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선거 어림없소이다
Written by. 총선뉴스
입력 : 2004-03-12 오후 9:43:06
50배 벌금 … "돈 왜 받아요"
'선(選)파라치'(선거 불법 행위 전문 신고꾼), '카메라폰 행동단'(카메라폰으로 선거운동 현장을 찍어 유권자연대 사이트에 올리는 자원봉사자).
4.15 총선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불법 선거운동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면 포상금이 최고 5000만원으로 높아지자 '복권보다 낫다'며 후보자들을 추적하는 선파라치가 등장했다.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지역별로 만들어 활동 중인 유권자운동연대의 젊은 시민감시단원들은 카메라폰으로 불법 현장을 찍어 즉각 유권자 연대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공개한다.
선거관리위와 경찰은 올 초부터 단속의 칼을 뽑아들었다. 경찰은 한 건만 잡으면 특진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3100명의 경찰 선거 전담반이 움직이고 있다. 이달 말 경찰 200~300명이 충원된다. 한정갑 울산경찰청장은 "아직까진 명함 돌리기 등 소소한 게 적발됐다"며 "후보들이 무척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아예 후보 사무실에 상주하며 챙긴다. 취재진이 강원도 강릉시를 찾은 2월 27일 이곳의 선관위는 강문동 한 횟집에서 열린 동창회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 중이었다.
합동연설회 폐지 등 달라진 선거제도가 이미 선거문화를 바꾸고 있다. 유권자가 돈을 받았다가 적발되면 받은 돈의 50배를 토해내도록 법이 바뀌자 밥값을 내라는 요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5000원짜리 김치찌개 한그릇 얻어먹었다가 25만원을 물어낼 수도 있기 때문. 전북 부안군선관위 이진석 지도계장은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선관위에 정보가 들어오도록 제도가 바뀌었다"며 성과를 기대했다. 올 들어 3월 초까지 선관위가 적발한 선거법 위반 행위는 3100여건으로 4년 전 같은 기간의 세배에 가깝다.
"돈 선거는 어려울 겁니다. 그동안 써온 수법은 대부분 드러났잖아요. 5000만원으로 높아진 불법 신고 포상금이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어요?"(김진규.50.대덕 한국원자력연구소 박사)
선거법 개정으로 '돈 안 쓰는 선거'분위기로 가자 신인들이 대거 나섰다. 전북 익산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정치 지망생은 20명. 선거구가 둘로 나뉘기도 하지만 이번 총선이야말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서 뛰어든 사람들이 많다. 강원도 춘천 등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일수록 신인들이 몰렸다.
"정치판의 새마을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젠 우리가 나설 때라는 게 젊은이들 정서라서 기성 세력에 대한 도전이 많습니다."(이준원.41.공주대 행정학과 교수)
"배고픈 시절은 지났잖아요. 이제 돈 좀 있다고 출마하고, 몇 억 쓰면 당선되는 식에서 벗어나야지요."(김종흥.49.안동 하회마을 굿탈놀이 이수자)
유권자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한마디로 '알고 찍자'는 분위기다. 선거꾼들은 여전히 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유권자들은 다르다. 한 후보는 음식점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인사하자 '밥값은 내지 말고 가세요'라고 말해 흐뭇했다고 전했다.
"돈봉투 선거는 더는 안 통해요. 지난 총선에서 돈 쓴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결국 중간에서 선거꾼들이 먹었다는 얘기 아닙니까."(정걸진.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제 당 보고 찍진 않을 거여. 하는 작태를 보면 뻔하잖여. 사람 됨됨이를 보고 찍어야지."(손호근.전남 순천 서예가)
선거운동이 가열되면 돈과 조직 선거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속과 처벌이 강화될수록 그 수법이 더욱 음성화하고 교묘해지리란 예상이다.
"선거사범은 마약사범처럼 점조직화돼 있어 적발하기 힘듭니다. 갈아보자 바람이 불수록 막판에 지연과 학연을 쫓는 선거가 될 수도 있지요."(이범관 광주고검장)
"부모님이 시골에 계신데 나이 든 분들을 대상으로 '이 사람이 어떻다'며 포섭하는 선거꾼들이 움직인다고 들었습니다."(최재웅.공주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휴학)
후보들도 돈 안 쓰는, 깨끗한 선거를 다짐한다. 몇몇 지역에서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경선과 공천에서 배제되자 선거 브로커와 자원봉사자도 '믿고 쓰기'어렵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말도 나돈다.
개정 선거법은 돈 안 쓰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했다. 이제 남은 것은 후보자와 유권자의 실천이다. (중앙일보)
4.15 총선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불법 선거운동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면 포상금이 최고 5000만원으로 높아지자 '복권보다 낫다'며 후보자들을 추적하는 선파라치가 등장했다.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지역별로 만들어 활동 중인 유권자운동연대의 젊은 시민감시단원들은 카메라폰으로 불법 현장을 찍어 즉각 유권자 연대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공개한다.
선거관리위와 경찰은 올 초부터 단속의 칼을 뽑아들었다. 경찰은 한 건만 잡으면 특진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3100명의 경찰 선거 전담반이 움직이고 있다. 이달 말 경찰 200~300명이 충원된다. 한정갑 울산경찰청장은 "아직까진 명함 돌리기 등 소소한 게 적발됐다"며 "후보들이 무척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아예 후보 사무실에 상주하며 챙긴다. 취재진이 강원도 강릉시를 찾은 2월 27일 이곳의 선관위는 강문동 한 횟집에서 열린 동창회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 중이었다.
합동연설회 폐지 등 달라진 선거제도가 이미 선거문화를 바꾸고 있다. 유권자가 돈을 받았다가 적발되면 받은 돈의 50배를 토해내도록 법이 바뀌자 밥값을 내라는 요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5000원짜리 김치찌개 한그릇 얻어먹었다가 25만원을 물어낼 수도 있기 때문. 전북 부안군선관위 이진석 지도계장은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선관위에 정보가 들어오도록 제도가 바뀌었다"며 성과를 기대했다. 올 들어 3월 초까지 선관위가 적발한 선거법 위반 행위는 3100여건으로 4년 전 같은 기간의 세배에 가깝다.
"돈 선거는 어려울 겁니다. 그동안 써온 수법은 대부분 드러났잖아요. 5000만원으로 높아진 불법 신고 포상금이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어요?"(김진규.50.대덕 한국원자력연구소 박사)
선거법 개정으로 '돈 안 쓰는 선거'분위기로 가자 신인들이 대거 나섰다. 전북 익산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정치 지망생은 20명. 선거구가 둘로 나뉘기도 하지만 이번 총선이야말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서 뛰어든 사람들이 많다. 강원도 춘천 등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일수록 신인들이 몰렸다.
"정치판의 새마을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젠 우리가 나설 때라는 게 젊은이들 정서라서 기성 세력에 대한 도전이 많습니다."(이준원.41.공주대 행정학과 교수)
"배고픈 시절은 지났잖아요. 이제 돈 좀 있다고 출마하고, 몇 억 쓰면 당선되는 식에서 벗어나야지요."(김종흥.49.안동 하회마을 굿탈놀이 이수자)
유권자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한마디로 '알고 찍자'는 분위기다. 선거꾼들은 여전히 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유권자들은 다르다. 한 후보는 음식점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인사하자 '밥값은 내지 말고 가세요'라고 말해 흐뭇했다고 전했다.
"돈봉투 선거는 더는 안 통해요. 지난 총선에서 돈 쓴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결국 중간에서 선거꾼들이 먹었다는 얘기 아닙니까."(정걸진.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제 당 보고 찍진 않을 거여. 하는 작태를 보면 뻔하잖여. 사람 됨됨이를 보고 찍어야지."(손호근.전남 순천 서예가)
선거운동이 가열되면 돈과 조직 선거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속과 처벌이 강화될수록 그 수법이 더욱 음성화하고 교묘해지리란 예상이다.
"선거사범은 마약사범처럼 점조직화돼 있어 적발하기 힘듭니다. 갈아보자 바람이 불수록 막판에 지연과 학연을 쫓는 선거가 될 수도 있지요."(이범관 광주고검장)
"부모님이 시골에 계신데 나이 든 분들을 대상으로 '이 사람이 어떻다'며 포섭하는 선거꾼들이 움직인다고 들었습니다."(최재웅.공주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휴학)
후보들도 돈 안 쓰는, 깨끗한 선거를 다짐한다. 몇몇 지역에서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경선과 공천에서 배제되자 선거 브로커와 자원봉사자도 '믿고 쓰기'어렵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말도 나돈다.
개정 선거법은 돈 안 쓰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했다. 이제 남은 것은 후보자와 유권자의 실천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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