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천안함 국론분열 양상과 원인분석

국방대 김병조 교수, “천안함 침몰로 드러난 국론분열이란 국가안보상의 또 다른 취약점 해결해야”

Written by. 김병조   입력 : 2011-03-26 오전 7:28:41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1

  1. 한국여론의 특성

 2010년 11월 24일 오전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장 박정수 제독이 일본 방위연구소에서 일본 자위대 대령급 학생이 중심이 된 44명을 대상으로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특강을 실시하였다. 설명방식은 침몰원인이라고 상정할 수 있는 제반 요인을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하나씩 제거하는 소거법이었다.

 처음에 좌초, 충돌, 피로파괴 등 비폭발에 의해 침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였고, 이어서 백령도 근해의 해양조건을 설명하면서 계류기뢰나 해저기뢰에 의해 폭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그리고 인양된 천안함의 선체 파공상태를 보여줌으로써 부유기뢰나 접촉어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소거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접촉 수중폭발 가능성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박제독은 여러 사진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천안함이 비접촉 어뢰의 수중 폭발로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했음을 증명해보였다. 또한 어뢰 모형도를 제시함으로써, 북한군이 발사한 북한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피격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생들은 시종일관 박제독의 특강을 경청하였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설명을 마친 다음 박제독은 학생들에게 의문사항이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고, 특강은 종료되었다. 당시 필자는 방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연수중이었고, 현장에서 박제독의 특강을 청강하였다. 그동안 여러 번 청강을 하면서 학생들이 강의가 끝나면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예외 없이 보아왔기 때문에, 질문이 없는 이유가 궁금하였다.

 강의를 마친 다음 왜 이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한 것이 당연한 데 무슨 특별한 질문거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믿느냐고 물어보니 ‘한국 단독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고 다국적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합의한 조사결과가 아닌가?’라며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는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국민 중에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비율이 상당정도에 이른다는 여론조사결과가 있다고 하자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그런 조사결과가 나타나느냐며 오히려 나에게 질문하였다. 일본에 있어서 한국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대립되고 적대적인 의견이 존재하는 한국 상황을 설명해야하는 숙제가 필자에게 남겨졌다.

 2.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국론분열 양상과 그 이유 

 이 글은 한국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을 둘러싼 국론 분열 양상이 어떻게 나타났으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에 앞서 이 글에서 ‘국론 분열’이라는 표현이 갖는 의미를 제시하고 한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원인 규명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전에 침몰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로 추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는 것 자체를 국론분열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국론분열 현상은 국민의식 상에 필요이상으로 대립적 또는 대결적 의견이 형성됐을 때를  지칭하려 한다. 그리고 국론분열 현상은 다음과 같이 ‘광의’와 ‘협의’로 구분하였다.

 ‘광의’의 국론분열 현상은 특정 사건과 관련해서 상호배타적인 주장이 존재하고, 각 주장 주창자 간에 대립 및 투쟁관계가 형성되는 모든 경우를 말한다. 한편, ‘협의’의 국론분열 현상은, 특정 세력이 국론 분열 현상을 이용함으로써, 해당국의 국익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고자 한다. 전자를 ‘통상적 국론분열’, 후자를 ‘국가안보적 국론분열’로 칭하고자 한다.  

 한편, 이 글이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와 달리 인과관계 분석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천안함이 침몰한 2010년 3월말부터 2010년 말까지의 언론보도, 각 집단의 성명서, 조사보고서, 여론조사결과 등을 기본 자료로 국론 분열적 현상을 제시하고, 그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모색한 탐색적 논의이다. 

 1) 군사안보 사건에 대한 조급한 원인규명 욕구 

 2010년 3월 26일 밤 천안함에서 “배가 우측으로 넘어가고 구조가 필요하다”는 구조요청이 해군 2함대 사령부에 접수되었다. 이에 함대 사령부는 고속정 편대의 긴급출항을 지시하였고, 현장에 도착한 해군고속정 및 인천해경경비정은 인명구조를 시작한다. 구조과정에서 침몰 중에 있던 함수 쪽 58명은 구조하였지만, 이미 침몰한 함미 쪽에 있던 나머지 46명은 실종상태가 되었다. 이후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실종자 46명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군사작전 중에 군함이 침몰하고 46명이 전사한 이 사건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하다. 도형래(2010)는 지상파 방송 3사가 사고발생 초기 2주 동안 저녁 종합뉴스에서만 천안함 침몰사건 관련 보도를 708건, 일일평균 50.5건 보도하였다고 분석하였다. 같은 자료를 보면, 708건의 보도 중 ‘사고원인규명 보도’는 139건으로 보도 건수의 1/5정도를 차지하는 데, 이는 가장 많이 보도한 ‘실종자 수색 경과보도’ 144건과 매우 유사한 수치이다.

 실종자 수색보도에 대해서는 큰 편차가 없었지만, 하루 평균 10건에 해당되는 사고원인규명 보도는 ‘자체 결함설’, ‘북한 도발설’, ‘유실 기뢰설’, ‘암초에 의한 좌초설’, ‘원인을 알 수 없는 외부 충격설’ 등 각양각색이었다. 전대미문의 군함 침몰사건에 접하여 그 원인을 제시하려는 미디어의 시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명백하지 않은 익명의 관계자가 취재원이거나 ‘만약에 -- 라면’식의 가정법에 근거한 보도가 많아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실질적으로 충족시키지는 못하였다.

 이상과 같이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권위있는 보도가 없었음에도, 국민들은 여러 원인보도 중에서 자신이 그럴 듯하게 생각하는 가설을 선별해서 채택하게 된다. 4월 6일 GH코리아가 성인 800명 대해 실시한 전화조사를 보면, 천안함이 어뢰 및 기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 50.1%, 배가 낡아 자체 결함으로 부서졌을 것으로 보는 경우 16%, 그 외 내부 폭발 사고 4.5%, 암초와의 충돌 4.4% 등으로 의견이 나누어져 있었다(연합통신, 2010.4.8). 천안함 침몰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국민들은 서로 상치되는 다양한 가설을 제각기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천안함 침몰원인을 다양하게 상상하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국론분열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처음에 맞다고 생각한 가설을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는 심리학 이론을 고려하면, 근거없이 무분별하게 제시된 원인규명 보도가 이후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국론분열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환경적 요인이 된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반복하는 언론 보도와 그에 상응하는 적당한 논평의 지속이 향후 국론분열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저변을 마련하였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지만. 침몰 원인에 대해 다양한 가설과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3월 31일 국방부에 교신내역, 항해일지, 각종 지침 등 4개 분야 16개 항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2010a)는 정보 공개청구를 하면서 취지를 제시한다. 아래 인용문은 참여연대가 제시한 취지의 일부이다(밑줄 필자 첨가).

 “사고 발생 6일째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규명되기는커녕, 의혹과 불신만 확산되고 있습니다.”

 군함이 침몰하고, 46명이나 되는 병사가 실종된 비극적 사건 발생 원인을 하루빨리 규명하고 싶은 심정은 참여연대만이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닐 것이다. 참여연대가 병사 가족을 거론하였지만, 하루 빨리 원인규명이 이루어지기 기대하는 것은 부하와 동료를 잃은 해군 등 국민 모두의 일치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원인규명에 조급해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멀쩡했던 군함이 한 밤중에 두 동강이 난 채 침몰한 사건이 발생 며칠만에 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군사안보 관련 사건을 일상적인 사건 사고와 같은 차원에서 다루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당시는 평시와 달리 남북한 간에 군사적 대치 상황이 크게 고조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평시보다 사건에 접근하는 자세가 보다 신중해야하고,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려면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식했어야 했다.

 군사안보적인 사건임에도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조급증에 걸려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마음에 드는 가설을 원인으로 취사선택 하는 경우, 일군의 사람들이 특정 가설을 중심으로 배타적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2) 군과 정부에 대한 불신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서 다양하게 분산된 의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특정 가설을 중심으로 배타적 집단을 형성하게 되는 데는, 조사주체였던 군과 정부가 시민 단체로부터 높은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군과 정부가 시민단체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는 일부 시민단체가 군과 정부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과 천안함 사건 직후 군 및 정부가 초기 대응에 미숙했다는 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민단체의 군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정부와 군이 주관하는 조사과정 및 조사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참여연대는 3월 31일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군과 정부의 원인규명 방식을 다음과 같이 강도 높게 비판한다(밑줄 필자 첨가).

 “여기에는[천안함 침몰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의혹과 불신이 확산되는 현상] 국방부가 … 기초적인 사실관계 정보조차 병사 가족과 시민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통제일변도로 대응해 온 것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더욱이 군과 정부는 … 부실한 단답식 대답과 잦은 번복으로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고, 시민과 언론으로부터 제기된 설득력 있는 의혹과 추론에 대해서도 … 소극적 부인과 정보통제에만 급급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더욱이 생존 병사들과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하고 심지어 병사가족 동태를 감시하는 등의 구시대적인 비밀주의와 관료주의도 재연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의혹과 불신이 확산된 책임이 국방부의 통제일변도 대응에 있다고 단정한다. 나아가 군과 정부를 비밀주의와 관료주의로 규정하려 한다. 참여연대가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이는 형식이고, 실제는 정보청구 보다 국방부의 조사 자체에 항의하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통제일변도’나 ‘정보통제’라고 지적한 국방부의 대응은 어느 정도 국방부가 채택한 원인 규명방식의 일부분이다. 국방부는 단편적이거나 분명하지 않은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천안함 침몰원인을 규명하는 접근법에서부터 시민단체와 군/정부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전문성 면에서 군함침몰을 규명하는 데는 군과 국방부 내부의 전문가가 가장 적합한 집단임에 틀림없다. 참여연대처럼 조사에 임하고 있는 군의 전문성과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윤리성, 도덕성을 부정한다면 아무리 군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원인을 규명한다할지라도 그 결과를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천암함 침몰원인을 조사하는 핵심 전문가 집단의 정당성을 시민사회 일부집단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후 천안함 조사에 대해 국론분열 현상이 나타나는 추가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군이 중심되어 천안함 침몰을 조사하는데, 의문을 제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연유건 천안함이 침몰하고 병사들이 숨진 현실 앞에서, 군이 작전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회피할 수 없다. 실패한 자가 스스로를 조사하는 경우 자기 방어적이 될 수 있다는 상식에 비추어보면 군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조사한다는 점은,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더구나  참여연대가 지적한 것처럼 군은 몇 가지 사항에 있어 잦은 번복이 있었고 사실을 왜곡했으며, 자료 제공을 회피한 부분이 존재하였다. 이 점이 시민사회에서 정부와 국방부의 조사결과를 불신하고, 대립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국방부는 군뿐만 아닌 관과 민이 포함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야 했다. 그리고 참여연대가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3월 31일은 마침 국방부가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군인만이 아닌 군인, 관료, 민간인 82명(현역 59명, 관 17명, 민 6명)으로 구성된 민군합동조사단을 편성한 날이기도 하다. 현역 군인만이 아닌 관과 민을 포함시켜 합동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에 대해 군 보호적인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향이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방부가 민관군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구성하였지만, 참여연대는 객관적인 조사를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4월 6일 개최한 좌담회자료에서 참여연대는 ‘군 주도 합동조사단 믿을 만한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군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면서 합동조사단은 해체하고 중립적인 주체들로 새로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한다(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2010b).

 국방부에게 참여연대의 지적이 부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일반국민 또한 군과 정부의 사고 경위 발표에 대해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는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는 지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4월 6일 GH코리아 조사에서,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해군과 정부의 사고 진상 발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묻는 항목이 있었는데, '못 믿겠다'는 응답자가 59%로 '신뢰하는 편이다'고 말한 사람(23.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연합통신, 2010.4.8).

 이상과 같은 상황에서 국방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4월 12일 합동조사단을 한국인 49명(민 27명, 군 22명)과 외국인 24명(미국 15명, 스웨덴 4명, 호주 3명, 영국 2명), 총 73명으로 재구성한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수 국적의 외국 전문가가 포함된 다국적 합동조사단이 구성되면서 조사결과에 객관성을 부여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국적 합동조사단이 한참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는 과정인 5월 3일, 감사원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및 해군을 대상으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대응실태에 대한 직무감사에 착수하게 된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장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감사원 감사는 분명 천안함 침몰사건 원인이 아니라 침몰사건 이후 발생한 위기대응의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원인조사가 이루어지는 시기에 동시적으로 천안함 침몰에 대한 군의 대응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서로 구분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의 시선으로는 합동조사단의 조사자격이 불충분한 것처럼 여겨졌다. 이는 합동조사단이 실시한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간접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군과 정부에 대한 시민단체의 불신, 천안함 침몰 초기 군의 대응 미숙, 상당정도 노력하였지만 외적 신뢰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군 중심 합동조사단구성, 시기적으로 군이 조사자이자 피조사자가 동시에 되는 외형상의 논리적 모순 등이 결합되어 정부, 국방부와 일부 언론 및 시민단체가 천암함 침몰사건에 대해 서로 대립되고 갈등하고 국론을 형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3) ‘북풍’설의 등장과 북한의 가세

 5월이 되면 국내정치요인이 추가되면서, 처음부터 합동조사단의 조사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집단이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다 강하게 거부하게 된다. 합동조사단이 본격적으로 천안함 침몰경위를 조사하는 동안,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언론보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경향성이 띠게 된다.
 
 3월 27일부터 5월 9일까지 일간지 및 인터넷신문을 분석한 김영주(2010)는 초기에는 정부당국(특히 청와대)이나 군 모두 침몰원인으로 북한과 연계시키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점차 시간이 갈수록 북한을 심증적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해석을 부가하기 시작한다.

 한 예로 기독교사회선교회, 민주노동당,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40여개 단체는 5월 6일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 등 지휘책임자 파면, 민간 조사위원의 권한이 강화된 새로운 조사단 구성, 실질적인 조사권한이 있는 국정조사실시, 지방선거를 겨냥한 북풍 여론몰이 중단을 주장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사회단체공동기자회견문, 2010).

 합동조사단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군이나 정부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가장 빨리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하기 전에 천안함이 북한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다는 식으로 정보가 흘러나온 것은 정부 측의 미숙한 정보관리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 정보가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일지라도, 정보로부터 소외된 집단은 해당 정보가 자신의 마음이 들지 않을 때, 조작이나 정치적 의도라고 단정하게 된다. 군과 정부가 파악된 사실에 바탕을 두고 북한책임론을 굳혀갔지만, 정보로부터 소외된 측은 이를 ‘북한으로 몰고 가기’로 해석하였다. 결국에는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 측이 천안함 피격 관련 보도를 6.2 지방선거를 위한 여당의 ‘북풍’ 공작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본격적인 국론분열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언론매체별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보도성향이 확연히 구분되면서 국론분열의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정부와 군의 견해가 북한책임론으로 읽히는 동안, 언론계는 매체성향에 따라 특정 관점에 집중해서 천안함 관련 보도를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매체가 갖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도 프레임이 양분되었다는 점이다. 김영주(2010)는 언론의 양분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문화일보, 세계일보 등)들이 이런 분위기[정부, 군, 미국의 북한관련설]를 이끌고 있는 반면, 한겨레나 경향신문을 비롯한 미디어 오늘,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은 북한을 지목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언론매체 간에 보도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언론매체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일반 사건사고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가안보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국가안보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동조사단이 공식적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전에는 각 언론매체도 자신의 입장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드러내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각 언론매체는 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입장만을 반복해서 개진하는 식으로 천안함 관련 보도가 고착화되었다. 이렇게 되면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자신의 기존 주장과 동일하면 그 결과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기존 주장과 다르면 조사결과 부정하게 된다.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의 객관성이 아니라, 조사결과가 언론사의 의견에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에 따라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신뢰성이 결정되어 버렸다.     

 5월 20일 다국적 합동조사단은 “북한의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동아일보는 5월20일 21일 양일간에 걸쳐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를 5월 22일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믿는 사람이 72%였다. 72%는 높은 신뢰도인가 아니면 낮은 신뢰도인가? 사고가 북한 잠수정의 공격으로 일어났다는 추측을 어떻게 보느냐는 4월 6일의 GH코리아 조사에서 공감한다 46.0%, 믿지 않는다 21.6%, 잘 모르겠다 32.4%로 조사되었다(연합통신, 2010.4.8). 둘을 비교하면,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본 비율이 25%p이상 높아진 수치이다.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합조단 발표결과를 보고 북한군 소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합동조사단의 결과발표가 중요한 판단자료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합조단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20%를 넘는다. 이 점이 통상적인 국론분열 양상으로 포착되었다. 이후 여러 조사에서 국민의 30% 정도가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믿지 못한다고 나타난다. 이처럼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는 집단이 상당수 되는 데는, 조사발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게끔 하는 상황이 존재하였다. 6월 2일 실시예정인 지방선거가 5월 20일이라는 조사결과 발표의 신뢰성을 평가하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합조단의 발표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실(2010)은 “정부의 발표대로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대단히 충격적이다. 민주당은 아직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국회차원의 특위활동을 통해 심도 깊은 조사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면서 “정부발표대로 우리 영토가 이렇게 허술하게 뚫렸다면 이는 이명박 정권이 책임져야 할 중대한 사건이다.” “특히 이런 국가적인 사건을 선거에 악용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의도를 규탄한다. 어제 인양한 새로운 증거물에 대한 조사도 없이 선거개시일인 20일을 발표시점으로 맞춰 발표한 것은 명백히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임이 드러났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2010)은 발표당일 “요건상실의 낙제보고서이다. … 원점에서 재조사되어야 마땅하다”면서 “선거운동 첫날 발표를 서두른 것은 누가 보아도 소위 ‘북풍’으로 정권심판 여론을 비껴가려는 불순한 의도이다”라는 성명을 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국민담화를 실시하면서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 경고하였다.”

 그러자 처음부터 민군합동조사단을 불신하였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대통령 담화 다음 날인 5월 25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로 해결되지 않는 8가지 의문점” 및 “천안함 침몰 조사과정의 6가지 문제점”이라는 2건의 문건을 제시한다. 참여연대가 제시한 8가지 의문점이나 6가지 문제점이 새롭게 제기한 쟁점은 아니다. 그동안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서 여러 곳에서 제시된 의문점과 문제점을 종합한 내용이다. 그러나 5월 25일 참여연대가 제시한 문건에서 주목되는 점은, 참여연대의 문제의식이 천암함 침몰 원인을 밝히려는 목적을 넘어서서 정부 대북정책영역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결과발표와 후속조치에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그 결과 지금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참여연대는 남한 이명박 정부에게, 미진한 조사의 보강을 선행할 것과, 국민이 납득할만한 의혹해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남한 내부와 한반도의 정치적 군사적 갈등을 증폭시킬 일체의 공격적 외교조치들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국론분열 양상은 점차 확대재생산 되어갔다. 여기에 북한이 개입하게 되면서 통상적인 국론분열이 국가안보적 국론분열로 변하게 된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정치논란에 불을 붙였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5월 19일 “괴뢰들의 함선침몰사건과 관련된 모략 소동은 대결과 전쟁책동의 최고 절정”이라며 한국 측을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25일에는 “그 무슨 「조사결과」로 말하면 온통 모순과 의혹투성이로서 날이 갈수록 그 모략적 정체가 더욱더 드러나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2010.5.25)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한다.  그리고 5월 28일에는 국방위원회에서 소집한 기자회견에서 조선인민군 소장 박림수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천안호 침몰사건은 철두철미 남조선 당국이 꾸며낸 날조극, 모략극입니다”라며 그 근거로 참여연대가 제시한 조사결과의 의문점이나 조사과정의 문제점과 유사한 주장을 제시한다(통일뉴스, 2010.5.30).

 북한이 국내 특정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입장과 유사한 주장을 펴면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신뢰하느냐 신뢰하지 않느냐의 논란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느냐, 반대하느냐, 친북세력이냐 아니냐, 국론을 따르느냐 국론을 거스르느냐는 식의 국가안보적 편가르기로 변해버렸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목적을 벗어나, 친북논쟁으로 번졌고,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결과발표 직후 이루어진 조사가 아니라 9월에 이루어진 조사이기는 하지만, 아래 기사는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가 이념과 정당지지성향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천안함 조사 결과 신뢰 여부는 이념·지지 성향뿐 아니라 지역·소득·연령별로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신뢰한다’가 84.7%였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53.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서울(61.4%), 대구·경북(70.6%)은 ‘신뢰한다’, 광주·전라(50.2%), 대전·충청(42.6%)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이하 소득, 연령, 학력 관련 기사 생략)”(문화일보, 2010.9.17).

 이제 국민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에 비추어 천안함 피격 사건을 해석하게 되었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는 그 자체로 평가되지 않고, 정치적 색채를 띤 보고서로 평가절하 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국가안보적 국론분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4) 국론분열 현상의 일상화와 지속적 진실공방 

 6월 2일 지방선거가 끝나자 국가안보적 국론분열이 다시금 통상적 국론분열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대체로 70%정도의 국민이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피격을 인정하고, 나머지 30%정도가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데, 외형적으로는 특별한 논란 없이 그저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다.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인 6월 12일-15일 행정안전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하여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안보의식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5.4%(20대=64.0, 30대=75.1 40대=69.7 50대이상=85.3)가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의견에 찬성을 표명하고 있다(행정안전부 자원관리과, 2010).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의 조사결과에 비교하면,  천안함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했다는 의견이 조금 높아졌지만, 대체로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조사시점 6월 12일-15일은 6월 10일 감사원이 국방부 등을 감사한 결과 군의 상황보고와 초기대응조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함으로써 군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떨어진 시기이다. 이러한 시점에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인정하는 비율이 75%였다는 점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인정하는 국민이 안정적으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도 20%이상 항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통상적인 국론분열 상태가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10월까지 유지된다. 다만, 9월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천안함 합동조사결과보고서를 신뢰하는 비율 57.9%(매우 신뢰+어느 정도 신뢰)로 낮은 데, 이는 질문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로 보아야한다.

 천안함 합동조사결과보고서에는 천안함이 누구의 소행으로 침몰하였느냐하는 질문을 포함하여 천암함 침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쟁점이 포함되어있다. 따라서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으로 침몰되었다는 천안함 합동조사결과보고서의 주요 내용에 대해 동의하더라도, 그 밖의 다른 요인, 예컨대, 참여연대가 제시한 조사과정의 6개 문제점 중 한 가지 문제라도 동의하는 경우라면 천안함 합동조사결과보고서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방선거가 끝나자 일반국민들의 천안함에 대한 관심 자체는 급격히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사실 7월 이후 천안함 피격은 더 이상 언론의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일반국민들의 관심은 천안함 피격에서 김정일 행보와 후계체제 구축으로 크게 이전하였다.

 하지만, 일반국민보다 전문성이 높은 일부 논자와 시민단체는 지방선거이후에도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였다(대표적인 예로 강태호 엮음, 2010). 통상적인 국론분열이 형성된 가운데, 전문가 수준의 진실공방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전문가들의 논의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7월 15일 국방부는 10여개 시민사회단체를 초청하여 천안함 설명회를 개최한다. 국방부(2010a)는 “천안함 피격사건의 실체”라는 문건을 통해 합동조사결과를 제시하고, 덧붙여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제기했던 의문점에 대해 ‘쟁점 및 의혹제기 관련 대응논리’를 통해 해명하거나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국방부 간에 의견차이가 좁혀진 것 같지는 않다. 설명회 결과에 대해 김태영 장관은 “어제 NGO를 대상으로 설명을 할 때, 한 분이 하도 물고 늘어져서 저분의 의혹을 풀려면 제가 50년을 더 살아도 힘들겠으니 이제 중단하자고 했다”면서, “말 표현을 가지고 시비를 걸고 무한정 끌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토로하였다(조선일보. 2010.7.16).

 그리고 설명회에 참석한 시민단체의 하나인 참여연대(2010)는 “결과적으로 이번 설명회를 통해 기존의 의문점에 더해 몇몇 의문점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당일 국방부가 10여개 단체에게 보장한 질의응답 시간은 발표시간 제외하면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국론분열을 봉합하려고 의도한 전문가적 만남이 그 효과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불신의 벽만 높아졌다.

 이후에도 국방부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언론인 간에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진실공방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상대편이 아니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진실공방에는 화학 및 물리학적 실험결과의 해석 등이 포함되어 필자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매우 어렵고 생소하다. 더구나 일부 논자나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주장만이 맞다는 맹목적 과학주의에 빠져, 상대방의 주장 역시 과학적 근거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학적 분석에 대한 합의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1월에 들어서면서 북한이 진실공방에 변수로 등장한다. 북한이 다시금 개입하면서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과학적 진실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11월 2일 북한이 국방위원회 검열단의 이름으로 작성된 소위 ‘진상공개장’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그 내용은 합동조사단의 과학적 조사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북한의 진상공개장 내용은 그동안 합동조사단의 조사과정과 결과를 부정한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 학자들이 주장과 동일한 것이었다. 북한이 진실공방에 개입하면서, 과학적 논란위에 정치적 색채가 덧칠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주장이 특정 주장과 일치하게 되면서, 과학적 논쟁이 협의의 국론분열이 되었다. 이제 특정 이론을 주장하면, 북한에 동조하는 입장이 된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전문가 사이의 논란이 국가안보적 국론분열로 고착되려 하였다.

 5) 연평도 포격 효과
  
 그러나 천안함 침몰에서 비롯된 국론분열은 생각지도 않은 사건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11월 23일 북한군이 대낮에 연평도를 포격하는 도발을 자행하였다. 3월 천암함 침몰시 한미군사합동훈련이 있었다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역시 한미연합 호국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사건처럼 인식되었다. 연평도 포격도발 때문에 천안함 사건이 북한이 한 짓이라고 믿게 된 국민이 17.7%이다. 여전히 13.8%가 천안함 사건이 북한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동안 30%정도의 국민이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급격하게 줄어든 수치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이후 국민의 85%정도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군의 소행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분명 불행한 사건이지만, 의도치 않게 북한의 은폐된 도발(천안함 피격사건)을 겉으로 드러난 실제 도발(연평도 포격사건)로 인식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천안함 피격을 의심하는 국민이 일부 존재하고, 침몰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연평도 포격시간으로 인해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나타난 국론분열 현상이 상당부분 봉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남겨진 문제와 해결방안

 천안함 침몰은 한국 군사안보가 허술함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국론분열이라는 국가안보 상의 또 다른 취약점을 노정하게 되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은 국론분열 현상이 약한 상태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국론분열이 어느 정도 치유되었지만,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이 은밀한 국지적 도발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천안함 피격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은 천안함 피격이후 1년 동안에 드러난 국가안보상의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앞에서 분석한 국론분열 양상을 정리하면서 국론분열 해소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국론분열 원인은 시민사회 요인과 군/정부 요인, 북한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민사회 요인으로는 군사안보에 대한 낮은 이해, 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조사결과의 정치적 해석, 맹목적 과학주의 등에 있다. 군/정부 요인으로는 허술한 위기관리/초기대응 및 정보관리의 소홀, 조사결과의 정치적 이용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 군/정부는 자신들이 원인이 되어 국론분열을 야기한 측면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첨언하자면, 특히 시민단체는 군사안보 사건에 대해서 ‘군사비밀’ 정당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2010b)는 천안함 피격사건을 설명하면서 ‘군사비밀을 제외한’ 내용만을 공개하였다. 만일 군사비밀을 공개했더라면 천안함 피격사건을 진실을 보다 쉽게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현실에서 관련된 군사비밀을 공개할 수는 없다. 시민단체가 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이 부분을 믿지 못한다면 군사안보와 관련해서 국론이 통합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군 역시 시민사회가 군을 믿도록 하는 제반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군이 군사안보를 지켜왔기에 시민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음을 인정하고, 시민사회가 군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가는 데 한발 먼저 나아서야 할 것이다.   

 북한의 개입이 국론분열의 또 다른 원인이다. 남북대치상황에서 북한의 개입은 통상적 국론분열이 국가안보적 국론분열로 전환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국론분열을 발생하는 국내 원인에 대해서는 각 주체들이 조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축적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현재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 한, 국내여론에 개입해서 국가안보적 국론분열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개입에 대해 추가적으로 고려할 점은 국내여론에 북한이 개입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하느냐이다. 북한 자체가 개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정권 보고 국론형성 과정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제안이다. 북한이 개입하기 힘든 국론형성구조를 구축해야한다. 

 이 점과 관련된 시사점을 6월 16일에 200개가 넘은 시민사회단체가 발표한 연대성명에서 찾을 수 있다. 성명에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 외에 주목할 만한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국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급이다(제 시민사회단체, 2010).

 “국민의 불신과 의혹을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모든 논란의 배경에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의 역할을 망각하고 천안함 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에서 부여된 소임을 게을리 해온 국회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 여야 정당은 조속한 천안함 진상 규명과 정부 조사활동 검증을 위한 국정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론분열은 외형적으로 시민사회 일부와 군/정부 간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의 역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안보 관련 사건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시민사회와 군/정부 간에 나타난 불필요한 대립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현재 주요 국가기관 중에서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는 기관이 국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제안이 쉽게 결실을 맺지는 못할 것이다.

 역으로 국회자체가 국론분열의 진앙으로 분석되는 형국이다(김광동, 2010). 따라서 제안은 장기 해결책이지 단기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한다면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 국민통합기능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국론분열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론통합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konas)

* 이글은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와 한국국방정책학회가 공동 개최한 안보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임.

김병조(국방대학교 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좌포(tjd3331)   

    항상 위기때마다 분열이 생긴다. 이런때일수록 서로 포옹력 발휘할때....</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11-03-30 오전 9:56:29
    찬성0반대0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