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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병과 도덕적 해이가 나라 망친다

Written by. 이영해   입력 : 2011-11-09 오전 11: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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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는 지중해 근처 날씨 좋은 천국 같은 나라였다. 회사원은 오후 일찍 퇴근했으며 여름휴가는 한 달 이상이었다. 회사가 적자인 경우에도 노조가 강해 해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으며 정년퇴직을 하면 근무 시 받던 봉급에 가까운 연금이 나왔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원하는 만큼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복지 철학에 따라 대학 학부는 물론 대학원도 등록금 한 푼 받지 않고, 기숙사비까지 무상이었다. 의료, 노후, 자녀교육 걱정하면서 돈을 아끼고 저축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흥청망청 복지는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빚을 얻은 것이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니까 빚쟁이 나라들이 더 이상 돈을 못 빌려 주겠으니 이제 긴축하고 일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거기에 데모로 맞섰다.

 그리스에서는 매년 8만5000명의 대학 졸업생이 사회에 나오지만 정규직 일자리 공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 상반기 청년 실업률은 43%에 달한다. 인재를 배출해놓고 정작 일자리는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복지병과 도덕적 해이는 재정지출 구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그리스 정부는 각종 지출로 국민 1인당 연 1만600유로를 썼다. 반면 세금으로 걷은 수입은 8300유로뿐이다. 1인당 매년 2300유로(약 370만 원)씩 적자를 보는 것이다. 지속 불가능한 지출 구조가 30년간 계속돼 왔다.

 1980년대 초까지 유럽의 경제 우등생이었던 그리스가 30년 만에 망한 까닭은 돈으로 표를 사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인을 계속 뽑아준 유권자의 합작품이었다. 역대 정권이 표가 떨어질까 걱정했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걷지도 못했다. 지출이 헤픈데도 그리스의 조세부담률(20.4%)은 한국(20.8%)과 비슷하다. 이러한 ‘많이 쓰고 적게 걷는’ 정책은 정치가 돈으로 표를 사고 국민들이 정치인의 선동에 넘어가 표를 몰아준 산물이었다.

 결국 그리스는 복지 혜택을 줄이든지, 세금을 더 내든지 양자택일할 도리밖에 없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여·야는 정치폭탄을 상대에 떠넘기려 여념 없고, 국민들은 둘 다 못하겠다고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 이는 400년간 터키로부터 식민통치를 받다 보니 국가 의식과 애국심이 약해지고,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습관화된 탓이기도 하다.

 보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보물단지인‘화수분’이 없는 나라가 지상천국을 흉내내면, 잘못된 복지정책으로 빚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리스나 인민으로부터 모두 빼앗은 뒤 은혜를 베풀 듯 나눠주는 공산국가가 된다. 공짜는 없다. 분수에 맞게 쓰는 게 최선이다.

 복지는 백년대계다. 한번 설계하면 100년을 간다. 소득 2만 달러를 넘은 우리도 제대로 된 복지시스템을 갖출 때가 됐다. 하지만 처음에 잘못 설계하면 두고두고 미래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또 정치권이 복지를 표로 생각하면 국가 재정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어느 정도 복지를 원하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합리적 합의를 끌어내고, 복지 지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정치권이 복지정책 경쟁을 하지 않으면 우리도 머지않아 복지병과 도덕적 해이로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http://kookbang.dema.mil.kr)

이영해 (한양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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