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양팽창전략과 제주 해군기지
21세기 동아시아 해역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등 각국이 원활한 해상수송로 확보와 함께 분쟁수역에서의 갈등에 대비해 대양해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해역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남중국해등을 국가이익의 핵심지역으로 간주하고 대양해군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최초의 항공모함 바랴그호를 시험운항한 데 이어 이보다 규모가 큰 뤼순호 제작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관광지인 하이난 섬에 20여척의 핵과 디젤추진 잠수함을 수용할수 있는 지하 해군시설을 건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1993년 함동참모회의에서 처음 제주기지 필요성을 제기한뒤 제주 강정마을을 최종후보지로 선정, 이지스함과 구축함, 잠수함 군단으로 편성될 이지스함 기동전대와 크루즈선박이 입항할 민ㆍ군복합형 미항 건설을 발표했으나 일부 주민과 외부세력의 제주해군기지 반대로 한때 공권력이 마비돼 건설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일본은 해상자위대를 호위함대로 전면재편하는가 하면, 동중국해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지난해 미국과 대규모 연합훈련을 하는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에서의 미ㆍ중 패권경쟁
중국은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연평균 9.9%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 세계 2위 무역대국, 제조대국,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경제 규모는 2018년 현재의 2배에 이르고 2030년에는 현재의 4배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력에서 떠오르는 중국과 내리막길을 걷는 미국의 대조적 현상에도 불구, 정덕구 (재)NEAR재단 이사장은 "세계적인 의미에 있어서 G2는 아직 요원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정이사장은 최근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가'라는 논문에서 "동북아 지역에 국한해서 본다면 G2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 분명하다"며 "동아시아지역에서는 두개의 메가파워가 공존하는 구조가 최소한 앞으로 20∼30년간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사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이 실질적인 G2나 글로벌 슈퍼파워가 되기에는 아직 요원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2010년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의 40% 수준이나 군사비 지출 규모는 미국의 15%에 불과하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국제질서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기준권력(default power)'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9년 미국의 국방비는 6630억 달러였고, 중국의 그것은 980억달러 수준이었다. 얼마전 방한한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2010년 12월 강연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미국의 10분의 1 정도로 평가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아직 군사비 규모가 미국 군사비 지출규모의 15% 수준에 불과한 중국으로서는 세계의 패권국가로서의 역할을 실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러나 최소한 중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황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통제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현저하게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안병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관계의 장래' 논문에서 "우리는 안보에 대해서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에 대해서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살고있다"고 진단했다. 안교수는 "미국의 대전략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을 억지하려는 이른바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의 대전략은 200년전에 이 지역에서 청국이 누렸던 지역 패권을 부활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2030년경이 되면 중국의 군사비는 미국의 군사비의 반 이상에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군사비가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것인데 비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대륙과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지역에 전액 투입하는 군사비이기 때문에 적어도 동아시아 태평양에서는 미국의 군사비와 맞먹는 군사비 지출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해양팽창전략과 한반도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해양팽창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자유를 확보하고, 중국이 인식하는 해양위협을 제거하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와 관련된 영토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해양팽창전략을 도련선(島 連 線: Island Chainsㆍ섬을 연결한 방어선) 전략이라고 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제1도련선(센카쿠섬-타이완-필리핀-스프래틀리군도로 연결되는 선)으로 진출하는 능력을 배양하며, 2050년까지는 제2도련선(괌-북마리아나군도-호주로 이어지는 선)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정하고 있다. 이 도련선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 해군은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중국은 3만∼4만t급 중형 항공모함 2척과 6만t급 핵추진 항모등 4∼6척의 항모를 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은 `중국의 군사력과 동아태지역 전략지도의 변화' 논문에서 "이러한 해양팽창전략을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에 2010년 3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이후에 벌어진 남북한 관계의 갈등, 미중관계의 갈등 당시에 중국 해군은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입을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출판 살림 刊)의 저자 김기수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 연구실장은 연평도 포격직후 미 7함대의 서해진입은 `영향권 혹은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이란 관점에서 중국의 군사능력을 테스트한 절호의 기회였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전쟁이 끝난뒤 미국의 주력함대가 서해에 진입한 적은 없었다. 중국은 틈만 나면 황해(서해)를 자신들의 내해라고 주장했고 미국은 묵시적으로 서해를 중국의 세력권이라고 인정해왔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 미국이 서해에 항공모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자 미국은 애초의 의사를 거뒀다. 하지만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은 주저없이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에 급파하며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한미해상 합동훈련을 감행했다. 중국은 자신의 안방이나 다름없는`세력권'에 경쟁국 군함이 출몰했는데도 `대응발진'조차 못하고 가슴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중동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 수송로 보호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할 정도로 미국과 해군력에 엄청난 격차를 갖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8년기준 중국이 소비하는 원유의 약45%가 중동으로부터 수입되는데, 중국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인도양→말라카해협의 전략요충해로를 거치는 동안 미군 해군력의 보호를 받지 않는 곳이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2015년까지 상하이 푸둥에서 3만∼4만t급 중형 항모 2척을 건조하고 2020년 이후 6만t급 핵추진 항모 2척을 건조하기로 하는등 대양해군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서해가 중국의 내해에서 사실상 미국의 작전구역으로 바뀐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정책의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위기 시 중국의 원유 수송로는 미국이 언제든 봉쇄할 수 있는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이 점이 아팠는지 중국은 이미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에 진출하고 있고, 미얀마의 시트웨 항구를 확보하였다, 이들 두 지역의 항구는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말레카해협을 통과하는 중국의 물류선박들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화물처리능력을 갖고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파시스탄과 미얀마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수송되는 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대륙을 수송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인도양에 해군력을 진출시키고자 함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서둘러야
제주해군기지로 강정마을이 최종 낙점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3년 합동참모회의에서 처음 제주기지 필요성이 제기된 뒤 최초 후보지로 거론된 남제주군 안덕면 화순항과 남원읍 위미항을 제치고 2007년부터 급부상한 강정마을이 크루즈선박을 포함한 민ㆍ군복합형 항구로 건설되는 것으로 최정 결정됐다.
중국은 2002년 후진타오 집권후 대양해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대양해군 건설은 해상 수송로 확보와 주변국과의 영유권 갈등등에 대비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내부갈등은 해양안보측면에서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우리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해양수송로 확보등 미래 안보 핵심 현안을 방치하는등 때를 놓치다간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남길 수 있다.
중국은 2005년 이후 우리 영토인 이어도에 대한 감시활동과 자국 영토 주장을 강화하는등 영유권 분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 서남해의 원유 및 가스 매장량은 72억t에 이른다. 제주 남방해역은 우리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해상수송로다. 함정이 이어도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부산에서 21시간 30분인데 비해 제주 남부에서는 7시간에 불과하다. 중국 퉁다오에서는 11시간 15분이 걸린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안보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대양해군 건설의 초석이 되고 제주도민에게도 안보와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보루가 돼야 한다. 해군은 애초 조감도에서 보여준 대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친환경적 명품 군항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주민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konas)
이 칼럼은 '월간 자유'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임.
정충신(문화일보 문화부장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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