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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포퓰리즘적 유혹에서 벗어나야

Written by. 코나스   입력 : 2004-02-29 오전 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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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개혁주의 극복과 대통령으로 부터의 자유도 주요 과제

판은 썩었는데 흘러나오는 미사여구의 구호들은 오히려 기특(?)하기만 하다. 말을 가지고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면 언어와 정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런 점에서 정신적 여당임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이 정치개혁을 위해 연일 내뱉는 구호들은 다분히 인기영합주의적인 색채를 진하게 지니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마치 TV프로그램 중에서 뉴스가 시청률이 높은 이치와도 같다. 사람은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다. 새로운 것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이미지라는 도구를 적절히 이용,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관심을 끄는데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개혁의 상업주의화'라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지지도가 이를 증명해 준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지난 1월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4.15 총선에서 부산 경남 지역에서 황색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좋은 분들이 낙하산을 타고서라도 부산에 상륙해서 한나라당을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개혁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당이 비록 당헌상 30%를 경선없이 영입할 수 있다 하더라도 민주적인 상향식 공천절차 대신 과거 낙하산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정치적 승리를 이루어 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조중빈 교수(국민대, 정치학)는 이에 대해 '테크닉과 감성의 정치만으로는 올바른 정치개혁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열린우리당의 이미지 정치에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대통령 프리미엄(presidential premium)’에만 기대다 보니‘콘텐츠'는 빈약한 이른바 '노빠당'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지나치게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으며 다른 당과 차별화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열린우리당이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으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발상은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우선 이기고 보자는 후진적 정치행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행정부내 장.차관들을 정치권으로 징발하고 있는 일련의 시나리오는 국정을 도외시한 포퓰리즘적 '숫자 정치'에 연연한 결과인 것이다. 능력여하에 관계없이 얼굴이 잘알려진 장.차관들을 총선에 올인(all-in)시키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함정이 있다. 유능한 인사라면 국가를 위해 국정에 전념토록 잔류시켜야 할 것이고, 반대로 능력이 없는 자들인 경우에는 차라리 퇴출을 시켜야지 그렇지 아니하면 정치권에서 무능력자를 영입시키는 우를 범하는 셈이 된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개혁적 이슈와 일관성 없는 정치행태로 선거에서 제1당이 된다한들 '정책정당,' '책임정당'으로의 변신은 연목구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한 때 정치권에 몸을 담은 적이 있는 손교명 변호사는 이를 두고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장.차관급 인사들과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이 익숙해진 일부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은 선거 속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정치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채 인기위주의 인물만을 선택할 때 이들이 결국에는 일회용 정치인으로 희생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당내 계파간의 갈등 문제도 정치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민주당 개혁파와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국민정당 세력에 외곽의 신당추진세력, 그리고 시민. 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한데 뭉쳐 당을 만들다 보니 각 세력마다 주요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넣을려는 욕심이 없지않아 겉으로는 정치개혁을 내세우면서도 내부에서는 세력다툼을 벌이는 구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회창 만들기'에 앞장 서 온 사람들이라도 열린우리당에 들어오기만하면 개혁세력이 되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잔류하게되면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개혁 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아무리 개혁적이라 하더라도 역할이 작으면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열린우리당의 '초심'이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그는 나아가 '그러다 보니 구체적인 대안 없이 '개혁 대 반개혁,' '지역주의 타파 대 지역주의 영합'이라는 결코 참신하지도 않은 이분법적인 대결정치 구도만 양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리는 지난 민주당 경선 자금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사람은 정동영 의장이 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를 우려해 당내 일부에서는 한화갑 전 대표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기로 한 것을 최대의 패착으로 보면서 경선 자금 논란에 말려들지 않도록 몸조심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화갑 전 대표 구속건은 언급하지 않은 채, 열린우리당이 최근 경제살리기를 화두로 이른바 '삼민(민생, 민권, 민심)정치'로 급히 전환한 배경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안순철 교수(단국대, 정외과)는 16대 총선을 분석한 연구에서 한국사회 정치적 여야 갈등 구조와 지역주의가 거의 동일한 패턴을 이루고 있음을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패턴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를 하고 있다. 안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사회에 구체적인 경제 사회적 정책과 연계된 이데올로기적 차원이 발달하지 못했거나 압축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조중빈 교수는 “열린우리당 창당 시 각 당으로 부터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더 당의 이념과 정체성을 흐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절박한 요구가 이미지와 감성으로 버무려진 그럴듯한 구호로만 충족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유권자의 현명한 분별력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그동안 간단없이 진행되어 온 정치권의 개혁조치에 대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어떻게 하면 개혁이 성공하느냐의 근원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개혁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분당 전 민주당내에서 개혁을 빌미로 주도권(헤게모니) 잡기에만 혈안이 된 채 결국에는 자신들의 뜻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자 민주당과 정치적 결별을 감행한 데 따른 책임과 반성도 이러한 시각에서 뒤따라야 한다.

다시 말해, 탈당파들은 당권이라는 소의를 위해 민주.정치개혁이라는 대의를 저버리고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구주류인사들에게 전가하는 교각살우의 형태를 보였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에서 우둔이란 약점이 아니다'고 나폴레옹은 거만하게 외쳤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치는 포퓰리즘과 개혁을 확실히 구분해야 하는 현명한 판단을 요구하는 시점에 서 있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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