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홀로 사망한 노파가 전쟁영웅이었다니
홀로 은둔해 살다 장례를 치러줄 사람조차 없이 죽은 영국의 한 노파가 2차대전 때 적지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활약했던 군 비밀 공작요원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국 사회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에일린 니어른(89)은 지난 2일 영국 남서부 토케의 아파트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며칠이 지나도 장례를 치러줄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자 친척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아파트에 들어갔던 시 행정요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는 이 노파가 "에이전트 로즈"로 알려진 유명 공작원이었음을 알려주는 각종 훈장과 증서들이 남아있었다.
에이전트 로즈는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지하 레지스탕스와 영국 런던을 연결하는 무선 중개소를 비밀리에 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영국군 특수작전국(SOE) 소속이었던 니어른은 1944년3월 23세의 나이로 프랑스에 야간 잠입해 가게 점원으로 위장하고 무선 중개기를 운용했다.
니어른은 4개월 후 체포됐을 때 능숙한 프랑스어 덕분에 신분을 감추며 위기를 벗어났지만 1주일 후 다시 체포돼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
이후 실레지아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니어른은 1945년4월 탈출했지만 다시 체포되는 역경을 겪었다.
니어른은 수감 중 물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기밀을 누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공로로 니어른은 종전 후 MBE 영국제국훈장을 받았다.
니어른은 평생을 같은 SOE 요원이었던 자매 재클린과 함께 살았으며 1982년 재클린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홀로 살았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과거 활약상을 말하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이런 니어른의 외로운 마지막 행로를 비틀스의 노래 "앨러노어 릭비"에 나오는 고독한 여인 릭비에 비유하며 부각시켰다.
더 타임스는 1면에 베레모를 쓴 젊은 시절의 니어른 흑백사진을 게재하며 "그녀가 앨러노어 릭비처럼 그녀의 이름과 함께 묻힐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니어른의 국가에 대한 기여를 볼 때 이것은 바뀌어야 하며 그녀의 일생은 앨러노어 릭비처럼
하나하나가 노래로 찬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국군 전몰자들과 퇴역장병의 복지를 담당하는 영국재향군인회의 존 펜트리스는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다음 주에 있을 니어른의 장례식 준비를 재향군인회가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트리스는 "우리 역사의 많은 부분이 우리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금이라도 그에 대해 무엇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경력을 가진 레이디에게 맞는 품위와 존경, 경의가 갖춰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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