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數의 정치’ 안된다
Written by. 이달곤 교수
입력 : 2004-03-03 오전 10:45:45
대선자금 수사를 시작으로 번지기 시작한 정치권의 요동이 계속되고 있다. 총선 공천이 진행되면서 각 당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이러한 혼돈은 급격한 변화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개혁의 기회가 무르익고 있다. 정치변화의 뿌리는 대선 비리에 있지만 변화의 동기는 대통령과 검찰이 만들었다. 하지만 새 정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는 그 주체가 각 정당이 되어야 할 것 같고, 구체적으로는 지금 당권을 잡은 정치지도자들에게 있다. 시민단체가 보조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를 온몸으로 수행하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은 어디에 맞추어져야 할까. 한마디로 ‘수에 의한 정치’를 ‘질에 의한 정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민주정치에서 수가 중요하다. 각 정당의 책임자들은 몇 자리를 더 당선시킬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관행과 현실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국의 정치현실은 질적 개선을 절대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국민은 어느 당이 몇 석 더 차지하느냐 하는 것보다 수준 높은 정치를 기대한다. 양의 정치에 신물이 난 것이 국민이다. 계속되는 정쟁, 빈번한 선거, 다수 정당의 횡포와 소수정당의 억지, 수많은 당직, 저질 논쟁 등 ‘수와 양에 치우친 정치’에 식상하였다. 하나를 하더라도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애국심이 배여 있고, 한 건을 심의하더라고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국회를 보고 싶은 것이다.
작금 진행되고 있는 공천을 보면 또 뻔한 17대 국회를 보는 것 같다. 수의 정치에 빠져서 질의 문제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인구이동이 심하고 대도시 생활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지역구는 한정적인 의미밖에 없다. 1인3표를 해야 할 정도로 온갖 정치적 타협을 다 끼워넣은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썩은 정치산업의 내부로부터 대다수의 후보를 충원한다면 떡잎이 누런 것이다. 세력싸움에 오염되지 않은 젊고 유능한 사람을 선거판의 진흙탕에 빠뜨리지 않고 충원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또 한차례의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어떤 수준의 선거를 치렀고, 어떤 제도를 새로이 만들었고, 어떤 사람을 새로이 충원할 수 있었고, 그래서 한국의 정치판을 어떻게 변화시켰다는 것이 지도자들의 평가 잣대가 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정치의 비중을 줄이면서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정치의 비중은 국회의 기능을 조정하고, 정당의 역할과 규모를 줄이고, 정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돌아가는 자금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울러 정치를 혐오의 대상에서 필요한 것,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정치인을 세력싸움을 하는 양복입은 무인이 아닌 시민에 대한 서비스맨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과정을 시민에게 가깝게 옮겨야 한다. 누구도 정당과 국회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갖가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총선공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치’를 할 수 있는 방책이다. 괜히 국민을 현혹시키는 수십 쪽의 정책공약은 그야말로 ‘양의 정치’에 불과하다. 많은 분야에서 질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만은 과거로 회귀하는 열차에 실려 있다. 각 당 지도부는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는 자기 개혁에 착수하고 질의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 수 많다고 다음에 정권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가 많아지면 자만심이 생기고 오만해진다. 국민은 오만하고 권세부리는 정당을 싫어한다. 수의 정치에 몰입하여 잇속 챙기기로 이 기회를 잃는다면 역사의 평가는 준엄할 것이다.
이달곤 (서울대 정책학 교수)
그렇다면 지금 정치를 온몸으로 수행하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은 어디에 맞추어져야 할까. 한마디로 ‘수에 의한 정치’를 ‘질에 의한 정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민주정치에서 수가 중요하다. 각 정당의 책임자들은 몇 자리를 더 당선시킬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관행과 현실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국의 정치현실은 질적 개선을 절대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국민은 어느 당이 몇 석 더 차지하느냐 하는 것보다 수준 높은 정치를 기대한다. 양의 정치에 신물이 난 것이 국민이다. 계속되는 정쟁, 빈번한 선거, 다수 정당의 횡포와 소수정당의 억지, 수많은 당직, 저질 논쟁 등 ‘수와 양에 치우친 정치’에 식상하였다. 하나를 하더라도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애국심이 배여 있고, 한 건을 심의하더라고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국회를 보고 싶은 것이다.
작금 진행되고 있는 공천을 보면 또 뻔한 17대 국회를 보는 것 같다. 수의 정치에 빠져서 질의 문제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인구이동이 심하고 대도시 생활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지역구는 한정적인 의미밖에 없다. 1인3표를 해야 할 정도로 온갖 정치적 타협을 다 끼워넣은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썩은 정치산업의 내부로부터 대다수의 후보를 충원한다면 떡잎이 누런 것이다. 세력싸움에 오염되지 않은 젊고 유능한 사람을 선거판의 진흙탕에 빠뜨리지 않고 충원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또 한차례의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어떤 수준의 선거를 치렀고, 어떤 제도를 새로이 만들었고, 어떤 사람을 새로이 충원할 수 있었고, 그래서 한국의 정치판을 어떻게 변화시켰다는 것이 지도자들의 평가 잣대가 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정치의 비중을 줄이면서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정치의 비중은 국회의 기능을 조정하고, 정당의 역할과 규모를 줄이고, 정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돌아가는 자금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울러 정치를 혐오의 대상에서 필요한 것,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정치인을 세력싸움을 하는 양복입은 무인이 아닌 시민에 대한 서비스맨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과정을 시민에게 가깝게 옮겨야 한다. 누구도 정당과 국회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갖가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총선공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치’를 할 수 있는 방책이다. 괜히 국민을 현혹시키는 수십 쪽의 정책공약은 그야말로 ‘양의 정치’에 불과하다. 많은 분야에서 질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만은 과거로 회귀하는 열차에 실려 있다. 각 당 지도부는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는 자기 개혁에 착수하고 질의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 수 많다고 다음에 정권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가 많아지면 자만심이 생기고 오만해진다. 국민은 오만하고 권세부리는 정당을 싫어한다. 수의 정치에 몰입하여 잇속 챙기기로 이 기회를 잃는다면 역사의 평가는 준엄할 것이다.
이달곤 (서울대 정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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