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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구조와 정책방향 전망

Written by. 박형중   입력 : 2012-01-22 오전 10: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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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2년 1월18일 통일연구원 주최 '김정일 사후 북한정세 전망과 국제협력'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발제문 내용임.<편집자 주>

Ⅰ. 서론

 북한당국은 19일 12시 김정일이 17일 사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북한의 권력 세습 체계 안정성과 앞으로 김정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등장했다.

 우선 권력 안정성 문제와 관련한 해석과 의견은 다양하며,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까지 망라되어 있다. 한 극단은 ‘이미 김정일로부터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은 심도있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김정은의 지도자로서의 위치는 확고하며, 앞으로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 극단은 ‘후계 수업의 기간이 매우 짧았고, 김정은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 장성택 등의 후견에 의존해야 하는데, 장성택이 배신할 가능성이 있고, 엘리트 내 분열이 조만간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년에서 2-3년이 지나면 북한 정치가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정책 문제를 보자. 이와 관련 핵무기 보유 등 다른 여러 가능한 질문 중에서도 ‘개혁개방’ 여부에 관한 질문에 주의가 집중되었다. 한쪽 견해는 ‘김정은은 후계자로서 유훈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개혁개방은 어렵다’고 한다. 다른 편의 견해는 ‘김정은 서방 세계를 경험했으며, 현재 북한 경제가 처한 상황으로 보아 적어도 개방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글은 동일한 두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설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대답해보고자 한다. Ⅱ장은 비교독재체제론이 생산해낸 독재정권과 그 정권 변동에 대한 경험 일반론적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우리가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라는 구체적 사례를 다루는 데서, 우리의 판단이 다른 유사 사례의 경험적 귀납적 표준을 지나치게 넘어서 너무도 자유롭게 전개될 수도 있는 위험을 제약하도록 한다. Ⅲ장의 주제는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평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외에 ‘김정은 후계체제 이미 안정론’과 ‘조만간 위기론’이 등장해있다. 여기서는 이 두 견해를 지양할 수 있는 여러 통찰을 제공한다. Ⅳ장은 북한의 향후 정책 방향을 다룬다. 여기서도 ‘개혁개방’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질문을 재설정하고 확대한다. 그간 북한의 국가생존전략을 구성하는 정책 요소 5가지를 식별하고, 김정은 시대 이 요소들의 성공과 실패의 향배라는 맥락을 설정한다. Ⅴ장은 요약과 결론 및 정책제안이다. 앞에서 거론된 여러 요소들이 김정은 개인, 북한정권 자체의 앞으로의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가운데 당면하게 되는 주요 도전이 무엇인지를 재확인한다.

Ⅱ. 세습체계 향배 및 정책 방향에 판단과 관련한 비교정치학적 예비논의

 여기서는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성과 정책 방향을 판단하기 위해 잠시 비교 독재정치체제론이 발전시켜온 이론적인 통찰을 소개한다.

 첫째, 독재정권의 존속 문제와 독재자의 존속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정권 존속과 지도자의 운명이 상호 연계된 정도는 독재의 유형마다 다르다. 독재에는 세 가지 기본 유형이 있다. 일당독재, 군부독재, 개인독재이다. 일당독재와 군부독재의 경우는 지도자 교체와 정권 붕괴 여부는 그다지 상관성이 높지 않다. 의 특정 지도자는 교체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일당독재와 군부독재가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독재의 경우는 개인독재자의 운명과 독재정권의 운명이 밀접히 결합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개인독재자의 운명과 상관없이 (다른 독재자 또는 세습에 의해) 개인독재 정권이 연명되는 경우도 있다. 독재정권 지도자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정권 내부의 엘리트로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지도부가 얼마나 지탱하는가는 지도자가 독재정권을 구성하는 엘리트들을 얼마나 만족 시키는가 그리고 엘리트 이탈을 얼마나 막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일반대중의 저항이 개별 지도자의 존속여부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만약 일반대중이 저항하면, 정권 자체가 위험에 빠진다.

 둘째, 일반적으로 개인독재 체제는 내부 분열 또는 엘리트 이탈에 의해 무너지지 않으며, 주도적으로 개혁을 실시하는 경우는 없다. 그 이유는 개인독재를 유지해가는 데서 불가피 했던 부정부패 만연, 인권침해 등의 범죄적 행위 때문에, 정권이 붕괴되는 겨우 보통 협력 엘리트도 과거 정권 범죄행위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독재에 참여한 주요 엘리트는 자신만의 독자적 정치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개인독재 정권이 붕괴하면, 주요 엘리트의 몰락도 동시에 발생한다. 개인독재의 붕괴는 대체로 대중 봉기 또는 외국의 간섭에 의해서 발생한다.

 셋째, 권력을 세습하는 것은 신임 지도자와 구 지도자의 공신들이 최소의 비용을 치르면서 계속 공생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구 지도자 공신들 중의 한명이 권력을 승계하면, 특권 재배분과 특권층 물갈이가 보다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구 공신들 사이에 사활을 건 권력 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정권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따라서 구 공신 중의 한사람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는 것보다는 권력 세습을 용인하는 것이 구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지도자 아래서 권력과 특권을 영속하여 누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넷째, 현 북한의 정치체제의 동향을 지배하는 것은 ‘공포와 보상’의 원리이다. 북한과 같은 극도의 개인독재 정치체제에서 지배층을 포함하여 정권 지지자가 지도자에 대한 충성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포와 보상 사이의 실용주의적 손익 계산 때문이다. 정권에 충성하는 것은 정권 또는 지도자의 정당성을 수용해서가 아니며, 정권 참여자가 정권 또는 지도자의 정당성을 믿는지 안 믿는지는 정권의 생존에 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이들이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이유는 그 지도자가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체현하고 있다(‘주체사상’ 또는 ‘선군사상’)거나 어떤 역사적 사명을 성취하는 작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거나 (‘강성대국’ 또는 ‘조국통일’) 또는 어떤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협력할 때 누릴 수 있는 (과도한) 보상과 만약 배반할 시 또는 적극적으로 외견상 충성심을 표현하지 않으면 당하게 되는 (과도한) 처벌에 대한 공포 사이의 실용주의적 계산에 비추어 볼 때, 충성하는 편이 또는 그러한 것처럼 시늉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신임 지도자가 당면하는 핵심 문제는 다른 지도자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 충성 기득권 세력의 특권과 부귀를 앞으로 확실하게 보장할 능력이 있다는 신뢰를 보여 주는 문제이다. 그렇지 못하면, 정권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부정을 저지르거나 폭동진압을 해야 하는 등의 더러운 일들 등장하는 경우, 기득권 세력은 동요에 빠져서 그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그러면 정권이 붕괴한다. 따라서 신임지도자는 권력의 고삐들을 신속히 장악하여 국가를 장악한 자가 누구인가를 확실히 해두어야 하며, 전임 지도자가 퇴출된 이후, 구정권의 돈줄과 같은 권력 수단을 가능한 한 빨리 장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임 지도자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정책을 실시한다거나 주민 다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을 충분히 포상하여 그들이 배신하지 않고 충성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충성 기득권 세력의 특권과 부귀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을 대를 이어 추진한다는 것은 다수 주민이 빈곤, 무지, 정치권 발언권 박탈의 상태를 대를 이어 감수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하다. 또한 이와 같은 특권 대 박탈의 체계에 대한 저항을 박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폭력수단의 구비와 활용이 권력 승계의 대를 이어 필수적이다.

 여섯째, 지도자는 하급자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전술이 있다. 먼저 지도자가 하급자에 대한 처벌과 보상을 자의적으로 행할 수 있다는 이미지와 실제를 유지시킬수록, 지도자의 지위는 안정된다. 다시 말해 지도자 의중의 불가예측성 때문에 하급자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관직과 특권이 언제든지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되풀이하여 상기되도록 해야 한다. 즉,

 고위 관료가 스스로가 잘나서 직책을 얻었다고 생각하게 돼서는 안된다. 왕의 특혜가 없었다면 그들이 관직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인식이 항상 존재해야 한다. 반대로 고위 관료들은 전문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은총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자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뿌리박게 하는데 성공하면, 왕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모든 엘리트는 왕의 행보를 예측하거나 또는 반응하고자 노력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이들이 자신의 지위나 능력에 대해 자발적 확신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스스로 자원을 확보하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이 자기주도 행동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왕은 행정 분야에 예측불가능하게 때로는 자의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엘리트들에게 자신들이 취약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기 위해서이다.

 다음으로 지도자가 장악력을 유지하자면, 일곱째, 지도자와 개별 부하가 개별적으로 일 대 일 거래를 하는 권력 체계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지 개별 부하들 사이에서는 견제와 균형이 작용하며 또한 지도자에 대해 충성을 경쟁하도록 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의 개입 없이, 부하들 끼리 협의나 담합이 가능한 구조가 발생하게 되면, 지도자의 지위는 위협을 받는다.

 여덟째, 권력 유지는 권력 장악과는 전혀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 초기의 어려운 국면을 넘기고 성공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 장악을 성공시킨 지지자집단을 재편성하여 자신의 힘을 배가시켜야 한다. 현명한 지도자는 초기 지지자 중 일부를 털어낼 것이고, 대신 더 신뢰할 수 있고 포상하는 데 비용도 덜 들어가는 그러한 지지자를 새로 충원하여 보좌팀을 새로 짜야 한다. 현존 지도자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도움을 줄 능력이 있는 부하는 그 지도자를 폐위시킬 능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권력이 안정되면 위협이 될 만한 부하의 숫자는 줄이고, 가장 충성스러운 자들을 주위에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유능한 부하가 아니라 무능하더라도 충성스러운 부하이다.

Ⅲ. 김정은 세습체계와 북한정권의 향배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치에 관한 핵심질문은 김정은 후계체제가 얼마나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 얼마나 안정적일 것인가로 설정되어 있다.

 공개된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대체적으로 후계자 김정은의 형식적 지위 상승 및 이에 따른 형식적 권력 체계의 형성에 주목하고, 이를 곧 김정은의 실질적 권력 장악으로 간주하면서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로 판단하는 경향에 서있는 입장이다. 이를 이하에서 ‘김정은 후계 체제 이미 안정론’이라고 한다. 그 둘째는 김정은의 이러한 형식적 지위 변화 여부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북한 상층 권력 내부의 기관별 인물별 이해상층과 권력 암투에 주로 주목하는 입장이다. 이를 이하에서 ‘김정은 후계 체제 조만간 위기론’이라 하자. 물론 이러한 두 가지 관찰 방식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시각에 경도되는 서술은 김정은의 지위가 이미 확고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즉 ‘지난 3년간 김정은 체제가 이미 공고화되었으며, 앞으로도 안정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분석 및 판단 경향을 비교해 보건데,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연구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난다.

 두 번째 시각에 경도하는 입장은 김정은의 지위에 대해 보다 비관적 입장을 취한다. 즉 ‘현재 겉으로 보기에 북한이 김정은을 중심으로 단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정일이 김정은 후계 권력 기반구축을 완성하지 못하고 조기 사망한 것, 김정은의 취약한 장악력과 지적 미숙성 그리고/또는 권력기관 및 엘리트 간 내부 암투 때문에 김정은의 지위는 현재 불안정한 토대 위에 있고 조만간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분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분석가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Ⅱ장에서 언급한 8가지 일반론에 비추어 볼 때, 현재까지 김정은 세습 후계 과정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이상의 논의에 비추어서, 위에서 언급한 ‘김정은 후계 체제 이미 안정론’과 ‘김정은 후계 체제 조만간 위기론’에 들어있는 판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우선 김정은 후계 구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년 초부터 김정일이 사망한 2012년 12월까지 3년에 걸쳐 김정은 후계 구축을 위한 상당한 작업이 진행되었다. 특히 상-중-하층을 망라하는 엘리트 및 간부 교체가 있었다. 2010년 9월 당대표자회 개최는 김정은 후계 체제의 기본틀이 갖추어졌음을 기념하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일은 2011년 10월 8일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내정하는 한편, 같은 달 10일부터 김정은에게 비공식적으로 사실상 국정을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김정은 후계 체제 이미 안정론’이 주장하듯이, 이를 통해 김정은이 독자적 권위와 세력기반을 구축했고, 후계체제의 기본틀이 공고화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후계 체제 조만간 위기론’이 예견하는 것처럼 내부 엘리트 투쟁이 무질서하고 자기 파멸적으로 진행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안정론’은 김정은 후계체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취약성, 특히 기관별, 엘리트 내부에 존재하는 갈등 잠재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만간 위기론’은 김정은 체제가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고 엘리트 내부 갈등 잠재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정치사회에는 김정은 체제를 수용 또는 묵인할 수밖에 없는 요소도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이미 안정론’과 ‘조만간 위기론’의 편향을 극복하자면, 김정은의 지위가 안착하는 것을 도와주는 요소와 그것에 위험을 제기하는 요소들을 구별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세습 후계자로서의 김정은의 구조적 지위가 가지는 유리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앞서 제시하였듯이, 권력 세습은 전임 지도자 시절의 기득권 세력 다수의 이익과 부합한다. 따라서 그 다수 중의 다수는 설령 (세습에 대해) 양심의 거리낌을 약간 느낀다 해도, 자신의 기득권을 가장 안정되고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장치인 세습 후계자 김정은에게 계속 충성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득권 세력의 핵심을 성분제에 기초한 정치신분상으로 따지면 가계(김(일성)씨 및 강(반석)씨)에 속하는 인물들, 빨치산 후손들, 6.25 때 전사자‧피살자 후손들이다. 이들은 출신 (정치) 성분에 기초한 신분제적 차별에 기초하여, 평민과 구별되는 교육 및 출세 기회, 그리고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시장 확대에 편승하여 특권적 상업행위 참가 및 부패행위를 통해 권력과 부귀를 독점하고 있다. 또한 빈부격차 확대, 지방에 대한 평양 우대, 빨치산 후손들의 주요 상층 관직 약진 현상으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는 집단이 있고, 이들은 정권 안정,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권력세습 안착을 원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정치 신분제적 충원구조 때문에 권력 상층의 인재풀이 매우 협소하며, 이들 간에는 학연과 친척 등의 상호인연과 안면관계도 두터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이미 세습이 한번 이루어졌으며, 세습 후계자로서의 김정은의 선점효과 때문에, 그를 대신하는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 3년이 짧다고 하지만, 김정은은 개인 숭배형 방식으로 3년 동안 후계자로 각인되었다. 북한의 경우 이미 권력 세습의 선례가 있으며, 권력 승계에 대한 다른 어떤 방식의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법칙 상, 극단의 일인독재로서 지도자가 당과 국가를 소유하고 있었던 경우는 일당독재나 군사독재와 같은 다른 경우에 비해 권력 세습의 시도와 성공의 확률이 높다. 북한과 같이 거의 50년 동안 개인숭배 절대독재를 경험한 상황은 지도자와 정권 그리고 정권과 국가의 구별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 따라서 이미 등극한 김정은을 갈아치우고자 하는 시도는 마치 정권과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는 시도처럼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변국 및 내부 사회와의 긴장이 매우 큰 상황에서 김정은을 치는 것은 정권 위협적이며 엘리트를 공멸시키는 치명적인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많다.

 셋째, 엘리트 반역 공모의 어려움이다. 김정일은 37년 이상 궁중암투와 권모술수의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김정일이 지위를 유지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장치는 엘리트가 서로 공모할 수 없도록 견제와 균형, 상호 경쟁, 철저한 감시와 상호 불신 조장의 메카니즘이었다. 그러한 그가 후계자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면서 안전장치를 소홀히 하였을 가능성은 낮다. 물론 김정일의 김정은 후계 프로젝트는 미완성 상태에서 끝이 났다. 그렇지만 김정일은 김정은이 총정치국, 국가보위부, 정찰총국, 보위사령부와 같은 공안‧감찰 기관을 가장 먼저 장악하도록 했다. 과장하자면, 김정은이 국정 실무에 전혀 무식해도 상관없다. 다만 그는 그가 관장하는 공안기관을 통해 반역음모를 철저히 감시하는 한편, 혐의 의심시 또는 발각시 당하게 되는 잔혹한 처벌에 대한 과장된 공포감을 조장하면 된다. 이러한 기관의 활동은 엘리트 중의 일부가 반역을 공모하는 경우 두 번 생각해보도록 만들 것이다. 또한 김정은 시대에도 김정일 시대에 수십 년간 작용했던 견제와 균형, 상호 경쟁, 감시와 상호불신의 메커니즘은 북한 체제 자체에 내재화되어 있는 것이 김정은을 도울 것이다.

 넷째,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중국이 북한정권의 안정을 원하며, 이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김정은의 지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기타 주변국도 북한의 불안정이 증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현 상황 속에서 김정은의 지위를 앞으로 위협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요소들은 무엇인가? 이는 세 가지이다.

 첫째 요소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이 앞으로 엘리트 내부 갈등을 얼마나 조정할 수 있는가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자신의 절대권력 유지에 순기능적인 방향에서 권력기관 및 엘리트 상호간 지분투쟁을 배후 조종 또는 조작해왔다. 물론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최고지도자의 조정 능력은 여건에 따라 지분투쟁에 관여하는 개별 기관의 능력에 따라 한계가 있었다. 간략히 요약한다면, 당조직과 계획경제가 기능하고 있는 김일성 또는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때, 중앙 재정의 붕괴로 각 기관별 자력갱생이 허용된 1995-2011년간 김정일 시대는 조정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앞으로 김정은 시대에는 이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김정은의 권위가 김정일만 못하고, 또한 앞으로 시장화 및 권력 부패가 더욱 현저해지는 가운데, 개별 기관별로 세력 확장 암투가 보다 강력하게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정은이 중요 권력기관 또는 주요 엘리트 간의 이익갈등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이들 간의 충돌 때문에 정치 불안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자신의 지위가 희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정은에게 당면한 도전이 있다. 그것은 2009년 이후 권력 개편과정에서 상당한 숫자의 상-중-하급 간부가 퇴출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김정은 체제 공고화 과정에서 더 많은 간부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불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한 과연 김정은이 언젠가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아버지 시대의 공신들을 개편하려고 할 것인지, 그러한 경우 구 공신의 역모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김정은이 당면하게 되는 도전이다.

 둘째 요소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긴장이 강화되고 있는 정권과 사회 간의 관계이다. 2000년대 전반기 북한당국의 정책은 사회 변화를 인정하고 정권이 사회에 적응을 모색하는 식의 정책이었다면, 그 이후의 정책은 사회변화를 거스르고자 하는 대결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2009년 11월 화폐개혁 실시 이후 일반 주민의 중앙정권에 대한 불만이 현저히 높아졌다. 나아가 2010년 9월 당 대표자회 이후 김정은이 직접 책임을 지고 2011년 말까지 1년여에 걸쳐서 중국과의 국경지방인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에 강력한 비사검열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김정일 사망 전후로 하여 더욱 강화되었다. 만약 이러한 정책이 지속된다면, 그 어디에서인가 우발적으로 정권과 주민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발생하고 그 소식이 북한 내부에 널리 퍼진다면, 그 심리적 효과와 사회 동요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적인 요소가 있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2012년 ‘강성대국 문열기’가 불러일으킨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허탈감은 북한 주민 사이에 김정은과 정권에 대한 불만을 더 높일 것이다. 더욱이 2012년 준비를 위한 평양 10만호 건설과 축제 행사와 같은 비생산적 부문에 많은 자금을 쏟아 붇는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결과, 2012년 후반에는 북한의 경제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한다면, 세대 갈등이다. 2012년은 1994년에 태어난 출생한 아이들이 군에 입대하거나 대학을 가기 시작하는 해이다. 이들은 1990년부터 20대에 접어들기 시작한 1970년대 생 이후 세대와 함께 북한의 주력 세대가 될 것이다. 이들은 성년이 되면서부터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북한식 사회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이다. 이들의 문화적 정향과 생계유지 방식은 북한정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와 매우 다르다는 것이 문제이다.

 셋째 요소는 ‘시장’ 관리의 문제와 외부와의 접촉 증대의 문제이다. 북한에서 전개되고 있 는 ‘시장’은 정권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공고화되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여러 잠재적 정치적 위험을 내포해왔다. 북한당국에게 있어 ‘시장’은 지나치게 확장되어서도 안되고 지나치게 위축되어서도 안된다. ‘시장’이 지나치게 확장되면 정권의 경제에 대한 장악, 기득권층의 특권이 새로운 세력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을 너무 축소하면, 정권과 정권 기관 및 기득권층 개인이 권력과 ‘시장’을 배합해서 전개하고 있는 돈벌이가 위협 받는다. 그 균형점이 어디인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시장’ 확대 자체가 정권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 사회의 (공산독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독재국가는 이른바 ‘시장경제’에 기반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독재정권과 ‘시장’의 동거는 가능하다. 특히 이른바 한국, 중국, 베트남과 같은 소수의 발전국가(개발독재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독재국가는 장기침체경제를 초래하는 ‘시장경제’에 바탕하여 초과수익을 올리는 한편 주민을 궁핍화시키고 정치적으로 무력화시킨 상태에서 존속해왔다. 이런 국가는 학문적으로 약탈국가로 불리우고 있다. 1990년대 이래 북한의 경제구조와 경제정책, 내부의 경제적 이익구조는 약탈국가형으로 이미 깊숙이 진행해버렸다. 이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흔히들 말하듯이, 북한에서 ‘시장’의 확대는 정권도전 세력이 더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의 판단은 반드시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북한 정권은 ‘시장’확대라는 변화를 정권생존과 기득권 존속이라는 원칙 하에서 적응하고 또한 활용해 왔다. 그런데 북한정권을 1980년대 말까지의 이미지로만 설정하면, 그 정권이 존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존속하고 있다는 식의 마치 수수께끼 같은 현상에 직면하는 판단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북한정권은 앞으로도 위태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적응하고 변화해갈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와 적응은 우리가 바라는 ‘개혁개방’의 방향에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변화와 적응과정에서 정권 측의 정책판단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는 정권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너무 지체되어 위기가 발생하는 것도 포함한다.

 위의 세 가지 중에서 김정은에게 더 위협적인 것은 엘리트 권력암투이고, 북한정권에 더 위협적인 것은 정권 대 사회 간의 긴장고조이다. ‘시장’은 관리하기 나름, 활용하기 나름일 것이다. 권력암투의 결과 김정은이 제거되고 다른 지도자가 등장하더라도, 북한 정권은 존속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개인독재 정권이 엘리트 내부 분열로 망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정권 대 사회 간의 긴장은 현존 권력 체계 그 자체를 공격대상으로 하는 사건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이 세 가지 도전은 언제 얼마만한 강도로 발생할 수 있는가를 질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은 북한 (또는 김정은) 정권이 생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략적 프로젝트가 얼마마한 수준에서 성공하는가와 달려있다. 이는 마치 어떤 회사의 사업이 잘되면, 사장의 권위가 증가하고,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내부 이익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더 쉬워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사장이 위기에 몰리고 내부 이익갈등이 더욱 격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이 정권 생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략 프로젝트는 무엇이고 그 성공 또는 실패가능성은 어떠한가? 이것이 다음 Ⅳ장의 주제이다.


Ⅳ. 향후 북한의 정책 방향

 앞으로 북한의 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김정은 등장과 함께 두 가지 견해가 제시되었다. 그 하나는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의 원천이 세습에 있기 때문에 아버지(김정일)와 할아버지(김일성)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 어렵다’는 견해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북한이 처한 현실이나 김정은의 서방 경험 등에서 보았을 때 적어도 개방은 확대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이다.

 여기서는 경제정책을 포함하여 김정은은 기존의 정책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 이유는 김정일이 김정은으로 바뀐 것을 빼놓고, 북한정권에서 변한 것이 없다는 것, 동일한 집단과 인물이 동일한 이해관계를 견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부세계에서도 김정은 등장을 계기로 기본 입장을 바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내외 이익구조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도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실패가 분명하게 된다면, (바꾸고 싶어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어서) 정책을 바꾸든지, 아니면 몰락이나 충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1. 대내외 5대 정책 방향
 여기서는 북한 정권의 생존전략 차원에서의 대내외 정책 5대 방향을 서술한다. 이 5대 방향 중에서 여기서는 대내외 경제정책에 관련해서만 자세히 논한다. 대내정치 관련 문제는 위에서 다루었고, 대외관계 관련 문제는 다른 곳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의 생존전략 차원의 5대 정책 방향은 2005년부터 채택되었으며, 2009년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5대 정책 방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핵 능력을 확장하며 핵 보유 국가로 인정받는다. 둘째, 핵 보유 국가로 인정받는 가운데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 셋째, 남북관계에서 한국은 하위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즉 핵 문제 및 평화협정은 미국과 실질 협상하며, 한국은 북한정권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대내적으로 반(反)개혁 정책을 유지하며, 대외적으로 외화벌이 사업을 적극 확대한다. 다섯째, 공안통치를 근간으로 내부 정치 안정을 도모하면서 정치적 수단을 활용하여 간부층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한 치부(致富)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5대 방침은 북한정권의 공식 언명과 실제 행동을 근간으로 하여 추론된 것이다. 물론 공식 언명들은 많은 것들이 간접적으로 애둘러 표현하거나, 실제 의도를 감추고 있다. 이와 같은 5대 정책 방향을 실현하는 것은 북한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지향하는 일종의 최대 전략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5대 정책 방향이 모두 주변국의 이해관계 또는 바라는 바 하고 충돌한다. 따라서 북한은 이 모든 목표를 최고 수준에서 달성할 수 없으며, 관련 당사국과 타협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더 많은 양보를 할수록 북한정권의 생존환경은 나빠질 것이다. 여하튼 이와 같은 5대 방침은 북한정권이 시기마다 경우마다 취하는 전술적 언명과 행위를 규정한다. 또한 아직까지 북한정권이 이와 같은 5대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는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2. 반(反)개혁 외화벌이 확대 전략
 독재국가에서 경제정책을 규정하는 기본 논리는 충성 지지 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 충성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경제정책은 국내경제 생산성 증대 조치와 충돌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독재정권은 충성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선택한다. 이러면 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지며 주민 다수는 영속적 빈곤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다른 선택을 한다면, 충성집단이 독재정권에 충성해야할 필요가 없어지며, 따라서 정권의 생존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혼동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많은 독재 정권은 실제 정책의 실제 의도는 숨기고 외부적으로 마치 ‘인민의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 같은 논법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독재정권이 공식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가보다는 실제 정책을 어떤 목적에서 왜 취하는가에 더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 개혁적 조치를 도입했으나, 2005년 이후 내부 경제생산성 증가와 관련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은 반개혁 정책을 취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외화벌이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외화벌이 사업은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광물 수출 증대(2010년 북한 수출의 70%가 원자재), 둘째, (개성과 금강산 그리고) 황금평과 나진선봉과 같은 폐쇄형 경제특구 증설, 셋째, 식량외교 및 핵외교를 통한 해외 원조 유입 증가, 넷째,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의 노동력 수출, 그리고 다섯째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는 사업(관광사업, 가스파이프라인 연결, 나진 및 청진 항구 개방 등)이다.

 <반개혁 + 외화벌이 사업 확대>의 기본 논리는 다음과 같이 추론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자신 지지집단의 기득권을 위협할 수 있는 개혁조치를 도입하는 것을 회피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국내경제 생산성이 저하하여 경제와 정권이 위기에 처한다.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외화벌이 사업을 확장하여 외화를 벌어들인다. 벌어들인 외화의 일부는 국영부문에 투자되어, 국영부문의 생산을 재생시킨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약 국영부문이 중간재와 소비재를 충분히 생산하고, 이것이 국영유통망을 통해 배분될 수 있다면, 시장은 폐쇄 상태에서 정권의 산업과 주민 생활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영부문은 자생력이 없어서 끊임없이 외부 수혈을 통해 인위적으로만 지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영부문 투자는 전력 생산과 같은 일부를 제외하고 잘못된 투자다. 북한은 2007년까지는 한국(2차 남북정상회담)을, 2010년 원자바오 총리 방문 이후는 중국을 주요한 상대로 하여, 외화벌이 사업을 확대하고자 시도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반개혁 + 외화벌이 사업 확대 노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국가경제가 국내 산업 붕괴 상태에서 원자재수출 및 해외원조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반개혁 때문에 국내 경제의 생산성 증대가 발생하지 않고, 경제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데, 그러할수록 정권 유지 자금 마련을 위한 자원 수출 증대 필요와 해외원조 수취 증대 필요가 증가한다. 둘째, 외화벌이 사업은 정권(궁극적으로 김정은)이 그 수익을 독점하기 용이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 경제 생산성 증대 없이도 정권 강화 및 충성분자 포상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셋째, 외화벌이 자금으로 (과도하게) 포상 받는 정권 충성 그룹과 높은 실업률과 노동품질 향상 기회를 상실한 일반주민 사이에 높은 수준의 빈부격차가 장기적으로 고착되어 구조화된다. 국내산업이 붕괴하여 고용기회가 한정되어 있는 한편, 저급 노동력을 기축으로 하는 채취산업을 국가경제의 기축으로 만들면 정권유지 자금 및 독재자 치부(致富)자금은 풍부히 마련되지만 일반 주민은 고용기회, 교육과 보건 증진에 의한 노동품질 향상기회를 상실당하고 ‘영원한 빈곤과 무지’라는 저주를 받게 된다. 그런데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 정권에 도전 능력을 증가시킬 수도 있는 일반 노동자의 고용 및 소득 증대, 교육과 보건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것이 오히려 정권 유지에 순기능을 한다. 넷째, 권력기관 특권경제와 간부 부패의 만연(체제적 부패)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가 탄생하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외화벌이 경제는 권력기관들에게 정권유지 중요도에 따라 원자재의 수집과 수출과 관련한 상업적 독점권을 배분함으로써, 이들만이 배타적으로 재부를 축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소유권 보장과 계약 준수와 같은 제도(공공재)가 취약한 상태, 간부 부패가 만연한 상태를 방치하거나 의도적으로 조장함으로써, 정치적 강자가 정치적 약자를 약탈할 수 있는 기회 또는 권력기관이 독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3. 2012년 대내 정책 방향
 기본적으로 2012년도 북한정권의 대내외 정책은 앞서 설명한 대내외 정책 5대 방향의 틀 내에서 머무를 것이다. 변화가 있다면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는 전술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2012년도 북한당국이 취할 정책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있다. 김정일은 2011년 10월 10일 경 사실상 국정운영을 김정은에게 이양했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김정은 지도소조>가 발족했다고 한다. <지도소조>가 제기한 정책내용은 6 항목으로 그 중에서 5가지가 경제와 관련된 것이다. 이를 보면, 첫째, 국내 전력상황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한다. (석탄수출 금지), 둘째, 국내 모든 공장들을 만부하(모두) 가동시키고 국내 인민 생활 용품들을 2~3년 내에 정상 공급한다. 셋째, 내년(2012) 국내 식량공급을 평양과 회령, 국가 기관들과 지방 간부들, 모든 법 기관들과 군부대를 최우선해서 무조건 공급한다. 넷째, 2013년까지 외국상품을 국내 시장에서 절반으로 축소하고, 특히 중국 상품을 대폭 제한한다. 점차적으로 외제 상품을 국내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국내 상품 공급을 충족시켜 농민 시장 이외의 모든 시장은 축소하거나 없앤다. 다섯째, 수입을 줄이고 외화를 절약해 국방 건설을 비롯한 기타 중대 항목 등 강성대국건설에 우선 투입한다. (노동력 외국 송출 증가) 여섯째, 국내외 모든 법 기관들에서는 각종 명의의 해외 반북 단체 및 탈북자들과 연계를 가지는 사람들을 색출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연선 도강을 없앤다. 탈북자 가족을 연선에서 추방시키고, 불법 손전화기는 모두 수거하며 손전화기 사용자에 대한 신상조사를 전면 실시한다. 2010년 이전에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손전화기 건으로 단속된 사람들은 모두 다시 조사해서 연선지역의 불안 요소를 제거한다.

 이와 같은 <지도소조>의 정책 지침은 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그 내용에 실질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고, 그동안 취해오던 정책과 조치를 김정은이 책임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회고해보면, 2011년 신년공동사설에서 경공업을 이례적으로 유달리 강조했으며, 2012년부터 ‘전민식량공급제’를 실시한다고 공언했었다. 또한 2005년부터 반(反) 개혁, 반(反) 시장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왔다. 나아가 2010년 9월이후 2011년 1년 내내 김정은 주도로 국경지방(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에 대한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사검열을 진행해 왔다(도강, 마약, 간부비리, 탈북자 가족 추방, 각종 남조선 상품 등). 여기에다가 북한은 2012년 1월초부터 위안화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취했다.

 위에서 언급한 <지도소조>의 정책 방향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항목은 전력 증산에 관한 것으로 석탄 수출 중지 정책과 관련한다. 그런데 석탄 수출은 북한의 주요 외화획득원이었다. 따라서 석탄 수출 조치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석탄 수출이 재개되면 전력 생산 등 내수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둘째 항목은 국내 공장을 만부하로 가동하여 2-3년 내에 소비재 자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당국이 불가능한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식량과 경공업 생산품 공급 증대의 최선의 방도는 시장기능을 확대하면서, 국가가 그에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 대신에 북한은 가장 비효율적 방법인 국영공장의 가동 증대를 통한 소비재 증산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영공장의 가동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외화벌이 가득 자금 수혈을 통해 인위적으로 생산을 일시 증대하더라도, 중장기적 처방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이 경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영공장을 만가동 하려면 아마도 상당한 선행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북한당국이 석탄 수출 등을 통해서 벌어들인 외화의 일부를 국영공장 가동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아마도 2011년의 주체철, 주체비료, 주체섬유 등은 이러한 방식으로 대외선전을 위해 가동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투자는 궁극적으로 자본을 잘못 투자하는 것이다.

 셋째 항목은 북한당국이 강조하는 ‘식량공급개선과 경공업 진흥’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심초사는 무엇보다 충성 지지층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독재국가 경제논리’의 핵심원리와 부합한다. 그렇지만 북한은 2011년 동안 2012년에는 전민식량공급제가 재개된다고 선전해왔다.

 넷째 항목은 북한당국이 북한경제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줌과 함께 여전히 시장적대적 정책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국내생산이 증가하지 않으면 외국상품 특히 중국 상품의 유통을 반으로 줄이거나 퇴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여섯째 사항은 2011년 일년 내내 그 어느 때 보다 강도 높고 장기간에 걸치는 비사검열이 김정은의 지휘하에 수행되었던 것을 볼 때, 놀라운 것이 아니다. 또한 2012년도 2011년과 같은 <정권의 사회에 대한 통제강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낟. 이와 같은 정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변화를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 억지로 막아보겠다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정권 대 사회 간의 갈등을 첨예화하는 정책이며, 언젠가 어디선가 충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지도소조> 정책 방향이나 신년공동사설의 정책 방향은 북한이 2012년에도 연이어서 <반(反) 개혁 + 외화벌이 사업 확대> 전략을 추진해갈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신년공동사설 경제부문은 ‘대고조’, ‘대비약’, ‘총공격전’과 같은 동원형 경제정책 시기에 나타나는 어휘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경제관리개선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신년공동사설>과 <당중앙위, 당중앙군사위 공동구호>는 경제문제의 해법으로 절약/동원/정신력 강화 해법, 물량투입 증대 해법, 과학기술해법, 국가역할증대, 군대의 건설동원 강화 등을 통한 해법을 강조하는 여러 구호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마치 1950년대 후반 ‘천리마 운동’ 시대의 구호를 연상케 한다. <신년공동사설>은 이러한 동원형 경제정책이나 경제제도로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새로운 경제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바, “21세기 경제강국” “새 세기 산업혁명의 봉화,” “지식경제형강국건설,” ”강성부흥의 전성기“ 등과 같은 것이다.


V. 요약과 결론 및 정책 제언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이해는 변화된 북한 정치체제의 성격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북한 정치체제의 성격은 1980년대 말까지와 비교할 때 질적으로 변화했다. 현재의 북한 체제는 기본적을 ‘공포와 포상’의 원칙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신조, 지도자에 대한 존경과 충성이 체제유지에 기여하는 바는 현저히 축소했다. 엘리트의 경우 정권에 대한 충성은 반역시 (죄과에 비해 과도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 현존 정권 협력시 누릴 수 있는 (노력에 비해 과도한) 부귀 수준이라는 반역-충성의 효용 계산에 기반하고 있으며, 일반 주민은 공포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말과 비교할 때, 정권유지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와 지도자에 대한 높은 충성수준 보장기구인) 당기구의 전반적 기여도는 낮아지고 그 대신 공안조직의 위상이 현저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정권은 (말로는 전인민의 복지를 위하지만 실지 정책을 들여다보면) 엘리트를 후하게 포상하는 데 필요한 자금원천을 만들어 내줄 경제실적 올리기 정책 압박에 노출되어 있다. 김정은 후계체제는 이러한 정치동학의 맥락 속에 위치한다.

 김정은 후계정권에는 안정 추동 요소와 변화 추동 요소가 혼재해 있다. 안정 추동 요소를 보면, 권력 세습이 전임 지도자 시절 기득권 세력 다수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북한 내부에는 현존 정권(국가)의 지속을 원하는 상당한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김정은이 이미 선점한 구조적 이점과 정치체제의 특성인 상호 불신 구도가 김정은을 끌어내릴 만한 수준의 능력을 갖춘 반-김정은 연합의 형성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불안요소를 보자. 먼저 엘리트간에 이익갈등이 강화되어 가는 경향 속에서, 김정은의 조정능력은 김정일에 비해 낮아질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가장 위협스러운 도전은 정권과 사회간에 증가하고 있는 긴장이다. 2005년 이후 북한정권은 사회변화에 적응하는 정책이 아니라, 주민과 사회변화를 적(敵)으로 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것이 변하지 않으면 언젠가 어디선가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책을 변화시킨다면, 정권은 보다 복잡한 여러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시장’은 정권에게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한편에서는 정권과 특권층이 부를 축적하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여러 위험 요소를 제기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안정되는가 아니면 변화에 직면해야 하는가는 북한정권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권 생존 전략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정권 생존전략의 5대정책 방향은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받기, 미국과 대등한 핵국가로서 관계 정상화할 것, 남북관계는 한국이 하위파트너가 되어 북한정권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관계로 형성할 것, 대내적으로 반개혁 정책을 취하고 대외적으로 외화벌이 사업을 적극 확장할 것, 공안통치와 충성층에 특권분배를 통해 내부정치안정을 도모할 것이다. 북한정권이 이러한 5대정책 방향에서 더 많은 성공을 거둘수록 내부분란가능성이 감소하고 북한정권과 그 정치체제는 안정될 것이다. 반대로 더 많은 실패에 직면할수록 내부분란가능성과 정권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김정은 정권도 <내부 반개혁 + 외화벌이 사업 확대> 정책을 계속 추진해갈 것이다. 외화벌이 사업으로는 광물수출 확대, 폐쇄형 특구증설, 식량외교 및 핵외교를 통한 원조 유입 증대, 노동력 수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사업(관광, 항구임대, 가스파이프라인 건설 등)이 있다. 이러한 사업의 특징은 내부경제생산성 증대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정권 유지에 필요한 외화를 벌이들인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외화벌이 사업이 성공적일수록, 내부경제생산성 증대와 국내 제조업과 고용 증가 정책(다시 말해 개혁정책)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감소한다. 또한 이와 같은 외화벌이 사업으로부터의 수익은 정권에 의해 독점되기 용이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지배층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다. 이러한 권력 상층에서 자원 배분 갈등이 완화된다. 이러한 정책은 내부적으로 충성층 대 주민 사이에 빈-부 격차를 증대시키며 또한 유지시키기 위한 정책 방향이다.

 북한은 2012년에도 앞서 언급된 정책 방향을 배경으로 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 김정은이 김정일의 유훈을 계승해서라기보다는, 집권세력의 성격과 이해관계, 이에 따른 추진정책 목표의 성격, 추진 환경 등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책 변화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기존하는 정책을 통해 성과를 얻는데서 실패할 때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서술로부터 정책 고려 사항을 3가지만 제시하면 이렇다. 첫째, 한-미간에 김정은 체제의 미래에 대한 인식차가 상당하다. 북한의 미래에 대한 인식차는 대북정책에 표현될 수 밖에 없다. 상호 공감대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앞으로 북한과 관련하여 ‘안정 대 붕괴’라는 이분법 도식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제까지 안정 또는 붕괴라는 상황에 대한 경험과 연구는 많이 해왔다. 앞으로 개연성은 안정과 붕괴의 이분법적 상황이 아니라 그 중간의 어느 상황일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도상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마찬가지로, 앞으로 북한체제의 진화방향은 ‘폐쇄 또는 계획경제’ 대 ‘개혁개방’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변화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개념을 발전시켜야,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정책 방향의 적절성을 더 높일 수 있다.(konas)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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