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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여객기격추 진실은폐에 몰두”

Written by.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입력 : 2003-08-31 오전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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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시포비치
1983년 9월 1일 러시아 사할린 상공에서 대한항공 007기를 격추한 당시 소련 전투기 조종사 겐나디 오시포비치는 “당시 상황을 악몽으로 여기며 러시아 남부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생계를 걱정하며 살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아규멘트 이 팍트(논거와 진실)’가 보도했다. 다음은 그의 주장 내용.

“당시는 미국 정찰기가 소련 영공에 침범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당시의 비상출 격명령도 당연히 미국의 정찰기에 대한 감시 임무로 생각했다. 8500m 상공에 소련 캄차카 영공을 침범한 비행물체가 포착됐다는 무전을 들었다. 전투기 전방 30㎞ 지점에 비행물체를 발견했다. 비행기는 등을 깜빡거렸다. 지상관제소로부터 “등이 깜빡거리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여객기나 화물기에 통상 채택된 것이었다. 그러나 사할린 상공에 돌입하자 여객기 격추 명령이 하달됐다. 돌연 비행기를 지상에 유도착륙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투기를 여객기와 같은 고도로 유지시키며 여객기에 신호 표시를 했다. 국제적인 신호 규정에 의해 영공을 침입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여객기는 아무런 답신을 하지 않았다. 소형 조명탄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네 차례 여객기에 경고 발사했다.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사할린 네벨스크시 상공까지 왔는데 결국 격추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첫 번째 미사일은 엔진 쪽으로 발사했고, 두 번째 미사일은 꼬리부분에 정확히 명중했다. 나는 “격추했다”고 무선으로 통보했다.

지상에 착륙해보니 모든 동료들이 나와 축하했다. 나는 임무 수행에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며칠 후 이 사건이 세계적인 스캔들로 비화했고, 나는 졸지에 영웅에서 살인범으로 전락했다. 당시 소련 정권은 여객기 격추에 대한 이유 찾기에 골몰했고 진실을 은폐했다. 소련 정권은 여객기가 등을 깜빡거리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등 사실을 왜곡했다. 모스크바에서 전문가들이 긴급 파견돼 나와의 무선교신 내용을 위조했다.

나는 승객이 타고 있는지 인식을 못했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여객기를 개조한 정찰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비밀수색 작전을 했던 사람이 찍은 비디오를 보았는데 시체 조각이 여럿 있었고, 여권 다발 등이 있는 등 느낌이 이상했다. 이 비디오는 정보당국이 압수해 갔다.

여객기가 항로를 600마일이나 벗어난 것에 대해 조종사는 물론 관제소가 그토록 어이없는 실수를 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비밀정보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관련국들이 침묵을 깨고 유가족들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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