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 스파이 활동의 새 과제
정보수집 등 일련의 작전과 관련한 기술적인 교육부터 전면 수정 보완해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4일 국회정보위원회에 출석,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실패 사건에 대해 “국민께 (물의를 빚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월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실패 사건은 원 원장의 “죄송스럽다“는 말로 잊어버릴 사안이 아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드러난 대한민국 스파이 기관의 문제점과 정치권의 정제되지 않은 반응을 따져 봐야 할 새 과제를 남겼다. 국정원은 근년 국민께 “죄송스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무능과 물의를 빚어내곤 하였다.
작년 7월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 국정원 직원의 추방 사건부터가 그렇다. 보도에 의하면 국정원 직원은 리비아 건설공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현지 정보원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추방되었다. 그는 구금돼 조사까지 받았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한*리비아 외교관계를 끊으라고 격분하였다고 한다. 사태 수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서둘러 리비아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설익은 스파이 행위로 국익을 크게 해칠 뻔하였다.
지난 1월에는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씨가 일본의 한 월간지에 이상한 글을 써 국민들을 격분케 하였다. 그는 이 글에서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등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이명박 정권이 북한 붕괴론을 확신,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스파이 수장을 지낸 사람이 공공연히 이적언어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만에 이번엔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실패 사실이 들통났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인도네시아의 경제개발계획 주요 파트너로 한국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우호적이었고, 국산 고등훈련기 T-50에 대한 수입문제를 비롯한 한‧인도네시아 방위산업 협상도 원활하게 진행 중 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직원 3명이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특사단장(부총리급) 보좌관 방에 들어갔다. 이들은 6분동안 작업하면서 노트북 2대중 1대의 내용을 대충 파악하였고 보좌관이 다가오자 나머지 1대를 갖고 나갔다. 호텔 직원이 인도네시아측의 항의를 전달하자 국정원 직원 2명이 해당 보좌관에게 노트북을 다시 돌려주고 사라졌다.
리비아 건설공사 정보수집과 인도네시아 특사단을 상대로 한 정보원의 임무 실패는 스파이로서 기본 자질도 갖추지 못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스파이란 미국 영화 ‘007’ 시리즈에서 보여주듯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우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스파이 행위가 사진에 찍히고 6분씩 현장에 머물며 노트북을 뒤지다가 발각된다는 것은 기본 자질도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마치 군인이 소총을 쏘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차제에 국정원은 정보수집 등 일련의 작전과 관련한 기술적인 교육부터 전면 수정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정신 교육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정원장을 지낸 사람이 남의 나라 인쇄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적행위를 서슴지 않을 정도로 이 기관의 정신이 해이해 졌다.
이들의 안보의식 해체 현상은 지난 10년 동안 종북좌익 정권이 대한민국을 섬긴게 아니라 북한 김정일을 섬기는 과정에서 더욱 스며들었다.
동시에 정치권의 스파이 행위 실패에 대한 막가는 말도 반성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글로벌 절도국가로 낙인찍힐 지경”이고 “언제부터 국정원이 흥신소가 됐고 국정원 직원이 절도범이 됐느냐”고 따졌다. 또 같은 당 소속 의원은 “사건 전모를 정부 스스로 밝히고 국정원장은 즉각 파면”라고 주장하였다.
물론 국정원 직원의 롯데호텔 잠입행태는 “좀도둑”만도 못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정원이 “흥신소“가 됐고 ”절도범“이 됐다고 질타하는 것이야 말로 스파이의 본분을 모르는 말이다. 스파이는 원래 남의 기밀을 엿듣고 훔치는 행위를 거쳐야 한다. 흥신소나 절도행위를 하지 말라는 주장은 스파이 공작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또한 ”사건 전모를 밝히라“는 주장은 스파이 행위가 국가 기밀에 속하는 것으로써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NCND)'는 원칙을 간과한 경솔한 발언이다. 뿐만 아니라 실패한 스파이 행위와 관련해 국정원장의 ”파면“을 주장한 것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책임 추궁이 아닐 수 없다.
롯데호텔 관련 실패는 기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데서 그들에 대한 재교육이 수반되어야 할 사안이지 최고 책임자를 파면할 대상이 아니라는 데서 그렇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일 “우리는 지금 정보전쟁 중이며 그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개탄하였다. 우리나라도 지금 정보전쟁에서 지고 있다. 종북좌익 정권 10년의 정보업무 왜곡과 정신적 기술적 해이 그리고 태만이 가져 온 독(毒)이다.
원 국정원장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장 호텔 방 잠입실패와 관련, “죄송”하다는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철저히 묵은 찌꺼기를 털어내고 21세기 국제사회에 걸맞는 첨단 스파이 기술과 든든한 정신력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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