것은 그 이전 50년 동안의 것보다 훨씬 깊고 넓고 혁명적이다.

그것은 대기근이 남긴 깊은 상처와 함께 북한 주민들에게 깊게 각인돼 세대를 건너 전해질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내면적 분노가 언제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 비전의 부의장으로 북한 지원 활동을 펴온 기아문제 전문가인 앤드루 나초스는 ‘북한의 기아’라는 저서에서 “북한 주민들은 (정권과 체제에 대해) 호시탐탐 복수의 기회를 노릴 것”이라면서 “구호요원들과 분석가들로부터 수집한 정보, 그리고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볼 때 북한 주민의 복수 기회는 임박해오고 있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북한에도 통할 수 있다. 과거 중국도 그랬다. 1960년대의 대기아에서 피해가 심했던 지역일수록 농민들은 이후의 급진적인 농업개혁 조치에 잘 적응했다.

북한 주민들도 기아의 상처가 심할수록 개혁에 대한 열망과 의지도 더욱 강할 것이다. 선택은 북한정권의 몫이다.

10년 기아의 쓰라린 경험을 개혁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로 위기를 돌파하려다 화를 자초할 것인지는 북한 정권에 달렸다. 어쨌든 시간이 북한정권 편은 아니다.

(제공: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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