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의 군사와 안보상황
서해론: 西海를 제패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
I. 서론
국제정치가 변동하는 데 따라 어떤 특정지역의 중요성이 함께 따라 변해왔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익히 아는 교훈이다. 한때는 넓은 국토를 장악하는 나라가 유리 했지만 또 다른 때는 길(통로)을 장악하는 나라가 더욱 유리할 수 있었다. 바다를 장악한 영국은 영토는 좁았지만 수 백 년 동안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군림 할 수 있었다. 영토도 넓은데다 바다까지 장악한 미국은 보통 강대국이 아닌 초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고 대륙의 도전자 소련을 붕괴시킨 이후 명실 공히 유일 초강대국 혹은 패권국의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2010년대인 오늘 미국은 세계의 패권국으로 군림하면서 도전자들을 제어하는 국가 대전략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지금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하는 나라로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대전략은 중국을 여하히 통제하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제어 및 통제하는데 신경을 집중 시키다 보니 갑자기 그 전략적 중요성이 급격하게 증대된 지역이 있다. 그곳이 바로 우리는 서해(西海) 라고 부르고 중국은 황해(黃海)라고 부르는 그다지 넓지 않고, 깊지도 않은 바다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동해가 Sea of Japan 이라고 표기된,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에서 제작된 지도를 보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흥분한다. 동해가 왜 일본해가 되었냐고 흥분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서해가 黃海(황해) 혹은 Yellow Sea 로 표기 되어 있는데 대해서는 거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이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관계없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중국의 공식지도에 동해가 日本海 라고 표기된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동해는 우리바다고 서해는 중국 바다라는 말인가?
오늘 이 순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서 서해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바다,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의 경쟁과 충돌이 야기 될지도 모르는 바다다. 물론 서해 바다는 역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바다였다. 과거 서해를 장악하는 나라는 아시아의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 서해를 미국이 장악한다면 미국은 앞으로 장기간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거꾸로 서해바다의 제해권을 미국에 내주는 한 중국은 세계의 챔피언이 되기는커녕 아시아의 챔피언이 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서해바다를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다가올 세계 정치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을 정도라는 말이다.
이 글은 날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야기 될 가능성 때문에 그 파고(波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서해의 전략적 의미에 관한 시론이다. 즉 이 글은 서해 바다는 왜 중요하고, 강대국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서해바다를 장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서해 바다를 장악하는 강대국은 어떻게 아시아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전략문제를 다루는 에세이다.
서해 바다라는 지리적 대상 위에서 전개 되었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제국들의 국제정치 역사를 살펴보고 서해바다를 향한 강대국들의 전략 목표와 전략적 행동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하는 것이 본 에세이의 내용이다. 우선 서해바다의 전략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지정학에서 말하는 유명한 대전략 이론들을 인용한 후, 서해바다에 관한 필자 나름의 지정학적, 전략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필자의 관점을 증거하기 위한 역사적, 전략적 근거들을 추적해 볼 것이다.
II. 서해를 지배하는 자 아시아를 지배하고 아시아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 한다.
지정학과 전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결정론적인 언급을 좋아한다. 핼포드 맥킨더 (Halford Mackinder) 경은 중부 유럽이 세계사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 그 지역을 심장지역(Heartland)라 명명한 후 다음과 같은 결정론적 주장을 전개했다. “심장지역을 지배하는 자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매킨더의 이론을 충실히 따른 독일은 1차 대전 , 2차 대전 두 번에 걸쳐 심장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대 전쟁을 벌였다. 결국 심장지역을 차지한 나라는 소련이었는데 매킨더와 그의 심장지역 이론을 위해서는 애석한 일이 되고 말았지만, 심장지역을 40년 이상 차지하고 있던 소련은 세계챔피언이 되지 못하고 붕괴되어 버리고 말았다.
매킨더의 이론에 대항하여 주변지역이론(Rimland Theory)을 제시한 니콜라스 스피크맨(Nicholas J. Spykman) 이라는 미국의 전략이론가가 있다. 그는 1942년 간행되어 미국인의 전략사고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던 고전인 America's Strategy in World Politics (세계정치와 미국의 전략)이라는 책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해변가를 주변육지 (Rim Land) 라고 명한 후 “림랜드를 지배하는 자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Who controls the Rimland rules Eurasia. Who rules Eurasia controls the destinies of the World.]고 주장 했었다. 스픽만의 주장 역시 매킨더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결정론적이다.
냉전 초기 미국은 스피크만의 이론대로 림랜드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었다. 림랜드에 포함되는 일본, 한국, 월남으로부터 이란, 터키, 영국에 이르기 까지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바닷가 주변부에 있는 국가들과 동맹을 체결, 이 지역을 장악하고자 노력했다. 결국 1945년 이후 1990년까지 지속 되었던, 미소 양 초강대국 사이의 냉전적 대결은 하트랜드를 차지한 소련과 림랜드를 차지한 미국과의 대결이었고 결국 미국의 승리로 귀결 되었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이 패권적 지배를 거의 완벽하게 확립한 2007년, 간행된 지 55년이 지난 스핔만의 책이 새로운 서문과 함께 다시 출간 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제국주의를 위한 학문, 전쟁을 정당화 시키는 학문으로 매도당했던 지정학(Geopolitics) 이 다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국제정치와 전략을 분석하는 틀로서 다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리와 국제정치의 관계는 역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전쟁과 지리, 국제정치와 지리의 관계를 다룬 각종 우수한 국제정치학, 지리학 책들이 출간 되고 있다. 지리적인 요소들은 국제정치학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설명 해 주며 때로는 철칙(鐵則)에 해당되는 국제정치 불변의 진리도 제공 해준다.
예로서 국제정치의 중요한 진리중 하나는‘국가들이 전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토와 관련된 것’ 이라는 점이다. 역사상 나타나는 전쟁들의 약 90% 이상이 이웃 나라들이 벌린 영토 싸움이다. 국가들이 싸우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영토라는 사실은 국제정치의 압도적 부분을 지리적인 요인으로 설명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쟁과 지리를 연결 시켜 분석하는 학문 분야가 바로 지정학이다. 국가들이 싸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영토라면 결국 지정학을 잘 이해하면 국가들의 전쟁과 평화를 이해 할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햇볕정책과 근래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지정학적인 사고를 통째로 무시하는 전략적인 우를 범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국제관계를 지정학적으로 분석한다면 ‘한국과 북한이야말로 전쟁을 벌일 확률이 가장 높은 사이’ 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한국과 북한은 155마일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과 전쟁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역시 한국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은 한국과 가까이 있는 일본이다. 한국은 멀리 있는 칠레, 멕시코와 전쟁을 벌일 확률이 전무(全無)하다.
최근 간행된 중국-일본 간 영토 분쟁을 분석한 책에는 재미있는, 그러나 너무나도 올바른 제목이 부쳐져 있다.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 등 동지나해에서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에 관한 책인데 그 제목이 The Perils of Proximity 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의 고통」 쯤으로 번역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들이 전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갈등의 요인도 더욱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두 나라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시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중국, 일본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으며 우리가 전쟁 할 수 도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국들도 그들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인들이 만든 고대의 전략적 언급인 원교근공(遠交近攻, 즉 먼 곳의 나라와 동맹을 맺고 가까운 이웃 나라와 전쟁을 한다)은 지정학적인 영구불변의 진리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우리가 중국, 일본이 아닌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상황이 전략적으로 타당한 이유는 바로 이처럼 만고불변의 지정학적 진리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역사적 , 전략적 기반에 근거하고 있는 주장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지정학적인 이웃이 전략적 동반자가 된다는 것은 정상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예외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서해에 관해 어떤 전략적 언급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매킨더나 스픽맨의 어법을 빌려 ‘서해를 지배하는 자 아시아를 지배하고 아시아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고 주장하고자 한다. 과거에도 그래 왔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선 이 같은 전략적인 언급을 역사적, 전략적으로 증거 하기에 앞서 서해바다에 관한 일반론을 이야기 해 보자.
III. 서해바다 이야기
서해를 서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을 대한민국 중심적인 관점이다. 서해는 우리에게는 서쪽에 있지만 중국에게는 동쪽의 바다다. 그러나 서해를 황해라고 부르는 것도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의 황허 강 부근에서 보면 강에서 흘러나온 흙탕물 때문에 바다가 누렇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에서 바라다 본 황해는 누런색 바다는 아니다.
한국 가까운 곳 에서 본 서해 바다는 오히려 뿌연 녹색, 혹은 연두색에 가깝다. 아무튼 이 깊지도 넓지도 않은 서해바다는 최근 그 파도가 대단히 높아지고 있으며 남북한 간의 각축장이 되고 있음은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의 장소가 되고 있다.
서해 바다는 동지나해의 북쪽에 위치, 태평양과 연결되는 태평양의 주변 바다다. 한반도와 중국의 동북부 사이에 있는 이 바다는 중국 쪽으로는 발해만과 연결 되어 있다. 서해바다는 영어권에서 Yellow Sea 라고 색깔을 중심으로 칭한다. 바다를 색으로 이름 지은 경우로 Black Sea, Red Sea, White Sea 등이 있다. 천문학적으로 서해는 북위 33도 17분 이북 지역의 바다를 지칭하며 남북의 길이가 약 960Km 동서의 길이는 대략 700Km 정도에 이른다.
서해 바다의 면적은 38만 km² 에 이르며 물의 총량은 17,000 km3 정도다. 깊이는 아주 얕아 평균 44m에 불과한 천해(淺海)다. 가장 깊은 곳이 152m 정도다. 중국쪽으로 완만한 대륙붕이 있고 한국 쪽으로는 경사가 그보다 심하다. 서해는 북쪽은 더 얕고 남쪽으로 갈수록 깊어진다. 서해 바다는 쿠로시오 해류가 북쪽을 향해 시속 800m 정도로 천천히 흐르고 있다.
서해는 경제적 인 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서해 바다를 둘러싼 육지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1 km² 당 250명 정도가 서해의 해안가에서 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서해 바다에서 어업을 하고 있었으며 중국, 일본, 한국의 어부들은 수 백 년 이상 약 200 종류의 물고기들을 상업적인 목적에서 포획 해 왔다. 최근에는 주로 중국과 한국의 어선들이 어로작업 중이며 일본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1985년 619,000 톤의 어획량을 기록했지만 1996년에는 1,984,400 톤으로 늘어나 서해의 어족을 말릴 정도로 남획하고 있다. 물고기의 개체 수 가 줄어들고 있는 중이라 한다.
서해는 전통적인 뱃길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대한민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급부상은 전통적인 뱃길로서의 서해의 중요성을 현격하게 부각 시켰다. 경제발전의 결과 서해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다중 하나가 되었다. 상선과 화물선들이 쉬지 않고 통과하고 있으며 서해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구들이 한둘이 아니다.
서해보다 약간 남쪽에 있기는 하지만 상하이는 현재 물동량 기준 세계 1 의 항구다. 닝보는 세계4위, 천진은 세계5위다. 청도는 세계 12위, 대련은 세계14위의 항구다. 서해보다는 약간 동쪽에 있지만 부산은 세계 8위, 광양은 세계13위의 항구다. 서해바다는 가히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다라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이(서해) 바다를 장악하는 자 세계 경제를 장악할 수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앞으로 서해바다가 봉쇄 혹은 차단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때 중국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보면 서해바다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왜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지 곧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는 그래서 군사전략적으로 특히 중요한 곳이며 서해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국제 각축장이 되었다.
서해는 결국 역사상 유명한 전쟁터 이었다. 서기 6세기 이후 오늘날인 21세기 에 이를 때 까지 서해에서는 수많은 전투(해전)가 벌어졌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전투도 여러 차례 있었다. 서기 7세기 당나라와 고구려 전쟁시 중국은 서해를 통해 수십만 대군을 이동 시켰다.
16세기 임진왜란 당시 일본과 중국은 서해에서 충돌했고, 19세기 말인 1895년 일본은 서해에서 청나라를 제압, 아시아 패권을 향해 한발 더 나갔다. 1904년 일본은 서해에서 러시아 해군기지 여순 항을 장악함으로써 아시아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한국 전쟁의 분기점이 되었던 인천상륙작전, 한국 전쟁이후 2010년까지 끊임없이 충돌이 야기되는 곳이 바로 서해 바다다.
IV. 서해 바다와 미중 패권전쟁
서해 바다가 다시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서해 바다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결전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만약 서해바다를 장악할 수 있다면 미국은 중국의 경제와 전략을 손쉽게 파멸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서해의 제해권을 장악 했다면 중국의 북방지역, 즉 산동 반도 이북 지역은 언제라도 미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전략적으로 마비될 수 있을 것이다. 석유와 식량은 물론 중국 의 북부 사회가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동량은 서해를 거쳐야만 하는데 미국이 서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는 경우 중국은 물자를 중국의 남부 지방에서 북부지방까지 육로를 통해 수송할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차세대 패권 도전 국으로 지목했다. 중국은 주저했지만 미국은 중국을 자신과 하께 G-2 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미국과 더불어 G-2 라고 부르는 것의 전략적 의미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미국의 대전략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방지하는 데로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패권 도전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은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주로 해군력을 동원하는 군사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본시 해군의 나라다. 미국은 본토에서 절대로 전쟁하지 않을 것을 결심한 나라기 때문에 미국의 영토로부터 먼 곳에서 적을 차단하는 것을 군사전략의 본질로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군사전략을 위해 당연히 제일 중요한 군사력은 해군이 된다.
우선 미국 해군은 1890년대 마한 제독의 해양력 우위론이 제시 된 이래 100년 동안 불변적인 전략적 관점을 유지해 왔다. 미국 해군은 바다 위에서(ON the Sea) 적의 해군을 격멸함으로써 세계의 해로를 컨트롤 한다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았다. 그럴 경우 자유무역에 의존하는 미국은 세계를 제패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 해군의 목표는 ‘바다 위에서’ 적의 해군을 제압하는 것 이었다.
1990년 소련이 몰락했고 바다 위에서 미국 해군에게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바다 한복판에서 자신에게 도전할 세력이 더 이상 없어진 미국 해군은 이제 할 일이 없어 진 세월을 맞이했다. 세계의 바다 한복판에서 누가 감히 미국의 해군에 맞장을 뜰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 무렵 즉 냉전이 종식된 직후 미국 해군은 100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해군 전략을 바꾼다. 미국 해군은 이제 바다 위에서 적의 해군과 싸우는 임무가 아니라 적의 해안가에 서 적의 지상군과 싸우겠다는 새로운 해군 전략을 만든 것이다. 미국 해군은 이제 바다 위에서가 아니라 바다로부터(From the Sea) 전쟁을 하는 군대가 되었다. 바다위에서는 미국 해군과 맞상대가 없는 탓이었다.
1992년 간행된 미국 해군 전략 보고서의 제목은 “From the Sea” 라는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미국 해군은 그 전략과 무기체계의 측면에서 미국이 대적해야 할 잠재 적국의 바닷가 연안 지역에서 적의 지상군을 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최근 개발하고 있는 미래형 군함들이 대부분 대양 (Blue Water) 용이 아니라 연안 해군용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새로 만드는 잠수함 역시 바다로부터 힘을 육지에 투사하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최신형 잠수함에는 해병대가 승선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2015년 설전 배치할 미국의 미래 Zumwalt 형 구축함은 아예 스텔스 함으로 제작 되었다. 바닷가에서 적의 눈의 띄지 않아야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 해군은 앞으로 어느 나라의 바닷가에서 주로 근무하게 될 것인가? 당연히 미국이 차세대 미국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지목하는 나라일 것이다. 그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바다는 중국의 연해인 서해 바다다.
미국은 1992년 From the Sea 라는 전략 보고서를 간행 한 직후부터 서해 바다에 미국 항공모함을 진입 시키는 훈련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1994년 중국은 서해 바다에 진입한 미국 항모 전단에 대해 거의 실탄 사격을 위협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 했다. 물론 미국은 중국의 반응에 눈도 껌뻑할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서해에서 주기적으로 항모 전단 훈련을 벌인다. 중국의 목젖과 같은 곳이 서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함이 서해에 진입할 때마다 중국은 정말 전전 긍긍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미국을 당할 수 있는 중국의 해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래서 미국 해군의 서해 진입을 거품을 품을 정도로큰 목소리로 비난한다. 왜 중국의 영해와 같은 곳이 진입하느냐고 큰 소리로 말한다. 미국은 몰론 서해가 중국의 영해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서해 전체가 중국의 영해 일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바다는 중국의 바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미국이 서해에 진입하는 경우, 일면 중국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남의 집 대문 앞에 주차하는 것이 불법은 아닐지라도 미안한 일 인 것처럼, 미국이 서해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것은 중국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 1년 동안 북한이 서해바다에서 난리를 쳤다. 천안한과 연평도 포격 격침 사건들이 그것이다. 북한은 미국 해군이 서해 바다에 진입하는데 당당하고 느긋해 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말았다. 미국 해군은 서해 바다에 당당하게 진입할 수 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도에 경고를 가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서해에 진입한 미국 해군은 단지 북한만을 상대로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행동이 죽도록 미울지도 모른다.
서해바다를 중시하는 미국의 전략은 의정부 동두천의 미군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의정부, 동두천의 미군은 개념상‘억지력’이다. 북한의 군사력이 도발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제 주한미군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도 상대해야 하는 군대로 성격을 확대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 바로 이런 뜻이다.
북한을 선제 공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주한미군은 의정부, 동두천에 더 이상 앉아서 근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선제공격을 해야 할 일도 있을 지 모르니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는 군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공격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평택에 와서 고개를 돌려보니 중국이 바라다 보인다. 평택은 해군과 육군이 혼합된 곳이다.
서해바다가 이처럼 중요하다 보니 주한 미군은 바다와 육지가 혼합 되어 있는 평택으로 집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서해바다를 확실하게 장악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서해바다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한, 중국은 미국에 대적해서 세계 패권을 도전하기는커녕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는데도 역부족일 것이다. 서해는 이렇게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서해를 장악하는 자 아시아를 지배하고, 세계를 지배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미국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서해 바다에 관해 언뜻 떠오르는 전략적, 국제정치적 생각들을 수필로 정리해 보았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서해의 전략적 성격과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학문 계통을 세워 연구할 계획이다.(konas)
* 이 글은 해군대학 학술지인 해양전략 (2011년 8월 간행) 에 게제 되었습니다.
이춘근(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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