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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태세가 우려된다

Written by. 김규 (예)공군소장   입력 : 2004-02-22 오전 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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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진보와 보수세력이 4·15 총선에서 다수 의석 확보를 위해 전개하고 있는 상대방 폄하성 비리 폭로는 치밀한 작전을 방불케 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우국충정(憂國衷情)의 안보관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보문제는 표를 얻는 데 걸림돌 정도로 치부하는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은 사라졌다’ ‘북의 핵은 한국 공격용이 아니다’ ‘북은 공격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등 자의적 낙관론을 펴고 있다. 심지어 책임 있는 고위직 인사는 자주국방의 기초를 ‘자주국방력+α’로, α는 주한미군 전력으로 설명하면서 “현재의 안보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어느 때보다 우려되는 안보상황이 평가절하되는 현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대남 적화 전략은 확고하며 변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회주의에 대한 애착은 ‘김정일 선집’과 북한의 각종 언론매체에 게재된 400여 편의 논문과 담화에서 잘 읽을 수 있다. 또한 2003년도에는 군사비를 약 18.7%(약 50억 달러 규모로 추정) 증액했고 지상군의 70% 이상을 평양∼원산선 이남에 집중 배치해 언제라도 기습공격이 가능한 작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대북 전쟁억제력의 확실한 주춧돌인 한·미동맹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지난 5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주한미군을 소위 ‘남조선 해방’의 절대적 장애물로 간주하고 ‘철천지 원수’ ‘주적’으로 호칭하면서 철수를 주장해 왔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화답이나 하듯 일부 비정부기구(NGO)들은 민족을 앞세우고 반미 정서를 확산시키면서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반미와 세계화 조류에 역행하는 민족주의 정서는 대책 없는 미군의 한강 이남으로 이동을 촉진시키고 범세계 차원의 기동군으로 성격 변화, 지휘체계의 태평양사령부와 연계된 축소 조정 및 범세계 차원의 미군 재배치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셋째, ‘서울 불바다’의 확실한 수단인 핵무기 개발은 지속되고 핵 위협은 가중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영변 원자로 재가동’ ‘때가 되면 핵 억제력 공개’를 공언했고, 또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도 11월8일 “북한은 1∼2기의 단순 핵분열방식 핵무기를 생산했다”고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 됐고 상황에 따라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핵보유 가능 국가에서 핵보유국이 된 셈이어서 한국의 대응책 수립이 긴박해진 상황이다.

넷째, 한국의 국내 안보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총체적 적전(敵前) 분열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 간 정치적 격돌은 이념 갈등으로 증폭되고 이슈마다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은 동맹국 미국을 위협세력으로, 북한은 민족공조 대상으로 오도하는가 하면, 진보적 입장을 비판하면 국가적 원로도 ‘민족의 내일에 심각한 걸림돌’이라고 폄하하는 유아독존(唯我獨尊)적 태도까지 취하고 있다.

체임벌린(A N Chamberlain) 영국 총리는 1938년 9월 뮌헨 회담을 마치고 귀국해 “이제 유럽에서 전쟁의 먹구름은 사라졌다”고 당당하게 연설했고 영국 국민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그러나 1년 뒤 인류 평화의 소망은 깨지고 제2차 세계대전이 촉발되고 말았다.

뮌헨 회담은 전쟁 위기 해소를 위해 영국·프랑스 및 이탈리아가 체코에 수데텐 지방의 독일 이양을 종용하고 히틀러의 야망을 달랜 협상이었다. 정치적 야욕이 뚜렷한 호전적인 상대를 체임벌린처럼 그의 요구에 영합하고 달래서 평화를 보장받으려고 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말해 준 사례다.

국가안보는 한 치의 오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압도적인 대북 우위의 힘을 바탕으로 국민적 총화를 이루었을 때 전쟁은 억제되고 외교력은 신장된다. 진보세력은 반미와 자주가 얼마나 한국 안보상황을 호전시키고 자존심을 승화시켰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보수세력도 오늘의 답답한 안보상황 전개가 나의 허물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진보·보수 모두는 정쟁(政爭)을 잠시 접고 안보 측면에서는 하나가 되는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제공 : 국방일보)

〈김 규 예 공군소장·성우회 안보평론위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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