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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2차6자 회담, 핵폐기 등 본질문제 진전 없어

Written by. 코나스   입력 : 2004-02-29 오후 10: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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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무회의 구성, 차기회담 6월 이전 개최 합의..시간벌기용 차선책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 2차 6자 회담이 핵 폐기 등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참가국들은 그러나 차기 회담과 실무회의 구성에 합의, 일단 '체면치레'(face saving)는 한 채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키로 하는 등 형식적 진전은 이루었다.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개국 대표단은 2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앤(芳菲苑)에서 2차 6자 회담 폐막 후 추가협의를 갖고 의장성명(Chairman's Statement)을 채택했다. 이는 1차 회담 때는 의장이 요약해 구두로 발표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문서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지난 회담보다 다소 진전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애초 중국과 한국이 생각했던 공동 발표문이나 공동 언론발표문 보다는 훨씬 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참가국들은 이번 회담의 일정을 하루 연장하고 폐막식 이후까지 공동 문서 내용을 조율하는 등 막판까지 노력했으나 난산 끝에 이견만 노출했다.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실제로 북한이 '마지막 카드'로 사용하려는 고농축 우라늄(HEU) 핵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하느냐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으나, 북한은 이를 끝까지 부인했다. 이처럼 별다른 결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비록 의장 성명이 채택된 것은 6자 회담의 틀을 깨서는 안 된다는 참가국들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이날 폐막식 인사말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참가국간에 여전히 중대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회담은 계속돼야 하고, 시간은 참가국들의 편'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참가국들이 의장성명으로 발표한 7개항은 △6자 회담에서 실질적인 문제에 관해 유익하고 긍정적인 협의가 개시됐고 또 모든 참가국들의 협의태도가 진지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회담을 통해 아직 차이점은 남아 있으나 참가국들은 상호입장에 대한 이해를 증진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의견을 모았다, △평화공존 의지를 확인하고 핵문제와 관심사를 상호 조율된 조치로 다뤄나간다, △대화 과정을 계속하기로 합의했고 2004년도 2분기 내 베이징에서 제 3차 6자 회담 전체회의를 개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참가국들은 전체회의의 준비를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등이다.

이번 7개항에서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란 대원칙을 지난 2002년 10월 두 번째 북한 핵 위기가 촉발된 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은 이를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ing: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로 해석하고 있다. 비핵화를 군사용은 물론 평화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미국측의 한 고위 관계자가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다. CVID가 과거보다 많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이번 회담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이날 폐막 시간을 연기하면서까지 미국과 북한은 줄다리기를 했다. 이는 바로CVID 때문이었다. 미국은 CVID에 대해 참가국들이 애초 합의한 '서로의 입장에 다시 한번 이해가 깊어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참가국들이 CVID에 동의했기 때문에 북한도 앞으로 'CVID'를 협상에서 다룰 수밖에 없을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이 문구를 빌미로 차기 회담에서 지난번 회담에서 'CVID' 원칙을 일부 수용한 것 아니냐고 주장할 것을 우려했다. 결국 북한은 '이견이 있지만 앞으로 좁혀나가자'는 표현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회담 중 북한과 미국이 충돌했던 '핵 프로그램 폐기 표명' 대 'CVID' 공방이 계속된 셈이다. 북한의 문구 수정요구가 없었다면 6개국 대표단의 동의로 공동언론발표문이 채택될 예정이었으나, 참가국의 합의가 없는 의장성명으로 그 격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결국 이 문구는 '차이점은 남아 있지만 상호 입장에 이해를 증진한다'로 수정됐다.

北, 평화적 핵 프로그램 계속 개발...美, 완전한 핵 프로그램 폐기 주장

북한은 이번 회담 첫날인 25일 기조 연설을 통해 '핵무기 개발계획은 폐기할 수 있으나 평화적 핵 활동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교묘한 협상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핵 폐기 문제를 군사용과 평화용으로 나눠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면서 HEU 문제를 평화용으로 은폐하는 동시에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HEU 문제가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미국은 북한이 이 같은 카드를 들고 나오자 CVID의 'C(Complete)'에 위배된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무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우리의 요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핵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강조, 핵무기 뿐 아니라 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27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회담이 어떤 예외도 없는 한반도의 완전 비핵화를 기본목표로 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 계획과 관련된 모든 것이 (논의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렸으며 중국 등이 'C(Complete)'이라는 용어대신 '모든(all)','포괄적인(comprehensive)'이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절충을 시도했으나 결국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국측 고위관계자는 28일 2차 회담 브리핑에서 '북한은 평화적 핵 활동을 폐기대상에서 제외하고 HEU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부인했다'면서 '(북한이 평화적 핵 활동 유지계획을 밝혔을 때) 미국은 놀라지 않았으나 다른 참가국들은 화가 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6자 회담의 틀에서 핵 문제 실질적으로 풀려면 오래 걸리겠지만 미국은 인내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고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은 계속 논쟁거리로

북한의 HEU 핵프로그램은 앞으로 계속 논쟁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켈리 수석대표는 HEU 핵 프로그램 문제를 집중 거론했으나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HEU 핵 프로그램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증거를 대면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HEU핵 프로그램 문제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원점을 맴돌기만 했다. 북한이 증거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약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HEU 핵 프로그램의 설비가 어디에 설치됐으며 어느 정도 진행이 됐는지를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HEU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등은 작은 규모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은닉했을 경우 이를 찾아내기는 매우 힘들다. 따라서 북한이 리비아처럼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과거 금창리 사찰에서 아무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듯이 사찰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에게 리비아 방식의 핵 폐기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금창리 방식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존재하지도 않는 HEU 핵 프로그램을 시인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미국이 먼저 의혹이 가는 시설을 지정하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해명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HEU 문제를 워킹그룹회의로 넘기더라도 역시 존재여부를 비롯해 사찰과 폐기 방법을 놓고 북미간의 논란은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이처럼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모습을 보였지만 판을 깨지 않겠다는 목표만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6자 회담을 교착시키면서 미국의 정권교체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면서 가장 유리한 국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이 기간 중 핵 개발 프로그램은 계속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정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온다면 핵보유국임을 선언할 수도 있다.

반면, 부시행정부는 이라크가 안정화되고 리비아가 스스로 핵 포기를 선언하는 등 자국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북한에게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선을 의식해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하면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만을 표명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우리는 이번 회담 결과에 만족한다'면서 '공동 언론 발표문에서 밝힌 대로 한반도의 비핵화는 핵의 완전한 폐기를 의미한다'고 밝혔다.(워싱턴 포스트 2004년 2월 28일자 보도)

워킹그룹 회의 신설은 일단 이번 회담의 성과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했으나 한국과 중국은 다소 실망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 양국은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등 중재자로서의 '생색내기'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양국은 에너지 지원 문제에서 참가국들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북한이 핵 동결을 수용할 경우 한국과 중국, 러시아는 에너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과 일본은 다른 나라의 지원에 반대하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워킹 그룹 설치에 합의했다는 점도 양국의 중재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향후 워킹그룹 회의가 구성되면 북한의 전면적 핵 동결과 핵 폐기 문제에 대해 계속 토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물론 참가국들 모두 회담 실패에 따른 부담을 알기 때문에 최소한 합의할 수 있는 접점으로서 실무회의 구성에 합의한 것이다.

물론 워킹그룹 회의의 신설은 6자 회담을 상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차석대표급 워킹그룹 회의는 6자 회담에 비해 개최도 쉬울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무 회의에 어느 정도의 권한을 위임 할 것이지도 정해지지 않는 등 앞으로 상당한 난관도 예상된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나온 공동언론발표문대로, 실무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이는 단순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볼 때 이번 회담은 본질 문제에 있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뉴욕 타임스》는 외교관들은 이번 회담이 약간의 진전이 있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중요하고 미묘한 문제에서는 아무런 결론도 못 낸 채 협상만 지연시켰으며, 북한에게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만 주었다고 지적했다.(2004년 2월 28일자 보도)
때문에 북한과 미국이 앞으로 실무회의나 차기 6자 회담에서 얼마나 융통성을 발휘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미국과 북한의 힘 겨루기와 신경전은 지금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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