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한 국민이 무능한 정치 낳는다
Written by. 코나스
입력 : 2004-02-28 오전 10:19:12
역대 최저 투표율 우려, "삶과 정치의 내적연관성 자각해야"
총선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정국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고 정치 냉소를 부채질 하고있다. 일각에서는 역설적으로 정치권의 고질적 악습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적극적인 정치개혁의 요구로 승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내놓는다. 그러나 총선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정치권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눈길은 지극히 냉담하다. 극단적인 혐오가 정치 자체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으로 증폭돼 자칫하면 새 정치를 구현하려는 국민축제가 희망 없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될 징후가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냉랭한 선거 분위기,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
본격적인 총선국면에 돌입하는 시점임에도 유권자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최근 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 ‘관심이 있다(34.6%)’는 응답보다 ‘관심 없다(65.4%)’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이 같은 무관심은 투표의사에도 영향을 미쳐 이번 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35%를 포함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65.4%에 그쳤다. 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또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투표의사가 82.8%에 달했던 것에 비교해 보면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실제 투표율이 16대 총선의 57.2%에 크게 밑돌아 5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젊은 유권자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의 연세대 캠퍼스. 방학 중에도 신입생 맞이 준비 등으로 꽤 많은 학생들이 등교해 있었지만 교내에는 총선 관련 대자보 한 장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불과 1년 전 대선과 비교해 보더라도 학생들의 관심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청년층의 이 같은 무관심은 정치혐오에 따른 사회전반의 정치 냉소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더욱이 장기화된 청년실업 문제는 학생들의 탈정치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고학년생들은 오직 취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고, 저학년생들도 취업을 위한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정치권이 대학생들의 일상적 관심사를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는 자연히 젊은이의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책 없는 무관심에 정치개혁 물 건너 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유례없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일부 부패혐의 정치인들은 비난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옥중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부패를 일상화시킨 왜곡된 정치구조까지 검찰이 단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0년대 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부패권력의 장기집권을 몰아냈던 이탈리아 ‘마니뿔리떼(깨끗한 손)’의 경우를 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멀어진 사이 이탈리아 구 세력은 2001년 재집권에 성공해 마니뿔리떼의 성과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다시피 했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는 출발선일 뿐, 정치개혁이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유일한 원동력임을 일깨우는 사례이다.
일부 유권자와 시민단체는 국민의 무관심이 무능한 국회를 만들고, 다시 정치혐오를 이끌어내는 비극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부 강영임(서울 강서구, 36)씨는 “최선의 선택이 보이지 않는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선거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씨는 “정치에 무관심해지기 쉬운 주부들부터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우리 정치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투표를 하지 못했다가 원치 않는 후보의 당선을 안타깝게 지켜 본 경험을 가진 회사원 서충현(서울 송파구, 27)씨는 “이번에는 각 당의 정책까지 꼼꼼히 비교해 미약하게나마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한다. 한국YMCA 조여호 간사는 “현재의 무관심이 부메랑이 되어 미래의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피한다고 해서 정치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시민이 외면할수록 더 나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고 결국은 생활의 피해와 문제로 부메랑처럼 돌아올 뿐이지요. 근시안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정치가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을 버리고, 삶과 정치의 연관성에 대한 자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참여 통해 시민이 주체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선다
이번 총선은 우리 정치가 근본적 개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숙명여대 박재창 교수(정치학)는 “한국사회의 경우 대리정치의 기본적인 계약관계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기능적으로 제 역할을 하는 정치적 대리인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유권자적 행태가 일반화 된 우리 정치의 상황에서 올바른 대의정치의 골간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선거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선거 이후에도 계약관계를 정식화하기 위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는 이념과 제도가 완비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독일은 모든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만개한 국가공동체를 건설했으나 주체적인 민주시민 양성을 하지 못해 나치 집권의 비극적 역사를 낳고 말았다. 앞서 이탈리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체적인 민주시민 없는 민주주의는 언제 허물어질 지 모르는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다. 이번 총선이 참여를 통해 정치의 주인으로 시민이 등장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는 뜻 있는 사람들의 바람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konas)
총선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정국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고 정치 냉소를 부채질 하고있다. 일각에서는 역설적으로 정치권의 고질적 악습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적극적인 정치개혁의 요구로 승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내놓는다. 그러나 총선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정치권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눈길은 지극히 냉담하다. 극단적인 혐오가 정치 자체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으로 증폭돼 자칫하면 새 정치를 구현하려는 국민축제가 희망 없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될 징후가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냉랭한 선거 분위기,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
본격적인 총선국면에 돌입하는 시점임에도 유권자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최근 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 ‘관심이 있다(34.6%)’는 응답보다 ‘관심 없다(65.4%)’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이 같은 무관심은 투표의사에도 영향을 미쳐 이번 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35%를 포함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65.4%에 그쳤다. 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또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투표의사가 82.8%에 달했던 것에 비교해 보면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실제 투표율이 16대 총선의 57.2%에 크게 밑돌아 5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젊은 유권자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의 연세대 캠퍼스. 방학 중에도 신입생 맞이 준비 등으로 꽤 많은 학생들이 등교해 있었지만 교내에는 총선 관련 대자보 한 장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불과 1년 전 대선과 비교해 보더라도 학생들의 관심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청년층의 이 같은 무관심은 정치혐오에 따른 사회전반의 정치 냉소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더욱이 장기화된 청년실업 문제는 학생들의 탈정치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고학년생들은 오직 취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고, 저학년생들도 취업을 위한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정치권이 대학생들의 일상적 관심사를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는 자연히 젊은이의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책 없는 무관심에 정치개혁 물 건너 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유례없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일부 부패혐의 정치인들은 비난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옥중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부패를 일상화시킨 왜곡된 정치구조까지 검찰이 단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0년대 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부패권력의 장기집권을 몰아냈던 이탈리아 ‘마니뿔리떼(깨끗한 손)’의 경우를 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멀어진 사이 이탈리아 구 세력은 2001년 재집권에 성공해 마니뿔리떼의 성과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다시피 했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는 출발선일 뿐, 정치개혁이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유일한 원동력임을 일깨우는 사례이다.
일부 유권자와 시민단체는 국민의 무관심이 무능한 국회를 만들고, 다시 정치혐오를 이끌어내는 비극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부 강영임(서울 강서구, 36)씨는 “최선의 선택이 보이지 않는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선거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씨는 “정치에 무관심해지기 쉬운 주부들부터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우리 정치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투표를 하지 못했다가 원치 않는 후보의 당선을 안타깝게 지켜 본 경험을 가진 회사원 서충현(서울 송파구, 27)씨는 “이번에는 각 당의 정책까지 꼼꼼히 비교해 미약하게나마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한다. 한국YMCA 조여호 간사는 “현재의 무관심이 부메랑이 되어 미래의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피한다고 해서 정치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시민이 외면할수록 더 나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고 결국은 생활의 피해와 문제로 부메랑처럼 돌아올 뿐이지요. 근시안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정치가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을 버리고, 삶과 정치의 연관성에 대한 자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참여 통해 시민이 주체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선다
이번 총선은 우리 정치가 근본적 개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숙명여대 박재창 교수(정치학)는 “한국사회의 경우 대리정치의 기본적인 계약관계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기능적으로 제 역할을 하는 정치적 대리인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유권자적 행태가 일반화 된 우리 정치의 상황에서 올바른 대의정치의 골간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선거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선거 이후에도 계약관계를 정식화하기 위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는 이념과 제도가 완비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독일은 모든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만개한 국가공동체를 건설했으나 주체적인 민주시민 양성을 하지 못해 나치 집권의 비극적 역사를 낳고 말았다. 앞서 이탈리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체적인 민주시민 없는 민주주의는 언제 허물어질 지 모르는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다. 이번 총선이 참여를 통해 정치의 주인으로 시민이 등장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는 뜻 있는 사람들의 바람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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