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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는 날고, 한국군은 기어가나

Written by. 유용원   입력 : 2004-03-05 오전 11: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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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일본 이라크 파병부대가 사용할 장갑차, 차량 70여대와 각종 보급물자를 실은 대형 함정이 쿠웨이트로 출항하는 모습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항공모함처럼 생긴 이 함정은 해상자위대 소속 수송함 오오스미다. 오오스미는 이름만 수송함일 뿐 유사시 경(輕)항공모함으로 개조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본 군사력 증강의 상징적인 존재다. 배수량 8900t의 이 대형 함정은 이번 이라크 파병의 경우처럼 전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 나타나 일본의 능력을 뽐낼 수 있다.

그러면 일본의 세 배 이상의 병력을 파병하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장비와 물자는 어떻게 수송하나. 군 당국은 당초 해안에 전차 등을 상륙시키는 전차상륙함(LST)으로 장갑차와 차량 등 파병부대가 쓸 각종 장비와 물자를 수송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군이 보유한 4000t급 상륙함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쿠웨이트까지 가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돼 민간 상선을 임대해 장비와 물자를 수송키로 했다고 한다.

주력부대 1진이 쿠웨이트로 출발한 일본 육상자위대도 각종 일본제 최신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일본은 96식 장갑차 등 도시지역 치안유지 작전에서 무한궤도(캐터필러) 장착 장갑차보다 효율적인, 바퀴 달린 고속 장륜 장갑차를 대거 투입하고 있다.

한국군은 국산 무한궤도 장착 K-200 장갑차를 투입할 계획이지만 이번 파병에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고속 장륜 장갑차는 파병장비에 포함돼 있지 않다. 마땅한 장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시 기동타격대 투입이나 응급환자 수송 등에 필수적인 헬기도 미측에 20여대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자이툰 부대’의 어려움은 비단 장비 문제뿐이 아니다. 3700명에 달하는 장병들을 먹이고 재우며, 수백대의 장비를 유지하는 군수 보급에도 상당한 시행착오와 난관이 예상된다. 우리 군은 이렇게 많은 병력을 한반도에서 수천㎞ 떨어진 곳까지 파병, 직접 운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파병부대가 현지에서 큰 충돌이나 갈등 없이 ‘소프트 랜딩’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중동 국가를 순방하고 키르쿠크 주지사를 방한토록 하는 등 외형상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듯하지만, 이라크인들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줄 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국방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외교부로 나뉘어 파병지원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범정부 차원의 통합 파병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끝난 ‘자이툰 부대’ 장병 선발은 15.9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파병부대원 사기도 높다고 한다. 하지만 장병들의 사기가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에선 미군 및 경찰에 대한 테러공격, 파업, 시위, 종족 간 갈등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국방부도 뒤늦게 파병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25% 증액 요청, 장병들의 안전 대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난달 파병안의 국회 통과를 고비로 점차 시들어지는 것 같다. 불과 한 달 뒤면 수천명의 우리 젊은이들이 이라크 땅을 밟게 된다. 국민의 관심이 정작 절실해지는 것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다.

(유용원·국방전문기자,  제공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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