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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절도 공천, 웃기는 정치판

Written by. 현택수   입력 : 2004-03-07 오전 9: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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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선을 향한 각 당의 공천과정에서 불만과 항의의 고성이 많고 몸싸움도 잦습니다. 이러한 공천 추태들은 그만큼 공천심사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이런 각 당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공천과정을 틈타 후안무치의 행태를 보이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후보들도 적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만 빼놓고 여당이나 야당 가릴 것 없이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거법 위반 사례가 제일 많은 열린우리당에서는 공천 후보들이 돈 살포로 구속되는가 하면, 불법자금 관련 혐의로 재판중인 이광재 전 대통령 국정상황실장이 공천신청을 했습니다. 또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유시춘 국가인권위원이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하여 도덕성 시비를 일으키고, 김재홍 기자출신 경기대 교수는 공천심사를 하다가 느닷없이 공천 신청을 하는 별 희한한 일들이 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정치생명이 다한 것처럼 보이는 한나라당에서는 한 지역구에서 공천탈락한 후보를 다른 지역의 단수 공천자로 확정하는가 하면, 역시 공천심사위원 김석준 이화여대교수가 돌연 단수공천후보가 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국회의원은 윤리와 도덕을 무시하고 얼굴에 철판을 깐 인간들인가 봅니다. 지금 총선을 앞두고 시인, 소설가, 방송인, 변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후안무치의 인간형으로 변신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기성 정치인들이 보여준 것을 보니 제일 해볼만하고 만만한 게 국회의원이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래전부터 흑심을 품다가 정치 물갈이를 한다고 하니까 ‘혹시나’ 하고 이번에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인간들은 몰라도 교수들이 문제입니다. 저도 교수이지만 교수란 인간들에게 신뢰가 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교수들 가운데는 평소엔 시민운동한답시고 매우 객관적이고 도덕적인 학자인체 하다가 정치권에서 한 자리를 얻어 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웃기는 인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학술단체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닌 모호한 단체들을 만들어 공동대표직을 행사하며, 신문이나 방송에 좀 얼굴이 알려지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 곁에 가서 자문한답시고 기웃기웃거리다가 ‘자리’ 하나 달라고 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한 자리 받으면 그 때부턴 용비어천가를 노골적으로 부르기 시작하죠. 사실 대학의 좁은 연구실에 갇혀서 연구하고 학생들 앞에서만 폼 잡다가, 으리으리한 빌딩에서 고급승용차 타며 국민 세금이나 불법자금을 팍팍 쓰게 되면 이건 교수로서 출세도 이만 저만 출세가 아니거든요. 이런 정치지향적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학교에서 기껏해야 연구비 좀 떼먹거나 부정입학으로 돈받고 여학생 건드리는 교수들보다 낫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공천 얘기하다가 좀 흥분하여 다른 길로 좀 나갔네요. 다시 돌아와 말하자면, 공천 심사하다가 자신이 공천되겠다고 나서는 교수들의 심정, 좀 이해줘야 하는 것입니까?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 우리나라 선거판이 요지경입니다.

정말 요즘 공천하는 당이나 후보들 모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일부러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천 막바지 과정에 각 당들이 이런 웃기고 자빠질 일들을 벌여 놓는 목적은 정말 무엇일까요? 아마 정치 혐오에 지친 국민에게 정치 희극의 절정을 보여주어 웃음을 선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각 당들이 처음에 표방하던 공천원칙은 온데 간데 없고, 공천신청자들도 재빨리 원칙과 도덕을 버렸습니다. 이런 인간들이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참신한 정치 신인들이고, 어쩌면 이들이 깨끗한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의 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는 그만 포복절도 일보 직전입니다.

그런데 제 친구나 후배들 가운데에서도 이번 총선에 나가 국회의원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저런 통로를 통해 얼굴도 좀 알리고 뭔가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고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영~ 아니 올시다’입니다. 당사자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 제 판단이 정확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국회의원이 되어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국민을 속여서 당선되는 그 재주와 능력 하나는 인정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선되고 나서 국민을 웃겨주겠다는 데 뭐 더 이상 할말이 있겠습니까?

결론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의 수준은 바로 국민의식의 수준과 똑같다는 것입니다. (제공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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