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 접촉 '합의불발'..금강산 돈 줄 속셈 드러내
24일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2차 실무접촉이 또 다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상봉 장소 문제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북측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각각 4차례씩 열린 실무접촉(전체회의)과 별도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사실상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특히 북측은 이날 별도접촉에서 금강산관광이 재개돼야 '금강산지구 내'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측의 논리는 이렇다. '남측이 상봉 장소로 요구한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금강산 내 모든 시설물은 현재 동결ㆍ몰수 대상이다.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돼야 제재 조치가 풀리고 결과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호한 태도를 견지했다.
정부는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천안함 사태 이후 이른바 '5.24조치'로 일부 인도주의적 사안과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간 교류가 차단돼 있다. 이를 풀기 위해 정부는 북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북측이 '3대 선결과제'의 해결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성의있는 조치 없이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에 불응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고집할 경우 최악에는 1년여 만의 이산가족 상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함으로써 당초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의하고 나선 의도에도 의구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부터 이산상봉을 빌미로 관광 재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측은 이날 상봉 장소 협의를 위해 2월 금강산관광 재개 협상에 나왔던 강용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와 리경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과장 등 별도의 대표단을 내보냈다.
남북은 일단 내달 1일 3차 추가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으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데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과 무관한 관광 재개를 주장함에 따라 절충점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설령 남북이 추가 접촉에서 금강산을 제외한 제3의 장소에서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하더라도 촉박한 시간이 문제다.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실무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룬 내달 21~27일 행사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양측이 다음달 1일 추가접촉을 통해 상봉 장소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우리측이 제기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에 대해 북측이 10월 중순 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상봉 정상화 등 인도주의 사업 활성화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여기에는 물론 대규모 쌀 지원과 같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북측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날 최종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양측이 의견접근을 이룬 다음달 21∼27일에 실제 상봉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아졌다. 대신 남북한 추가접촉에서 일이 잘 될 경우 일정을 약간 조정할 수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 상봉과 별개의 문제로 별도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라며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절차가 있기 때문에 남북의 의견이 접근된 10월 21∼27일 일정도 다시 조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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