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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일본은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1-04-08 오전 9: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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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이 들어서까지 잔인하고 혹독하던 일본 통치를 겪어본 나 같은 노인에게 있어서는 일본이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보다 한 걸음 먼저 개화에 힘쓴 일본이 근대화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 발 앞섰던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본이 영토 확장의 야심을 품고 시작한 전쟁이 청일전쟁(1894), 러일전쟁(1904)이었습니다. 그런 일본의 야망의 희생양이 된 것이 1910년의 조선이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봐서 잘 압니다. 타고난 자질에 있어 조금도 일본인에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우수하다고 여겨지던 우리 겨레를 일본인보다 열등한 민족으로 여기고 우리를 얼마나 무시했는지 모릅니다. ‘조센징(조선인)’이라는 낱말이 우선 모욕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3~4학년 때 ‘조선어독본’은 사라지고, 일본인 교장은 우리에게, “조선말을 쓰면 절대 안 된다.”고 힘주어 타일렀고, 학교에서 ‘조선말’을 하다 걸리면 교무실에 끌려가 벌을 서야만 했습니다.

 평양고보를 마치고 일본의 동경제국대학을 졸업했던 박화양이라는 우리 고향 선배 한 분은 과학도였는데도 시인 윤동주처럼 감옥에서 매우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왜 그는 감옥에 끌려갔으며 왜 그런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일본인이 개인적으로는 착하고 상냥하고 경우 바른 사람이지만 집단적으로는 흉악하기 짝이 없는 민족입니다.

 최근에 일본이 엄청난 재난에 직면하여 전 세계가 일본을 도우려고 정성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모든 과거의 원한을 가슴에 묻고 일본을 도우려는 한국의 모습은 기특하다고도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런 때에 일본은 교과서와 지도책에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겨대니 이런 모진 국민이 어디 있습니까. 방사능에 오염된 그 많은 양의 물을 어쩔 수 없이 태평양의 바다에 쏟아버리면서도 우리에게 사전에 한 마디 양해도 구하지 않는 뻔뻔스런 일본.

 나는 일본의 국민을 탓하려 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위해서라며 그 짓을 하는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얄미울 뿐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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