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파병 앞두고 테러 경보등 고속철 보호 1 순위
시속 300km로 질주할 고속철(KTX)을 테러에서 지켜내라는 경보가 발령됐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17일 한국이 국제 테러의 주 표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이날 열린 테러대책실무회의에서 4월 1일 개통을 앞둔 고속철을 테러로부터 보호할 우선순위 1위에 올렸다. 관계부처의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고 국제 정보기관과의 공조체제도 바짝 강화했다. 하지만 테러대비 국가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왜 고속철인가=참여정부의 첫 국책사업 기공식으로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스페인 열차 테러가 승객을 노렸다면 고속철은 철도 자체를 겨냥한 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고속으로 많은 승객을 수송하는 반면 항공기와 달리 검문검색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 대책은 우선 열차를 통제하는 지령실과 운행시스템 보호에 맞춰지고 있다. 차량기지에도 24시간 감시체계가 도입된다. 운행 시작 때 열차 안팎에서는 폭발물 점검 같은 보안조치가 취해지고 열차마다 공안원이 증원 배치된다. 이와 함께 주요 역사(驛舍)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주인없이 방치된 물품도 집중 점검한다.
철도청이 계획한 일반인 대상 고속철 시승행사도 앞으로는 철저한 테러예방책이 뒷받침돼야 정상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테러 위험국으로 급부상한 한국=高대행의 "테러 경계" 발언은 11일 스페인에서 발생한 열차 폭탄테러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 테러의 배후로 알카에다 조직이 지목되면서 이라크 파병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 이라크전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에 이어 3700명이란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나라다.
특히 국제 테러단체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기관의 판단과 보고도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정부를 긴장케 했다.
스페인 열차테러가 하원선거를 며칠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참전국 중 제일 먼저 선거일을 맞게 되는 한국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여기에다 촛불시위와 국회.정당에 대한 테러위협 전화 등으로 경찰의 신경은 분산돼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행정자치부 장관이나 경찰청장한테 맡길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高대행이 직접 나섰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슬람국가연합(OIC) 54개국 소속 외국인이 8만7000명 정도 머물고 있다. 또 30여만명의 불법 체류자가 있다. 정보 관계자는 "국제 테러범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출입국 체크 말고는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테러 시스템 이상없나=테러 대책을 총괄하고 유사시 수습을 지휘할 체제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88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1982년 1월에 만든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대통령 훈령 제47호)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정부 각 부처의 소관기능별 업무를 규정한 수준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서울올림픽 당시 지침은 북한의 요인 암살.납치 등에 대비한 수준"이라며 "시대변화를 감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를 만들어 체계적인 대테러 관리체제를 짰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 국정원이 제출한 테러방지법은 정보기관의 월권에 대해 우려한 타 기관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2년반 만에 국회 정보위만 겨우 통과한 상태다. 그나마 테러관련 수사권 삭제 등 알맹이가 빠져버려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권한은 주지 않고 테러 발생시 책임만 지우려 한다"고 불만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부합동 대테러상황실을 가동해온 국정원은 현재 테러 등을 전담하는 신고전화 111을 운영 중이다. 테러 대응과 관련한 행동요령은 국정원(www.nis.go.kr)이 발간한 책자 '테러,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를 참고하면 된다.
이영종.채병건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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