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북풍
선거 때만 되면 북풍, 세풍, 안풍, 지역풍, 역풍 등등 각양각색의 바람이 분다. 바람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가 되기 때문에 여야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바람을 불게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조직선거도 중요하지만 선거판세를 일시에 뒤 바꿀 수 있는 위력은 바람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후보자신이나 소속 당에 유리한 돌풍이나 상대방에게 불리한 역풍이 불기를 바라는 것이다.
역대선거를 통해서 불어 온 바람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진원지가 북한이거나 또는 북한의 위협을 과장했던 북풍일 것이다. 북풍은 국가 안보문제를 선거 쟁점화 하여 특정 후보나 정당에 유리한 선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일으키는 바람의 일종이다. 다른 말로 여야가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국가안보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여 국민의 표심에 호소하고자 북한 관련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심지어 불지 않는 북풍을 불게하려고 북한당국과 은밀하게 내통하여 바람을 일으켜 줄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사법 처리된 사례가 있을 정도다.
17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각 당은 후보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선거전략이나 쟁점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북풍이나 안보문제가 당리당략 차원의 선거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도 않다.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안보관련 쟁점은 미군의 재배치와 한-미관계, 행정수도 이전과 안보문제, 6자회담과 북한의 핵개발, 이라크 파병 문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야 3당의 탄핵안 가결로 국론이 극도로 양분된 가운데 총선에서는 친노와 반노 대결로 대통령에 대한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색깔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은 커졌다. 대선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북풍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북분단이란 특수한 상황과 민족상잔의 비극적인 한국전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분단 상황이 초래한 국가안보관련 조직이나 기구가 과대 성장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며, 어쩔 수 없이 잉여안보(surplus security)를 추구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안보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 그리고 국가존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국가안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북풍을 이용하려 하고 색깔논쟁을 벌이는 모양이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국제관계이론 중에 연계이론(linkage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즉 국내정치 아젠다(agenda)가 국제정치 아젠다와 연계된다는 것으로 국내정치의 국제화를 의미한다. 대외행위에 대한 내부의 영향을 의미하며 국내갈등과 대외갈등과의 연계를 예로 들 수 있다. 국내의 정치 불안과 소요를 잠재우고 국민의 관심을 호도하기 위해서 안보위기를 과장하여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노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보위기를 조성하여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정치적 기반을 다진다는 것이다. 연계이론은 과거 권위주의 정치지도자에 의해서 적용된 경험을 갖고 있으며,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도 연계이론과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야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 북풍을 정략적으로 일으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국가안보는 여야의 정쟁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가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상 접근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북풍을 선거에 연계시키려는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국가안위 문제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선거에 이용하려는 발상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안보는 특정정권이나 정당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konas)
홍득표(인하대 사범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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