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자 복학생 조롱문화 없어져야
모든 군대를 부정하는 페미니즘의 노선상 복학생은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 하나로 국가 폭력을 옹호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분류해서야...
8월 14일 방송된 tvN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에서 복학생 정형돈과 신입생 서효명의 MT 이야기가 그려졌다. 복학생 정형돈이 신입생 MT에 따라가서 서효명에게 접근했으나 일거에 무시되는 내용이었다.
필자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1998년도에는 대학가에 이른바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닥쳤다. 모든 군대를 부정하는 페미니즘의 노선상 복학생은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 하나로 국가 폭력을 옹호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분류됐다.
극단적인 사례이겠지만 교조적 페미니즘에 젖어 있던 여학생 운동가들이 공개 일기를 통해 집요하게 복학생을 공격한 일은 아직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오늘 한 복학생 선배가 나를 음흉한 눈길로 쳐다봤다” “한 복학생 선배가 같이 술을 마시자 강요했다.” 이런 식의 내용이었다.
필자는 당시 사적으로든 공개 토론 자리에서든 이러한 군필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으려 수많은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누군가 당신들을 음흉한 눈길로 쳐다볼 수도 있고, 술을 마시자 강요했을 수도 있지만, 특정 인물의 특정 행위를 왜 모든 복학생으로 묶어버리느냐.” 이런 식의 반론이었다.
최근 대학가 전체가 취업 전쟁 시장으로 전락하면서 이러한 복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많이 약화됐다. 그러나 이는 복학생이든 신입생이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져서 그런 것이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가에는 군대 생활 2년 동안 멀쩡한 남성들이 폭력적이고 여성 비하적이고, 체제 순응적 인간으로 변모한다는 미신이 팽배해 있다.
필자 역시 대학 시절 여대생들에게 “사람이 2년 만에 완전히 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래 폭력적인 사람은 군대에 있으나 대학에 있으나 폭력적이고, 원래 체제 순응적인 사람은 군대에 있으나 대학에 있으나 체제 순응적인 것”이라고 설득해 보고자 노력했었다. 사람 자체가 변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군대 2년의 시간은 남은 대학생활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초·중·고, 대학 시절 내내 보호만 받던 학생에게든 책임 없는 자유를 누리는 청년들에게든 군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조직의 리더십과 강한 책임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같은 지역 혹은 같은 학업 수준의 인물들로 구성되는 학교와 달리 군대에서는 전 지역 전 계층의 인물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과 조직에 대해 인식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확장은 대학에서의 학업은 물론,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산이 된다. 신입생들의 눈에 복학생들이 체제 순응적으로 보이는 것은 좀 더 장기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한 단면의 모습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제1차·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 등으로 대규모 징집을 했을 때, 영화·드라마 등을 통해 참전 군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는 작품을 만드는 문화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해’,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다. 미국이 군사강국이자 문화강국인 이유다.
전 세계에서 몇 나라 안 되는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군필자 복학생을 조롱하는 방송물이 버젓이 방영되는 현실, 방송인과 문화인 전체가 부끄러워할 일이다. http://kookbang.dema.mil.kr/
변희재(주간미디어워치 대표/실크로드 CEO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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