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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의 치명적 오류

Written by. 민경국   입력 : 2011-06-21 오후 3: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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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 보육 등 무상복지 시리즈로 경쟁하더니 이제는 반값 논쟁으로 정치권이 뜨겁다. 그 핵심은 교육 수요자에게 등록금 반액을 장학금의 형태로 정부가 보조하거나 또는 정부가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하여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대학교육이 사회적 기본권인가

반값 등록금은 소득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이다. 대학교육을“사회적 기본권(social basic right)”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원하면 대학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 권리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다. 
 
대학교육을 사회적 기본권으로 만들었다가 망한 예가 핀란드의 복지국가가 아니던가. 방방곡곡 작은 도시에도 몇 개씩의 대학을 만들어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학위를 위해 대학에 몰려들었다. 교육수준은 하락되었고 학력인플레만 야기했다. 그래서 희한하게도 목수, 배관공, 기계공 등 진정으로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공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반면에 노동시장에서 전혀 쓸모 없는 학사, 석사는 넘쳐나고, 박사 실업자도 일상이다.

우리가 반값 등록금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은 책임원칙이라는 헌법적 가치 훼손

반값이 자유와 책임이라는 소중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도 심각히 우려할 일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교육은 스스로 택하고 교육비용은 납세자들에게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점심은 내가 먹고 점심값은 다른 사람이 내거나 치료는 내가 받고 치료비는 제3자가 내는 경우와 동일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 결과다.

등록금이 반으로 줄었으니 대학 진학률은 늘어날 것이고, 노동시장에는 쓸모없는 고학력 거품과 유용한 기능공의 만성적 부족은 불 보듯 뻔하다. 비용이 싸기 때문에 수요자의 교육선택도 신중하지 못하고, 등록금이 싸졌으니까 열심히 배우겠다는 부담감도 줄어든다. 대학생 노릇하기가 돈이 들지 않으니까, 만년 대학생의 진풍경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반값 등록금으로 만세를 부르며 기뻐할 곳은 문 닫아야 마땅한 부실 대학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대학들의 자구노력은 약해지는 반면 강화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의존심뿐이다. 지원이 늘면 정부의 규제와 간섭도 심해지기 마련이다. 대학의 자율화는 멀어지고 대학 간 경쟁은 사라지는 한편, 대학에 대해 간섭하는 관료들은 할 일이 많아져 살판이 날 것이다. 활력을 잃은 대학에다 완장차고 거드름 부리는 관료가 득세하는 구조에서 경쟁력 운운은 사치스런 말이다.

반값 등록금은 부도덕의 극치

정부지원을 위한 납세자의 부담도 문제다. 고졸 노동자들의 세금이 부자집 자녀의 교육비용 조달을 위해 이용된다. 가난한 계층에서 부유층으로 소득이 이전되는 전형적인 제도가 반값 등록금을 위한 납세이다

자녀 없는 납세자들도 남의 집 자녀 대학교육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서울의 CEO나 부유층 자녀 대학교육을 위해 늙은 농어민의 세금을 동원한다. 반값 등록금 제도는 부도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할 일은 대학의 경쟁질서 확립

비싼 등록금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해서 등록금을 문제시하는 것은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등록금은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 교육시장이 결정할 일이다.

정부가 할 일은 대학 간의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경쟁은 다양한 재원을 확보하여 낮은 등록금으로 질 좋은 교육을 공급하도록 대학들을 유도하는 매우 효과적인 사회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입증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대학교육에는 경쟁질서가 없다. 대학설립, 운영, 입시선발, 편입학 등 모든 영역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겹겹이 쌓여있다. 정부관리 하의 대학 운영은 대학의 경쟁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미국대학은 승승장구하고 유럽 대학은 정체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규제를 풀고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을 제거하여 자유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수익사업도 가능하고 기여 입학도 허용하고 대학퇴출도 용이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해서나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 대학의 경쟁질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은 엉뚱한 길로 빠지는 지름길이다.(http://www.cfe.org/)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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