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北인권, 정부는 침묵을 깨라

Written by. 남주홍   입력 : 2004-03-03 오전 10:43:22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0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이 국제사회에 고발된 게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북한의 대표적인 정치범 수용소인 함남 요덕수용소가 일본 후지TV에 공개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잖아도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심지어 화학무기 생체실험을 했을지 모른다는 영국 BBC방송의 보도로 세계가 경악한 바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엔 수용소의 생생한 단면이 공개됨으로써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핵 문제에 이어 국제사회의 시급하고 중대한 관심사가 됐다.

급기야 미국의 한 잡지가 김정일을 세계 최악의 독재자로 선정하는가 하면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북한을 아예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정권’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민간 단체들도 그 동안 수없이 지적했지만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가혹한 처벌과 고문, 그리고 식량난이라는 비상 사태에서도 폭압적인 인민 통제 강화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로 인민경제가 부분적으로 활성화되고 주민 이동이 조금 자유스러워졌다고는 하나 극심한 생필품 부족과 고물가, 그리고 배급 체계의 붕괴로 인한 유통 구조의 왜곡은 오히려 극단적인 빈곤층만을 확대해 인민 생활 전반에 걸쳐 처절한 생존 투쟁을 조장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200만명을 아사시킨 만성적인 식량난, 그리고 구조적인 에너지난과 외화난 및 사회간접자본(SOC)난은 북한 체제가 개혁·개방하여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이대로 가면 북한의 인권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 뻔하고 대규모 탈북 행렬 등 어떠한 형태든 폭발하여 남북 관계는 물론 북한의 모든 대외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다 만약 핵 대치 국면까지 지속되면 북한 정권은 그야말로 존망의 기로에 처할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의회가 ‘북한자유법안’을 제정하고 탈북난민 지원 대책과 북체제 민주화 운동 촉진을 상정한 것이나 중국 정부의 탈북자 대책이 점차 다원화되고 있는 것은 모두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그동안 맹목적인 햇볕정책에 젖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정책은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다.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심지어 지난해 여름에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아예 표결에 불참해 버린 일도 있다. 국제사회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조소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남북 대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거론은 아예 금기시해 왔고 행여나 북한 지도부의 비위를 거스를까봐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도 비공식적인 이산가족의 범주에서 다루는, 실로 황당한 비굴함마저 보였다.

이러니, 만주에서 헤매는 탈북자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이며 중장기적인 대책은 무엇이고 나아가 유사시 북한 난민의 대량 유입에 따른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정부 안팎의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돼 있을 리가 없다. 북한 주민은 엄연히 우리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말이다. 북한 동포들의 인권에 무심하면서 과연 우리는 통일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핵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제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즉, 남북 쌍무 접촉에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국제사회의 힘을 빌려서라도 북한의 변화를 압박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남북 화해 협력의 명분을 유지 하면서도 얼마든지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의 분배 투명성 보장을 전제 조건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차제에 경협 문제도 북한 체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경 연계식 전략을 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현 상태대로 대북 현금 지원 사업인 금강산 관광을 내실없이 계속하고 북한 지도부가 사실상 ‘남조선의 달러박스’로 간주하는 개성공단을 조건없이 지어주면 그것은 종국적으로 북한 정권과 체제 안전에 기여하는 것이지, 결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는 이미 실패한 교조적 대북 햇볕정책의 미몽에서 하루빨리 깨어나길 바란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대학원장 )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