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진짜 위기로 치닫는가
물론 모든 것이 북한 뜻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 94년 1차 북핵 위기 때와는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6자라는 다자간 협상틀이 정례화되어 있어 북한의 운신 폭도 제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9·11 이후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다루고 있어서 더 이상 제네바합의문 같은 주고받기식 흥정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게다가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우라늄탄 개발을 시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핵동결도 일방적으로 풀고 플루토늄 재처리까지 강행한 상태이다.
북한은 이미 핵 금지선(Red Line)을 넘어버렸다. 그들은 이른바 ‘자위적 핵 억제력’ 보유를 선언했다. 미국이 대북 적대(敵對)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생존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난 것은 미·북 양측의 협상력 부족이 아니라 근본적인 불신감 때문이다. 설사 향후 실무접촉에서 기술적인 진척이 나온다 해도 이 신뢰성의 한계는 쉽게 극복될 것 같지 않다.
북측이 핵폐기 조건으로 요구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란 사실상 단독 불가침 보장, 주한미군철수, 한미동맹 해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포기(CVID)’도 북측이 대책 없이 받기 어려운 것 역시 마찬가지다. 양측 요구조건이 모두 본질적으로 체제안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북핵문제는 북한이 리비아나 우크라이나처럼 개방, 즉 완전히 문을 열지 않는 한, 일시적 동결은 가능해도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번에 북측 수석대표가 군사용 핵과 소위 ‘평화적 핵동력’을 구분해 말했지만, 북한의 병영국가적 체제특성상 이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다. 군사시설과 민간시설 그 자체도 엄격한 구분이 없는 게 북한이다. 더구나 애초 핵개발의 시발점이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절대적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왔기 때문에, 대남기본노선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이 스스로 핵카드를 포기할 리 없다. 북측이 왜 입만 열면 우리에게 한·미공조를 깨고 소위 ‘민족공조’를 하자고 선전선동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미·북 간 ‘중재역’을 자임하고 그 역할에 만족해했다. 이로 인해 북핵위협의 최대 이해당사자이고 피해자인 한국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동정하고, 심지어 대변하려 한다는 미국 고위관리들의 불만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한·미공조는 지금 불안정한 상태다. 북핵 위협은 이제 국가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정도로 절박해졌으나, 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이미 위기에 처해 있고, 이를 바로잡아 주어야 할 야당은 무기력하게 방황하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대학원장) 제공: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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