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병사 수기31]“넌 군대 안와도 되는데 왜 왔어?”
미국에서 7년간 공부하는 동안 나는 영주권자라기보다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었다.
“핫둘, 핫둘...!”
힘들게 훈련을 마치고, 숨을 몰아 쉬면서...잠시 앉아 있었다.
옆에 있던 동료친구가 “힘들지?” 하며 말을 건네 온다. “넌, 어디서 왔어?” 의례히 묻는 몇 가지 신상질문을 하고는 내 대답을 기다린다. “아~ 난 미국에서 공부하다 왔어.” 라고 짧게 답하자, “그럼, 넌 영주권자냐?” 하며 재차 묻는다. “으응...그래. 맞는데...” 내 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 녀석은 “그럼, 넌 군대 안와도 되는데 왜 왔어?”라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 9개월밖에 안되는 군 생활 동안 이 질문은 자주 듣게 되었다. ‘그래, 영주권자인데....나는 군대에 왜 왔지?’ 내가 영주권자가 된 것은 부모님의 결정이지, 나의 결정이 아니다. 그때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어릴 적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7년간 공부하는 동안 나는 영주권자라기보다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더 짙고 강하게 가져왔다. 그것은 바로 주위의 한국 사람들이 갖는 사고방식들 때문이었다.
일일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마디로 국가관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지금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며 독도를 마치 자기네 땅인 양 난리를 치는 중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차를 아주 선호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도로에 외제차 중 하나로 버젓이 행세하며 우리나라 전역을 누비며 달리고 있다. 정작 일본 내에는 한국차가 몇 백대 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이게 한마디로 내가 한국 군대에 입대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동기며 이유이다. 즉 한국인으로서의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더 강인하게 키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군생활이고 이것은 바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주권자는 그저 아무런 조건없이 군대에 오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에 일정기간 이상 체류할 수 없으며 어떠한 영리활동도 할 수 없다는 등의 조건도 있지만, 법 이전에 한국내에서 제약없이 경제활동을 하고 정작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려면 영주권자들도 군복무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서 나는 여러 가지로 해명하기 보다는 그저 짧게... “그냥! 한국 사람이니까 왔지!”라고 답했던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선택보다는 의무를 위한 대다수의 병사들의 눈에는 영주권자라는 타이틀이 특권 아닌 특권으로 보여 질 수 있으리라.
내가 동료병사들에게 영주권자라는 단어가 갖는 일반적인 인식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한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또 아주 개인주의적일 것이라’고 답해 주었다. 이러한 공통적 인식을 깨고 나 자신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인정받고 싶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더구나 군대에서는 일개 개인을 부각시킬 필요조차 없는 단체사회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말 입대하여 어느덧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나를 싸고 있는 영주권자에 대한 일관된 껍질을 벗어버리고 나의 참 보습을 보여주려고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나는 의외의 것을 얻었다. 이등병으로 시작해서 병장으로 전역하는 군 생활 전체는 마치 신입사원이 나중에 CEO까지 되는 경험과 같아 보였다.
신병으로 열심히 배우며 윗분들이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 따르고, 또 아랫사람들을 지혜롭게 이끌며 주어진 임무를 멋지게 수행해 나가는 법을 배웠고, 또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좋든 싫든 함께 노력하며 그들과 함께 공통의 목표를 이룩해 나가는 법을 배웠다. 이러한 소중한 것들을 9개월전 입대 거부의 판단착오로 하마터면 몽땅 날릴 뻔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내가 미국군대를 갔었어도 이러한 진한 감정을 느꼈을까? 서류상 영주권자라고 해도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지금 나는 그들에게서 더욱 진한 우정과 사랑을 느끼고 있다.
나의 선택을 하느님께 감사하며, “한국 사람이니까 당연히 가야지!” 이게 나의 답이다.(konas)
최장호(일병) 육군종합행정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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