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정일 기념하고 전의(戰意)다져야
오는 7월 27일은 한국전쟁(6.25전쟁)을 잠시 멈추게 한 휴전협정을 조인한지 58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이날에 국제연합군 총사령관(美육군대장 Mark W. Clark)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일성)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팽덕회)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었다. 판문점에서 1000시에 서명되고 휴전은 2200시에 발효되었다. 한국정부는 서명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전쟁을 도발한 북괴군을 반드시 궤멸시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한국 국민의 결의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합참 사서인‘한국전쟁(하)’편은 국제연합군(UN군) 측 수석대표 美 해리슨 중장과 공산군 측 대표 남일 소장 간의 정전협정 체결 당시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7월 27일 오전 1000시 냉담한 분위기 가운데 열린 조인식에서 윌리엄 해리슨 장군과 남일이 자기 측에 준비된 9부의 서류 사본에 서명했다. 조인업무는 10시 12분에 끝났으며, 두 사람은 걸어 나갔다.” 이 기록은 당시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던 정전협정 조인장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해리슨 중장과 남일 소장은 옛 판문점(현재 북한 판문리에 있는 평화박물관)에서 정전협정문을 상호 교환했다.
해리슨 중장은 이 협정문을 당시 문산 지역에 있던 유엔군 캠프로 가져왔고 국제연합군총사령관인 클라크 대장이 이 협정문에 최종 서명했다. 클라크 대장은 서명한 후“나의 군 경력을 통해 이처럼 수치스럽고 하기 싫은 서명을 해본 적은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는 그가 이 정전협정은 전쟁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평화를 가져다 준 협정이 아닌 또 다른 대립과 갈등, 그리고 새로운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불완전 협정’이었기 때문에 수치스럽게 생각한 것이다.
한국은 한국전쟁(1950.6.25~1953.7.27)때 21개국의 도움을 받아 국가소멸 직전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가 있었다. 유엔군 깃발아래 미국 등 16개국이 전투부대를, 덴마크 등 5개국이 의료지원부대를 파병했다. 참전 연인원은 1,940,498명이고 이중에 미군이 1,789,000여명으로 대부분이다. 이들 국가들은 휴전협정 체결 당시 미국 워싱턴D.C.에서 모임을 갖고 만약 북한이 또다시 한국을 공격하면 유엔군 깃발아래 즉각 참전하기로 약속하고 한국을 떠났다. 미국은 한국과의 약속을 굳게 지키기 위해 미군을 한국에 아직도 남겨두고 있다.
미국은 매년 휴전협정 기념행사를 부통령 참석 하에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Korean War Memorial, 미국 워싱턴D.C.)에서 갖는다. 한국전쟁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많은 인명피해와 전비를 소모했다. 사망 54,246명(미군 3만3천여 명 포함), 부상 103,284명, 포로 7,140명, 실종 8,177명이다. 미국은 정전협정 체결 58주년을 앞두고 워싱턴D.C.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대형 추모벽을 건립하는 방안이 미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2011년 7월 17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미 하원 랄프 홀(공화·텍사스) 의원 등 5명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 3만3천여 명의이름을 모두 새겨 넣는 ‘추모벽(Wall of Remembrance)’를 건립하는 내용의 법안을 7월 15일 발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을 1973년부터 ‘조국 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정하고 기념 중앙보고대회, 육해공군 충성 결의대회 등의 행사를 한다. 1996년부터는 10대 명절로 정해 아예 공휴일로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날과 관련하여 국군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도 없고 태극기마저 게양하지 않는다. 6·25전쟁에서 국군 13만7천여 명이 전사하고 3만2천여 명이 실종됐다.
이 같이 미국과 북한은 나름대로 이날을 기억하는 행사를 갖고 전의(戰意)를 다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당사국 한국은 이렇다 할 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 있는 유엔군사령부와 중립국감독위원회가 판문점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갖는 게 전부다. 이렇게 우리가 정전협정의 참 뜻을 잊고 있는 사이에 북한은 40만 건 이상 협정위반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1996년부터 무력도발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이를 제대로 응징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쟁도발 행위에 해당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爆沈)과 연평도 무차별 포격을 당하고도 무(無)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야 어찌 정상적인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국군은 정작 무기력한 군대로 남아 있을 것인가? 하루속히 우리도 이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져 북한에 대한 주적관(主敵觀)을 바로 잡고 전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전승기념일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김성만(예비역 해군중장. 성우회/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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