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은 지금 몇시인가
지난달 하순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회를 방문했다. 워싱턴 민간 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만났다. 하와이의 태평양함대사령부에서 안보 브리핑도 들었다. 모든 일정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하와이대 동서문화연구소가 함께 마련한 한미 언론인 교환 방문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었다. 덕분에 한반도 업무와 관련된 비중 있는 인사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한미 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일단 지금의 한미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로 나눈 대화여서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현재 한미 관계에 대한 미국 당국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안정적·긍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맹의 한미 양국의 선린우호 관계가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할 상황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완벽한 동맹 관계를 다지려면 할 일이 적지 않다. 미국은 지금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나.
첫째는 중국의 부상이다. 우리가 보는 대로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국은 미국 옆으로 다가서고 있다. 미국의 외교·국방 관료들은 중국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협력의 동반자이면서 잠재적인 위협 존재라는 양면성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의미도 자칫 이중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고민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과제다.
북핵 해법과 그 연장선상에서 6자회담 복구, 북한과 대화나 인도적 지원 여부도 미국의 현안임이 분명했다. 2012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 문제에 더욱 절실히 나설 것이다. 경기 호전의 속도가 늦어지는 만큼 오바마 정부는 외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할 상황이기도 하다.
경제부문에서도 한 단계 유대를 더 강화할 어떤 계기가 절실한 국면임이 분명하다. 경제는 안보와 더불어 한미동맹 관계를 발전시켜 온 두 바퀴다. 물론 당면 현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성이다. 미국 쪽에서는 민·관 할 것 없이 대세는 조기 비준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쪽 인사들과도 면담을 했는데, 논리도 취약하고 반대의 강도도 약하다는 인상이었다. 문제는 미국의 정계다. 미 의회에서 파나마·콜롬비아와 연계시키면서 한미 FTA 비준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양국 상호가 올해 중에는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절실하다. 이렇게 본다면 국내에서든 미국에서든‘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은 무리한 지적이 아니다.
FTA 외에도 양국이 협력할 경제 산업 분야의 몇몇 현안이 있었다. 사상 최대의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속에서 대한(對韓) 무역 적자에 우려하는 미국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몇몇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비단 경제협력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한미 관계 강화를 이루는 첩경이다. 예컨대 시카고에서는 한국과 함께 하는 스마트 그리드(인터넷 기반의 지능형 전력사업)가 양국의 관심사였고, 미국 측 관심도가 매우 높았다. 휴스턴에서는 아시아나 항공과 협의 중인 직항로 개설을 강하게 희망했는데 우리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 보였다.
군사적 기반의 동맹 강화가 경제협력을 가져오는 시대는 지나가는 듯하다. 굳건하고 서로 윈윈하는 경제협력이 군사외교 안보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http://kookbang.dema.mil.kr/)
허원순(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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